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드래곤' 이청용(25, 볼턴)이 시즌 5호골을 터뜨렸다. 한국 시간으로 6일 오전 0시 리복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잉글리시 FA컵 3라운드(64강) 선덜랜드전에서 전반 12분 선제골을 성공 시켰다.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이에 볼턴은 후반 3분 마빈 소델 추가골에 의해 2-0으로 앞섰으나 후반 15분 코너 위컴, 후반 30분 크레이그 가드너에게 실점하여 2-2로 비겼다.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추후 FA컵 3라운드 재경기를 치르게 됐다.
이청용 5호골이 반가운 이유는 상대팀 선덜랜드가 프리미어리그에 소속되었기 때문이다. 볼턴보다 더 높은 리그에 속한 팀으로서 이청용이 현지 축구계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으며 경기 시작 12분만에 진가를 발휘했다. 골 장면 하나 만으로 프리미어리그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지만, 본래 이청용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2011년 여름 불의의 부상을 당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그는 프리미어리그를 휘저었을 것이며 볼턴의 강등도 없었을 것이다. 운이 좋았다면 볼턴보다 수준 높은 팀에서 활약했을지 모를 일이다.
최근에는 스토크 시티, 위건, 퀸즈 파크 레인저스 같은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이청용 영입에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관심인지 아니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지 알 수 없으나 프리미어리그와 연관된 이적 루머가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그만큼 프리미어리그 여러 팀들이 이청용의 예전 활약을 잊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이청용이 1월 이적시장을 통해 볼턴을 떠나 프리미어리그 클럽으로 안착할지는 의문이다. 볼턴이 이적료 700만 파운드(약 119억 원)를 원하는 상황. 스토크 시티를 비롯한 세 팀이 볼턴에 지불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2000만 파운드(약 341억 원)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진 퀸즈 파크 레인저스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으나, 프리미어리그 꼴찌를 면치 못한 팀 성적을 감안할 때 특급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쏟는 쪽에 무게감이 실린다. 더욱이 퀸즈 파크 레인저스는 강등 위험까지 안고 있다.
볼턴의 프리미어리그 승격도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 현재 챔피언십 16위(8승8무10패)를 기록중이며 시즌 내내 10위권 바깥에 머물렀다. 막판 대도약의 드라마를 이뤄낼지라도 1~2위를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자동 승격권을 획득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3~6위가 자격을 얻는 챔피언십 플레이오프는 치열한 혈투를 각오해야 한다. '누구도 원치 않을 시나리오지만' 어쩌면 이청용은 다음 시즌 볼턴 소속으로 챔피언십에 머무를 수도 있다. 참고로 이청용은 볼턴과의 계약 기간이 2015년 까지다.
하지만 1부리그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던 젊은 선수에게 2부리그는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 되지 않는다. 그 소속팀이 빠른 시일내에 승격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이청용은 가급적이면 프리미어리그 팀으로 이적할 타이밍이 빠를 필요가 있으나 볼턴이 놓아줄지 의문이다. 그의 프리미어리그 복귀가 늦어지지 않으려면 볼턴이 선수의 미래를 위해 양보하는 마음으로 이적료를 낮추기를 바라는 시각을 가질 수 있으나, 어느 팀이든 우수한 선수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청용이 지금까지 챔피언십에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지속적인 경기 출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회복했다. 그러나 챔피언십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 경우 과거 프리미어리그에서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존재감이 현지 축구계에서 점점 잊혀질 염려가 든다. 자칫 챔피언십에서 뛰는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해질 수 있다. 볼턴의 성적이 앞으로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이청용을 향한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영입 관심은 반갑지만 볼턴 탈출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청용에게 챔피언십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미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다. 뜻하지 않은 불운이 너무 컸을 뿐이다. 현재로서는 볼턴에서 꾸준한 맹활약을 펼치는 것이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할 유일한 방법이다. 부상 이전의 기량을 되찾았음을 거듭 과시해야 한다. 다음 시즌 챔피언십에 머물지라도 좌절해선 안된다. 2014년에는 브라질 월드컵이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2골 넣은 활약상이라면 브라질 월드컵에 임하는 마음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이청용을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