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첼시의 디 마테오 경질, 현실화 되나?

 

첼시가 21일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본선 E조 5차전 유벤투스 원정에서 0-3으로 패했다. E조에서 2승1무2패로 승점 7점에 머무르며 유벤투스(승점 9점)에게 조 2위를 허용하면서 3위로 추락했다. 승자승 원칙에서도 샤흐타르 도네츠크, 유벤투스에게 밀리게 됐다. 만약 유벤투스가 6차전 샤흐타르 도네츠크전에서 최소 승점 1점을 따낼 경우 첼시는 노르셸란을 꺾을지라도 승자승 원칙에서 밀려 32강에서 탈락한다. 유벤투스 원정 완패가 뼈아프다.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현지 시간으로 19일 기사에서 첼시가 유벤투스전에서 패하면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이 경질되고 호셉 과르디올라 전 FC 바르셀로나 감독이 새로 부임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과르디올라 전 감독의 스탬포드 브릿지 입성이 현실화될지는 알 수 없으나 디 마테오 감독의 경질 가능성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 유럽 챔피언을 지키고 싶어하는 첼시에게 챔피언스리그 32강 탈락과 유로파리그 출전은 결코 어울리지 않다.

유벤투스전에서 드러난 첼시의 문제점

첼시의 유벤투스 원정 완패는 예견된 시나리오였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에 그쳤던 내림세가 챔피언스리그에 영향을 끼쳤다. 선수들이 경기를 이기겠다는 자신감이 위축된 상태에서 유벤투스 원정에 임한 것. 실제로 유벤투스전에서는 상대팀의 승리욕이 일취월장했다. 통계상으로도 유벤투스 원정이 불안했다. 최근 챔피언스리그 이탈리아 원정 4경기에서 1무3패로 고전했다. 이번 유벤투스전 패배까지 포함해서 1무4패로 늘어나면서 이탈리아 원정에 약한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유벤투스전 패배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젊은 스쿼드에서 중심을 잡아줄 노장이 마땅치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는 테리-램파드-드록바 같은 황금세대가 존재했으나 지금은 부상으로 유벤투스전에 뛰지 못했거나 다른 리그로 떠났다. 루이스-케이힐 센터백 조합은 최근 수비 불안을 거듭하면서 테리 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미켈-하미레스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은 램파드 존재감을 지우지 못했고, 토레스는 드록바의 대안이 되지 못했다. 애슐리 콜-이바노비치-체흐 같은 경험 있는 선수들이 영건들을 독려하기에는 포지션에서 한계가 있다.

둘째는 변칙 작전이 실패했다. 디 마테오 감독은 아자르를 펄스 나인으로 활용하는 제로톱, 아스필리쿠에타를 오른쪽 윙어로 두는 포지션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급조된' 제로톱이 유벤투스의 '완성된' 스리백을 공략하는 것은 무리였다. 디 마테오 감독이 수비에 무게감을 두는 경기를 펼친데다 아스필리쿠에타가 수비형 윙어 역할을 맡으면서 아자르-마타-오스카만이 공격에 전념하게 됐다. 하지만 세 선수가 박스 안에서 수비수들과 경합하는 것은 무리였다. 아자르-마타는 170cm대에 속하는 단신이며 오스카 신장은 180cm지만 몸싸움이 발달된 선수는 아니다.

이는 디 마테오 감독의 자충수였다. 기복이 심한 토레스를 벤치로 내리면서 마타-아자르-오스카 같은 개인 능력이 특출난 테크니션들의 공격력 극대화를 시도했으나 무득점으로 역효과에 빠졌다. 후반 15분에는 아스필리쿠에타를 빼고 모제스, 후반 26분에는 미켈을 빼고 토레스를 투입하는 공격적인 선수 기용을 펼쳤으나 아무 소용 없었다. 원정 경기 특성상 수비에 비중을 두지 않을 수 없지만 제로톱을 활용하기에는 피지컬이 강하거나 상대 수비를 흔드는 움직임이 특출난 공격 옵션이 부족했다. 또한 첼시의 제로톱 활용은 디 마테오 감독이 토레스를 믿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과연 디 마테오 감독은 경질될까?

디 마테오 감독은 유벤투스전 완패를 계기로 경질 위협을 받게 됐다. 유벤투스전 한 경기 때문만은 아니다. 첼시는 유벤투스전 이전까지 최근 7경기에서 2승2무3패로 고전했고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최근 4경기 2무2패로 부진했다. 시즌 초반 프리미어리그에서 1위를 질주했으나 현재 3위로 떨어지면서 디 마테오 감독 능력에 의구심을 보내는 외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토레스 부진, 테리-램파드 부상, 메이렐레스-에시엔 이탈로 불안해진 중원을 감안해도 저조한 성적을 거듭한 것 자체가 디 마테오 감독의 입지를 불안정하게 한다.

어느 팀이든 위기는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첼시는 매 시즌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원하는 클럽이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2003년 여름 팀을 인수한 이후부터 2012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기까지 여러명의 감독을 내쳤던 것도 유럽 챔피언을 향한 욕심 때문이었다. 천하의 무리뉴 감독(현 레알 마드리드) 안첼로티 감독(현 파리 생제르맹)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하면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야 했다. 그랜트 전 감독은 2007/08시즌 첼시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이끌었으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승부차기 패배로 경질됐다.

디 마테오 감독은 지난 시즌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지도자다. 냉정히 말하면 지난 시즌까지의 업적이었을 뿐이다. 만약 첼시가 챔피언스리그 32강에서 탈락할 경우 디 마테오 감독의 경질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른다. 극단적으로는 디 마테오 감독의 경질 타이밍이 생각보다 빠를 수도 있다. 디 마테오 감독이 챔피언스리그 탈락 이후에 변함없이 지휘봉을 잡을지라도 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여부가 감독직 유지의 기준이 될 것이다.

잦은 감독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 감독이 구현하려는 전략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K리그의 경우 김호곤 울산 감독의 '철퇴축구'가 정착하기까지 대략 2년 6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랫동안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황금기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첼시는 단기간 성적에 급급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챔피언스리그 우승 여부에 민감하다. 디 마테오 감독 경질 시나리오는 첼시 특성상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물론 디 마테오 감독이 떠난다고 첼시의 모든 문제점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