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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리오넬 메시, 1972년 뮐러를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지난 6일 캄노우에서 펼쳐진 2012/1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G조 6차전 FC 바르셀로나-벤피카의 맞대결. 바르셀로나 에이스 리오넬 메시(25)가 후반 12분 교체 투입되면서 세계 축구팬들은 그의 한 해 최다골 기록 달성 여부를 주목했다.

이미 바르셀로나가 G조 1위를 굳히고 16강에 진출하면서 그동안 많은 경기를 뛰었던 메시의 출전은 불필요했다. 그러나 기록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벤피카전 이전까지 바르셀로나에서 최근 5경기 연속 멀티골(총 10골)을 쏘아올렸던 메시의 폼을 봤을 때 벤피카 골망을 흔들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메시는 후반 36분 문전으로 쇄도했을 때 벤피카 골키퍼를 제치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을 다쳤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한 뒤 들것에 실려 나가갔다 이를 지켜본 팬들에게 '큰 부상이라면 기록 수립이 불발되지 않을까' 싶은 걱정을 안겼다.

다행히 타박상으로 알려지면서 조만간 그라운드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과부하에 걸린 것이 염려된다. 독일의 전설적인 골잡이 게르트 뮐러가 1972년 한 해 최다골(85골) 기록을 세웠다. 과연 2012년 메시는 1972년 뮐러를 뛰어 넘을 수 있을까?

1972년 게르트 뮐러vs2012년 리오넬 메시

뮐러는 1960년대와 1970년대를 풍미했던 독일 출신 공격수로서 올드 축구팬들에게 '폭격기'라는 별명으로 회자된다. 그는 서독 대표팀에서 A매치 62경기 68골,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1964년부터 1979년까지 453경기에서 398골 넣으며 명성을 더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2경기 연속 해트트릭(불가리아전, 페루전)을 달성하며 대회 득점왕(10골)에 올랐고, 1974년 서독 월드컵 결승 네덜란드전에서는 역전골을 터뜨리며 조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전까지 월드컵 최다골(14골, 현재 호나우두 15골) 기록을 보유했다.

뮐러는 전형적인 최전방 공격수치고는 신장이 크지 않았다(176cm). 브라질 축구 황제 펠레처럼 특출난 기술을 자랑하는 선수도 아니었다. 그러나 골을 넣는 본능 만큼은 다른 누구보다 앞섰다. 흔히 축구에서 말하는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한다'는 진리를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

특히 1972년에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총 85골 넣으며 한 해 최다골 기록을 세웠다. 그해 유로 1972에서는 득점왕(4골)에 오르며 서독의 우승에 공헌했다. 그 이후 30년 동안 유럽 축구에서 수많은 골잡이들이 탄생했지만 누구도 뮐러의 기록을 넘을 수 없었다.

그런데 2012년, '메시'가 나타났다. 메시는 몇달 전 뮐러의 기록을 깼던 경험이 있다. 지난 5월 3일 말라가전 해트트릭 달성으로 2011/12시즌 당시까지 68골(최종 73골) 넣으며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다. 뮐러가 1972/73시즌에 세웠던 67골을 넘어선 것.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한 시즌 최다골(37경기 50골) 기록을 수립했다.

한 시즌 최다골로 뮐러를 넘었다면 이번에는 한 해 최다골이다. 올해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총 72골을 터뜨린 상황. 지난 6일 벤피카전까지 합쳐 총 84골이 누적되면서 앞으로 2골을 더 넣으면 1972년의 뮐러를 제치고 한해 최다골 기록을 새롭게 수립하게 된다.

메시, '동기부여'가 충만한 골잡이

어떤 관점에서 메시의 2012년은 사상 최고의 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바르셀로나가 2011/12시즌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메라리가 우승에 실패했기 때문. 소속 국가대표팀인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2012년에 코파 아메리카-월드컵 같은 메이저 대회 일정이 없었다. 이 때문에 메시의 2012년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 수상(축구전문지 프랑스풋볼이 주는 상)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지난 8월 31일에 펼쳐진 2011/12시즌 UEFA 유럽 최우수 선수상에서는 팀 동료 이니에스타에 밀려 수상이 좌절됐다. 이니에스타의 수상에는 스페인 대표팀의 유로 2012 우승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하지만 메시는 본인 스스로 동기부여를 개척했다. 지난 4월 24일 첼시전에서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 무산된 이후 프리메라리가 3경기 연속골(9골)을 터뜨리며 뮐러가 세웠던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넘어섰다. 라요 바예카노전 2골, 말라가전 3골, 에스파뇰전 4골을 퍼부었던 것.

그 이전까지 프리메라리가 득점 2위를 기록했으나 3경기에서 9골 몰아치면서 호날두를 제치고 선두를 굳혔다. 만약 챔피언스리그 결승행 좌절로 무기력한 면모를 떨치지 못했다면 한 시즌 최다골 및 프리메라리가 득점 1위 그리고 50골 돌파는 힘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한때 메시는 대표팀에 약한 징크스가 있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1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무득점에 그친 것. 유독 대표팀 경기에서는 최전방에 고립되기 일쑤였으며 세계 최고의 선수에 걸맞지 못한 행보를 거듭했다. 이때까지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사비-이니에스타 같은 걸출한 도우미가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A매치 9경기에서 12골 넣었으며 스위스전과 브라질전에서는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올해에 이르러 대표팀과 소속팀을 가리지 않고 거의 매 경기 골을 넣는 괴력을 발휘했다.

바르셀로나는 올해까지 총 4경기를 앞두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12월 10일 레알 베티스전, 13일 코르도바전(스페인 국왕컵 16강 1차전), 17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 23일 레알 바야돌리드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

메시가 올해 84골 넣었던 페이스라면 남은 4경기에서 최소 2골 기록할 수 있다. 레알 베티스, 코르도바(2부리그 클럽), 레알 바야돌리드가 약팀인 것도 대기록 달성의 호재로 작용한다(레알 베티스는 프리메라리가 4위를 기록중이나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력 격차가 존재한다). 2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이 부담스러울지 수 있지만, 선두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그런 동기부여의 힘은 메시의 한 해 최다골 달성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비록 벤피카전에서 왼쪽 무릎 타박상을 입었지만 대기록 수립을 위해 포기할 수 없다. 앞으로 두 골을 더 넣으면 1972년 뮐러를 뛰어넘는 불세출의 골잡이로 거듭난다. 메시로서는 올해 남은 경기에서 혼신의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자만하지 않고 늘 최선을 다했던 노력의 결실이 맺어지기를 전 세계 축구팬들이 바라고 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