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유일하게 무패를 기록중인 클럽이자 지난 시즌 우승팀이다. 하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하는 굴욕을 당했다. 한국시간으로 5일 오전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0-1로 패하면서 D조 4위(3무3패)를 확정지었으며 조 3위에게 주어지는 유로파리그 32강 진출마저 실패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32강에서 떨어지면서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맨시티 챔스 탈락, 만치니 감독에게 책임있다
우선, 맨시티의 챔피언스리그 무승 탈락은 더 이상 경험 부족을 꼬집어선 안된다. 지난 시즌까지는 팀으로서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부족했지만 올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 32강 6경기를 소화했다. 유로파리그까지 포함하면 세 시즌 연속 유럽 대항전을 경험했다. 선수 면면을 봐도 맨시티 입단 이전에 챔피언스리그를 뛰었던 소유자들이 여럿 있다. 테베스, 야야 투레, 마이콘, 발로텔리의 경우 이전 소속팀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발로텔리는 2009/10시즌 결승 바이레른 뮌헨전에 결장했지만 18인 엔트리에 포함됐다.)
맨시티와 더불어 신흥 부자 클럽으로 꼽히는 파리 생제르맹은 챔피언스리그 A조에서 1위(5승1패)를 기록했다. 챔피언스리그 경험 부족의 우려를 떨친 끝에 A조 선두에 올라 16강에 진출했다. 맨시티에 비해서 조편성이 좋았던 편을 감안해도 6경기에서 3실점을 허용했던 짠물 수비를 과시한 것이 의미있다. 안첼로티 감독이 팀의 수비 조직력을 강하게 키웠음을 뜻한다. 승점 관리에도 충실했다. 포르투와의 2경기를 제외한 4경기에서 12골 퍼부으며 승점 3점씩을 챙겼다. 챔피언스리그 경험 부족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반면 맨시티는 챔피언스리그 6경기에서 7골에 그쳤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다 득점 1위(38경기 93골)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다 득점 공동 2위(15경기 28골)에 걸맞지 못한 기록. 최전방을 책임지는 아궤로, 테베스, 제코, 발로텔리는 유럽 정상급 공격수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비록 발로텔리가 올 시즌 부진에 빠졌지만 유로 2012 활약상을 무시하지 않을 수 없다. 플레이메이커 실바의 폼이 지난 시즌보다 약해진 것은 사실이나 선수층은 다른 유럽 빅 클럽에 비해 크게 아쉬울 것이 없다. 결국 만치니 감독에게 챔피언스리그 탈락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만치니 감독, 무엇이 문제였나?
만치니 감독이 챔피언스리그에 약한 것은 인터 밀란 사령탑 시절부터 잘 알려진 일이다. 맨시티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도 약점은 개선되지 않았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두 번 연속 32강 조별리그에서 주저 앉았고 유로파리그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세우지 못했다.
특히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상대팀 포어체킹에 맥을 못추는 경우가 빈번했다. 1차전 레알 마드리드전, 2차전 도르트문트전에 이어 3차전 아약스전 마저 포어체킹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는 상대팀이 맨시티 약점을 읽었다는 뜻이자 만치니 감독이 전술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위기 대응 능력이 부족했다. 1차전에서 드러난 약점을 2차전에 다른 방향으로 극복하면서 이전보다 진보된 경기력을 발휘했어야 한다. 그러나 맨시티 전술은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3백 전환도 실패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일부 경기와 챔피언스리그 32강 3차전 아약스전에서(정확히는 후반 18분 이후) 3백을 활용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약스전의 경우 3백을 세우면서 추가 실점을 허용당하며 1-3으로 패했다. 지난 8월 커뮤니티 실드 첼시전에서는 3백을 활용하면서 우승했으나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달랐다. 수비수 리차즈가 3백에 불평할 정도로 오히려 선수들이 혼란을 겪었다. 만치니 감독의 대표적인 패착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스쿼드의 힘 때문인지 약팀을 상대로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도르트문트-아약스보다 조직력이 덜 다듬어진 인상을 지우지 못했다. 아무리 죽음의 조에 포함되었지만 선수층만을 놓고 보면 세 클럽에게 결코 밀리지 않거나 또는 압도한다. 이전부터 야야 투레, 실바에 편중되었던 미드필더들의 공격 전개가 달라지지 않았던 또 다른 문제점까지 포함하면 만치니 감독이 경질되는 시나리오는 결코 어색하지 않다.
이제는 맨시티 결단이 필요하다
어쩌면 만치니 감독은 다음 시즌에도 맨시티를 이끌지 모른다. 프리미어리그 2연패 달성이 맨시티 감독직을 유지하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통해 맨시티와의 계약이 5년 연장된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맨시티는 자국 리그 성적에 만족하지 않아야 한다. 프리미어리그는 유럽 최고의 리그이며,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이다. 그에 걸맞게 이제는 첼시처럼 유럽 대항전을 통해 신흥 명문 클럽으로 거듭나야 한다.
만치니 감독은 소속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끄는 재주가 남다르다. 하지만 유럽 대항전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또는 돌풍이 필요한 맨시티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것과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그의 경질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경질 타이밍을 떠나 맨시티의 결단이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