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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EPL은 유럽 최고의 리그가 아니다

 

2012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는 예상대로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이하 바르사)가 선정됐다. 메시는 2지난해 FC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에 걸쳐 총 91골 터뜨리며 한 해 최다골 신기록을 달성했다.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가 분리되었던 시절을 포함 4년 연속 수상하며 세계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아울러 FIFA 발롱도르 시상식에서는 2012년 월드 베스트 11이 공개됐다. 골키퍼에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 스페인), 수비수에 다니엘 알베스(바르사, 브라질) 헤라르도 피케(바르사, 스페인)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스페인) 마르셀루(레알, 브라질), 미드필더에 사비 알론소(레알, 스페인)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사, 스페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사, 스페인), 공격수에 리오넬 메시(바르사, 아르헨티나) 라다멜 팔카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콜롬비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포르투갈)가 선정됐다. 11명 모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동하는 선수들로 채워졌다. 반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 소속된 선수는 없었다.

프리미어리그는 유럽 2위 리그다

FIFA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공개된 2012년 베스트 11은 세계 축구 선수 중에서 가장 월등한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포함됐다. 프리미어리그 선수 중에서 베스트 11에 포함되지 않은 월드 클래스급이 여럿 있겠지만 2012년에는 누구도 이름을 내밀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의 약세를 읽을 수 있는 대목. 프리메라리가에 월드 클래스급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강팀과 약팀 사이의 양극화가 심했던 한계에도 불구 지구촌에서 뛰어난 축구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은 스페인 무대에 결집했다.(정확히는 바르사, 레알)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했던 선수가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하는 경우도 잦았다. 베스트 11에 포함된 호날두와 알론소는 각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리버풀의 핵심 선수로 활약한 경험이 있다. 피케는 한때 맨유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이력이 있다. 그 외에 파브레가스, 마스체라노, 송(이상 바르사) 모드리치(레알)도 프리미어리그의 슈퍼스타 출신이었다.(레알의 에시엔은 첼시에서 임대된 선수이므로 논외) 최근에는 레알이 베일(토트넘) 데 헤아(맨유) 영입에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에게 바르사 또는 레알은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이러한 두 팀의 영향력은 프리메라리가가 유럽 최고의 리그를 되찾는 근본적 배경이 됐다.

많은 사람들은 프리미어리그가 유럽 최고의 리그로 알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유럽 최고의 리그는 프리메라리가이며 그 다음이 프리미어리그다. 최근 5시즌 성적이 누적된 2013년 유럽축구연맹(UEFA) 국가 랭킹 1위는 스페인(84.168점)이며 2위는 잉글랜드(77.677점)다. 잉글랜드는 지난 시즌 첼시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도 불구 15.250점을 기록하며 스페인(20.857점)에게 밀렸다. 2012/13시즌만을 놓고 보면 독일에게 밀려 3위(11.142점)로 추락했다. 맨유 또는 아스널이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해도 잉글랜드가 유럽 최고의 리그를 되찾는다는 보장은 없다. 더욱이 맨유와 아스널은 16강에서 각각 레알, 바이에른 뮌헨 같은 우승 후보와 격돌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한때는 프리미어리그가 챔피언스리그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2006/07, 2007/08, 2008/09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팀 중에 3팀이 프리미어리그 소속이었다. 공교롭게도 레알이 챔피언스리그 16강 징크스에 시달렸던 시기였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는 2011/12시즌과 2012/13시즌에 걸쳐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에서 두 팀이나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반면 프리메라리가는 바르사가 챔피언스리그에서 거듭된 선전을 펼쳤으며 레알이 우승 후보급으로 떠올랐다. 올 시즌 16강에는 바르사-레알에 이어 말라가-발렌시아까지 가세했다. 지난 시즌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했다.

EPL, 챔피언스리그 명예회복 절실하다

프리미어리그가 유럽 최고의 리그를 되찾으려면 챔피언스리그에서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 아무리 지난 시즌 첼시가 우승했지만 맨체스터 두 팀의 32강 조별리그 탈락이 옥의 티였다. 올 시즌에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첼시가 32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오는 2월부터 펼쳐질 토너먼트에서는 맨유와 아스널이 선전해야 하며, 다음 시즌부터는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한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모두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유럽 무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맨시티는 과연 만치니 감독이 팀의 유럽 제패를 이끌 적임자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만치니 감독이 인터 밀란 사령탑 시절에 걸쳐 유럽 대항전에 약한 것은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쩔쩔맨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참고로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32강 5차전 유벤투스 원정에서 완패하자 디 마테오 전 감독을 경질했다.(그럼에도 첼시의 잦은 감독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한때는 이탈리아 세리에A가 유럽 최고의 리그로 군림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요인이 맞물리면서 추락을 거듭한 끝에 UEFA 국가 랭킹 4위로 밀렸다. 2010/11, 2011/12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팀을 배출하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세리에A의 내림세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