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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애슐리 영-발렌시아, 득점 본능 어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올 시즌 화두는 공격력 강화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었던 로빈 판 페르시의 영입, 그리고 판 페르시와 웨인 루니 콤비의 완성을 통해 많은 골을 넣으며 우승하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최근에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본래의 득점력을 회복하여 벤치 신세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실력으로 과시했다. 공격진 무게감을 놓고 보면 프리미어리그 디펜딩챔피언이자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다. 어쩌면 맨체스터 시티보다 더 강할수도 있다.

그러나 측면 미드필더들의 득점력은 예전보다 부족하다. 주전 윙어로 분류되는 애슐리 영과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2012/13시즌에 접어들면서 아직까지 골이 없다. 애슐리 영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6경기에서 1도움에 그쳤으며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경기 뛴 것에 만족했다. 8월 25일 풀럼전 이후 두달 간 경기에 뛰지 못했던 실전 감각 저하 때문인지 6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진 것.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25경기 6골 7도움, 챔피언스리그 3경기 1골, 유로파리그 4경기 1골을 넣었을 때 보다 파괴력이 떨어졌다.

발렌시아는 프리미어리그 10경기(3도움), 챔피언스리그 2경기에서 골이 없었다. 일부 경기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뛰었으나 윙어로 더 많이 출전했다. 개인 경기력은 애슐리 영보다 나은 편이지만 맨유의 상징인 7번 유니폼을 착용한 선수 답지 않게 자신의 힘으로 경기를 바꾸는 재주가 부족했다. 애슐리 영-나니 같은 공격 성향의 윙어들에 비해서 수비적인 비중이 많았고, 주연보다는 조연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쳤으나 측면 미드필더로서 골이 없는 아쉬움을 지우지 못했다.

애슐리 영-발렌시아의 득점력 부족은 맨유 공격의 단조로움을 키웠다. 맨유가 지난 주말 노리치 원정에서 0-1로 패한 원인 중에 하나는 두 윙어의 기동력이 좋지 못했다. 노리치 선수들이 전방위적인 움직임을 과시하면서 맨유 선수들의 활동이 제약받은 것. 애슐리 영과 발렌시아가 윙어로서 더 많이 뛰어다닐 필요가 있었으나 상대 수비를 뚫으려는 돌파가 위협적이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맨유의 공격 전개가 긱스-캐릭으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쪽으로 치우치면서 다양한 공격 전개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흥미롭게도 두 윙어는 박지성(현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옛 경쟁자였다. 박지성이 지난 여름 맨유를 떠났던 여파 때문인지 예전만큼의 공격력을 과시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들을 자극 시켜줄 웰백-나니 같은 로테이션 멤버들의 최근 행보가 좋지 않다. 웰백은 판 페르시-카가와 가세로 포지션 이동이 잦아진데다 출전 시간까지 꾸준하지 못하면서 경기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나니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팀을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지금의 애슐리 영-발렌시아 조합은 맨유가 지난 10시즌 동안 선보였던 측면 조합(주요 선수 기준) 중에서 가장 공격력이 저조할지 모른다. 과거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라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가 존재했고, 라이언 긱스는 2000년대 중반까지 윙어로서 최상의 공격력을 과시했다. 박지성은 2010/11시즌까지 윙어로서 능수능란한 활약을 펼쳤으며 '수비형 윙어의 창시자'라는 호평을 받았다. 애슐리 영-발렌시아-나니는 과거에 뛰어난 공격력을 발휘했으나 올 시즌에 접어들면서 정체됐다.

맨유가 지난 시즌 무관을 극복하려면 미드필더들의 공격 전개 능력을 키워야 한다. 중원에 특출난 플레이메이커가 마땅치 못한 팀 특성상 애슐리 영-발렌시아 같은 윙어들의 꾸준한 맹활약이 필요하다. 루니의 원맨쇼 기질 만으로는 우승 달성이 버겁다. 윙어가 때에 따라 골 욕심을 부려야 판 페르시-루니 같은 공격수들이 상대 수비 견제 부담에서 벗어나며 중앙 미드필더들이 과부하에 빠지지 않게 된다. 애슐리 영-발렌시아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