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을 영입한 첼시의 또 다른 화두는 프랭크 램파드(34) 애슐리 콜(32)의 거취다. 첼시가 시즌 초반 30세 이상 선수의 계약 기간을 1년씩만 연장하겠다는 원칙을 세우면서 램파드-콜 이적설이 끊임없이 불거졌다.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가 지난 24일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은 올 시즌 종료 후 램파드와 콜이 스탬포드 브릿지를 떠날 것이라 믿는다"고 보도할 정도로 이적설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램파드-콜, 첼시와의 작별 가까워졌나?
첼시가 노장 선수들의 다년 계약에 긍정적이지 않은 이유는 세대교체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다. 전도유망한 20대 선수 중심의 스쿼드를 운영하겠다는 뜻. 디 마테오 전 감독 시절이었던 올 시즌 초반에는 아자르-오스카-마타 같은 20대 초중반에 속한 2선 미드필더들이 팀 공격을 주도했다. 기존에는 램파드가 중원에서 동료 선수와 힘을 합쳐 첼시 공격을 주도했으나 이제는 젊고 싱싱한 선수들이 첼시의 중앙과 측면을 휘젓고 있다. 20대 선수가 30대 선수와 달리 패기 넘치는 움직임을 자랑하면서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이 완성되는 특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첼시는 스쿼드 노령화에 시달렸다. 2008/09시즌 후반기 첼시 주전 선수들의 연령대는 27~33세였으며 필드 플레이어 10명의 평균 나이는 29.2세였다. 그러자 첼시는 이적시장 때마다 젊은 선수들을 보강하면서 노장 선수들을 점진적으로 정리했다. 팀 전력에 많은 기여를 했던 노장들도 예외는 없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아넬카, 지난 6월에는 드록바가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선화로 떠났다. 그 밖에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보싱와가 퀸즈 파크 레인저스로 이적했고 에시엔은 레알 마드리드로 임대됐다.
첼시는 지난 8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4차전 샤흐타르 도네츠크 전에서 필드 플레이어 10명을 모두 20대로 채웠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24.7세다. 램파드-콜-테리가 부상으로 결장했던 요인도 있었지만 3~4년전과 비교하면 스쿼드가 젊어졌다. 향후 첼시에는 새로운 젊은 선수들의 등장이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상황에서 램파드-콜이 이적설에 직면했으며 테리도 한때 발렌시아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다. 다만, 테리는 첼시가 최근 수비 불안에 빠지면서 경영진이 그의 존재감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램파드-콜은 첼시를 떠날 여지가 존재한다. 램파드는 올 시즌 경기력 저하와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켈-하미레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분위기다. 부상 회복 후 평소의 경기 감각을 되찾을지라도 내년이면 35세로서 신체적 능력이 저하되기 쉽다. 올 시즌 종료 후 첼시와의 계약이 만료되며 상하이 선화, 베이징 궈안, 구어저우 런허(이상 중국) LA 갤럭시(미국)의 영입 관심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도 램파드와 더불어 올 시즌이 끝난 뒤 계약이 종료된다. 첼시의 1년 계약 연장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레알 마드리드, 파리 생제르맹 같은 유럽 부자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게 됐다.
램파드-콜, 그래도 첼시에 필요한 이유
그러나 램파드-콜 이적은 섣부른 느낌이 없지 않다. 첼시가 지난 21일 챔피언스리그 32강 5차전 유벤투스 원정에서 0-3으로 완패했던 원인 중 하나는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줄 리더가 없었다. 램파드-테리가 부상으로 결장한 것이 아쉬운 대목. 두 선수 이외에는 젊은 선수들의 구심점이 될 만한 선수가 마땅치 못한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콜의 경우 측면에서 활동하는 특성상 경기 중 선수들을 독려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램파드-콜이 팀을 떠날 경우 첼시에서 리더의 역할을 맡을 선수는 테리 뿐이다. 하지만 테리는 30대에 접어들면서 이전에 비해 순발력이 느려진 문제점을 노출했다. 올 시즌 초반에는 판단력 미스로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근 첼시의 수비 불안을 감안할 때 여전히 믿음직한 센터백임에 분명하나 과거 만큼의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테리 한 명으로는 동료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하다. (물론 선수단 내부에서 새로운 리더가 등장할 가능성이 없지 않겠지만)
드록바 이탈도 아쉬움이 없지 않다. 단순히 드록바와 작별한 것이 아닌 최전방에서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맡을 선수를 잃은 것. 토레스가 드록바 대체에 실패했던 이유는 첼시 공격의 새로운 리더라는 존재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이는 첼시의 세대교체가 완성되지 못했음을 뜻한다. 팀에 젊은 선수들이 즐비한 것은 좋은 일이나 때로는 연륜이 쌓인 노장들이 필요할 때가 있다.
현 시점에서 램파드-콜이 첼시를 떠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첼시 전력에 제외되어야 할 선수들은 아니다. 램파드는 부상 이전까지 팀의 붙박이 주전으로 뛰었으며 콜은 여전히 왼쪽 측면 수비 공간을 휘젓고 있다. 두 선수가 첼시 전력에서 완전히 빠지려면 미켈-하미레스 더블 볼란테 조합, 버틀랜드가 일취월장한 경기력을 꾸준히 발휘하며 팀 전력을 좌지우지할 선수로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노장의 힘이 필요한 이유다. 내년 봄이나 여름에는 이야기가 다를 수 있으나 현 시점에서 램파드-콜이 첼시를 떠나는 시나리오는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