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는 로베르토 디 마테오 전 감독의 후임으로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을 선임했다. 2012/13시즌 종료까지 첼시의 임시 감독직을 맡기기로 한 것. 휴식중인 호셉 과르디올라 전 FC 바르셀로나 감독을 다음 시즌 정식으로 영입하기 위해 베니테즈 감독을 임시 감독으로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 베니테즈 감독은 2010년 12월 인터 밀란에서 경질 된 이후 1년 11개월 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첼시의 올 시즌 성적은 베니테즈 감독 지도력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첼시가 베니테즈 감독 영입하면서 얻는 효과는?
첼시는 지난 몇년 간 잦은 감독 교체를 단행하면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시즌 중 감독 교체가 오히려 성적 향상의 호재로 작용했다. 2007/08시즌 첼시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준우승)을 이끈 그랜트 전 감독, 2008/09시즌 첼시의 FA컵 우승 및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주도했던 히딩크 감독(현 안지), 2011/12시즌 첼시의 챔피언스리그-FA컵 동시 우승을 지휘했던 디 마테오 당시 감독 대행이 그 예다. 이번에는 베니테즈 감독 영입을 통해서 성적 향상을 기대하게 됐다.
현실적으로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16강 극적 진출은 어렵다. E조 1~2위를 기록중인 샤흐타르, 유벤투스와의 승자승 원칙에서 밀리기 때문.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탈락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전념할 명분으로 작용하게 된다. 유로파리그(E조 3위로 32강 마칠 경우)가 챔피언스리그보다 덜 중요하기 때문. 비록 베니테즈 감독은 리버풀 사령탑 시절 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2000년대 초반 발렌시아를 지휘했을때는 두번이나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끌었다. 지도자로서 경험이 풍부한 것도 또 하나의 강점이다.
베니테즈 감독은 리버풀 사령탑 시절 로테이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특징이 있다.(효율성에 대해서 논란이 있지만) 프리미어리그와 유럽 대항전 등을 병행할 첼시 주축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첼시는 다음달이면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을 가리는 FIFA 클럽 월드컵 우승을 위해 일본을 찾게 된다. 로테이션 시스템 활용이 불가피한 실정. 베니테즈 감독은 2년 전 인터 밀란 사령탑으로서 FIFA 클럽 월드컵 우승을 이끈 경력이 있다. 참고로 디 마테오 전 감독은 올 시즌 로테이션 활용이 적절치 못했던 아쉬움을 남겼다.
안첼로티-AVB-디 마테오가 해내지 못한 것, 베니테즈는?
첼시의 베니테즈 감독 영입은 토레스 부활을 기대하는 심리가 강하다. 실제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오래전부터 토레스를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1월 이적시장에서 그를 영입하기 위해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였던 5000만 파운드(약 866억 원)를 지출했다. 하지만 토레스는 들쭉날쭉한 활약을 거듭하며 먹튀라는 오명을 받았다. 안첼로티 감독(현 파리 생제르맹), 빌라스-보아스 감독(AVB, 현 토트넘), 디 마테오 전 감독도 토레스를 부활시키지 못했다.
반면 베니테즈 감독은 이전 첼시 감독들과 달리 토레스 활용에 능했다. 실제로 토레스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2007/08~2009/10시즌은 베니테즈 감독이 리버풀 지휘봉을 잡았던 기간이었다. 당시의 리버풀은 토레스의 골 생산을 편리하게 했다. 제라드-베나윤-카위트-알론소 같은 미드필더들이 빼어난 패싱력과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허물며 토레스의 문전 침투를 도왔다. 토레스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보다 최전방에서 볼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늘리며 개인 경기력을 개선했다.
하지만 베니테즈 감독의 등장이 토레스 부활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아무리 리버풀 감독 시절에는 토레스를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키웠지만, 리버풀 시절의 토레스와 첼시의 토레스는 폼이 다르다. 지금의 토레스는 리버풀 시절 만큼의 킬러 본능을 과시하지 못했다. 볼을 다루는 솜씨도 예전보다 불안정하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포함하여 2년 넘게 기대에 미치지 못한 활약을 펼치면서 심리적으로 지쳤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토레스의 또 다른 문제점은 첼시 이적후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에 맥을 못추는 경우가 많아졌다. 리버풀 시절에는 제라드 같은 조력자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고비를 넘겼지만 첼시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최근에는 아자르-오스카-마타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이 많이 뛰었던 이유 때문인지 상대 미드필더들의 강력한 압박에 시달리며 스위칭 위력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토레스의 최전방 볼 터치가 쉽지 않게 됐다. 리버풀 시절과 다른 환경에서 경기를 펼치는 중이다.
더욱이 베니테즈 감독은 첼시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어야 하는 입장이다. 계약상 올 시즌까지 첼시 지휘봉을 잡기로 했으나 만약 스탬포드 브릿지에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강하면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이라는 명분을 얻어야 한다. 팀 성적을 위해 토레스를 포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현실적이지 않은 가설이다. 첼시의 현 스쿼드에서 공격수가 부족하기 때문. 그러나 토레스 부진이 계속 될 경우 어느 시점에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40여일 뒤 1월 이적시장이 개장한다. 과연 베니테즈 감독은 토레스를 벼랑 끝에서 탈출 시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