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첼시로 이적했던 세네갈 대표팀 공격수 뎀바 바가 데뷔전에서 2골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6일 FA컵 3라운드(64강) 사우스햄프턴 원정에서 전반 34분과 후반 15분에 골을 터뜨리며 팀의 5-1 대승을 공헌한 것. 뉴캐슬 유니폼을 마지막으로 입었던 지난달 30일 아스널전 이후 일주일만에 2골 작렬했다. 뛰어난 골 결정력과 위협적인 움직임, 빼어난 위치선정, 압도적인 파워에 이르기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완벽한 데뷔전을 마쳤다.
무엇보다 뎀바 바가 첫 골을 넣은 시점이 의미있다. 첼시가 0-1로 뒤졌던 전반 34분에 동점골을 터뜨렸던 것. 그 이전까지는 첼시 미드필더들이 사우스햄프턴의 끈질긴 저항에 시달리며 공격이 번번이 끊기거나 패스 템포가 느렸다. 전반 21분 제이 로드리게스에게 선제골을 내줬을 때는 게리 케이힐의 대인 마크 실수가 아쉬웠다. FA컵에서 약팀이 강팀을 제압하는 이변이 속출하는 특성상 첼시가 남은 시간까지 어려운 경기를 펼칠 것으로 보였다. 그 우려를 뎀바 바 동점골을 통해 해소한 것이다.
뎀바 바 선제골은 실질적으로 후안 마타의 작품이었다. 마타가 박스 바깥에서 안쪽으로 접근하면서 상대 수비를 제치고 왼발 슈팅을 날린 볼이 골대 가까이에서 뎀바 바의 왼발을 맞췄다. 뎀바 바로서는 운이 좋았던 득점 장면 이었다. 그럼에도 데뷔전에서 골을 넣으면서 '첼시에서 잘해야 한다',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한다'는 중압감을 크게 느낄 필요가 없어졌다. 동점골을 계기로 몸이 풀리면서 상대 진영을 부지런히 넘나들었다.
그런 뎀바 바는 자신의 경쟁자로 꼽히는 페르난도 토레스와 달랐다. 토레스는 2년 전 첼시 이적 후 데뷔골을 넣기까지 13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렸다. 자신의 데뷔전이었던 2월 6일 리버풀전에서는 친정팀의 3백 변형 작전에 철저히 봉쇄 당한 끝에 부진을 면치 못했고 팀은 0-1로 패했다. 이적 후 14번째 경기였던 4월 23일 웨스트햄전에서 1골 1도움 기록했으나 '먹튀'라는 비아냥을 듣게 되었고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5000만 파운드, 약 853억 원)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뎀바 바의 진가는 후반 6분에도 빛났다. 브리니슬라프 이바노비치가 박스 중앙에서 마타의 크로스를 헤딩골로 밀어 넣었던 장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뎀바 바는 근처에서 마타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는 척 하면서 사우스햄프턴 수비수를 교란했다. 그 이후 헤딩슛을 시도하는 움직임을 취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바노비치가 떠안았던 견제 부담을 덜어준 효과를 안겼다. 만약 그 자리에 없었으면 이바노비치에게 달라붙는 상대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득점을 얻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후반 15분에는 자신의 두번째 골이자 첼시의 네번째 골을 터뜨렸다. 박스 중앙에서 에당 아자르의 오른쪽 대각선 패스를 밀어 넣은 것. 멀티골을 기록하는 킬러의 면모를 과시하며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눈도장을 받게 됐다. 베니테즈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그의 움직임과 우리가 원한 것에 대한 이해가 좋았다. 그는 영리했고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을 이해했다. 피치에서 모두 잘했다"며 뎀바 바 경기력에 흡족했다.
이러한 뎀바 바의 활약상은 토레스에게 충분한 자극제가 되었을 것이다. 토레스는 베니테즈 감독 부임 이후 전성기 시절의 포스를 되찾는 중이나 먹튀의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복을 줄일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뎀바 바와 첼시의 원톱을 놓고 주전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제는 매 경기 매 순간마다 열의를 쏟아야 한다. 어쩌면 첼시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할 기회는 올 시즌 하반기가 될 지 모른다. 만약 선수 본인이 첼시에 계속 머물고 싶은 의사가 확고하면(일부 첼시팬들이 원치 않을수도 있지만) 앞으로 남은 시즌을 올인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뎀바 바로서도 꾸준함이 중요하다. 그동안 잉글랜드 무대에서 뛰어난 골 결정력을 과시했으나 지난 시즌 하반기 프리미어리그 14경기 연속 무득점이 아쉬움에 남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 뉴캐슬 시절과 달리 골을 넣어야 하는 동기부여가 강해졌다. 첼시는 뉴캐슬에 비해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하며, 아자르-마타-오스카 같은 테크니션들의 공격 지원을 받는 이점을 얻게 된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개인 득점 공동 3위(20경기 13골)를 기록중이며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을 경우 1~2위 등극을 노릴 수 있다.
골 하나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뎀바 바 특유의 파워풀한 기질이 빛을 발할 경우 2선 미드필더들의 득점력 향상 및 문전 침투에 도움 될 것이며 팀의 공격 전개가 다채로워질 것이다. 첼시팬들은 뎀바 바가 '첼시 레전드' 디디에 드록바를 완벽하게 대체하는 타이밍이 빨라지기를 바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