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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의 토레스 딜레마, EPL 3위 추락 원인

 

첼시가 12일 리버풀전에서 1-1로 비기면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위로 추락했다. 시즌 초반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질주했으나 최근 3경기에서 2무1패에 그치면서 맨체스터 두 팀에게 1~2위를 허용했다.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승점 차이는 3점이며 향후 프리미어리그에서 꾸준히 승리하지 못하면 선두 탈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침체 원인은 원톱을 맡는 페르난도 토레스와 관련이 깊다.

토레스의 완벽 부활? 기복이 심하다!

토레스는 이번 리버풀전에서 팀이 1-1로 비겼던 후반 36분에 교체됐다. 팀의 중요한 승부처에서 공격수가 교체된 것은 몸이 아프지 않았던 상황이라면 질책성 교체 성격이 짙다. 스리백을 활용했던 리버풀 견제에 시달렸음을 감안할 때 움직임이 준수했으나 슈팅 4개를 놓치면서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공격수가 매 경기마다 골을 기록할 수는 없지만 경기 종료 10여분을 앞두고 교체된 것은 체력 저하 또는 그동안 누적된 '골 부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 8일 UEFA 챔피언스리그 샤흐타르전에서는 팀이 2-2로 비겼던 후반 44분에 교체됐다.

어쩌면 지금의 토레스는 90분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 부족할지 모른다. 지난 여름에 스페인 대표팀 일원으로 유로 2012에 참가하여 득점왕을 달성했으며 2012/13시즌 개막 이전에는 커뮤니티 실드 맨체스터 시티전에 뛰었다. 올 시즌에는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전했다. 각종 대회를 포함하여 17경기에 선발 출전했으며 교체로 투입된 경기가 없었을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토레스는 올 시즌 17경기에서 7골 1도움 기록했다. 지난해 1월 첼시 이적 이후 극심한 골 부족에 시달렸음을 상기하면 크게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10경기 4골은 첼시의 원톱으로서 부족함이 느껴지는 숫자다. 2선 미드필더로 활약중인 아자르-오스카-마타가 이타적인 플레이에 치중했음을 고려할 때 토레스는 더 많은 골을 넣었어야 했다. 더욱이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32경기에서는 6골 4도움에 그쳤다. 그 중에 20경기에서 선발 출전했으나 골이 부족한 아쉬움을 해소하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최다 이적료(5000만 파운드, 약 865억 원)를 기록했던 선수로서 지금까지 첼시에서의 활약상이 아쉬운 것은 분명하다.

한때는 부활 성공 기미를 보였다. 지난 8월 12일 맨체스터 시티전(커뮤니티 실드)부터 8월 25일 뉴캐슬전까지 4경기에서 3골 넣었으며, 9월 29일 울버햄프턴전(캐피털 원 컵)부터 10월 6일 노리치전까지 4경기에서 3골 기록하며 첼시의 원톱으로서 구김살 없는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꾸준함이 부족했다. 뉴캐슬전, 노리치전 이후 4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렸던 공통점이 있다. 팀의 주전 공격수로서 믿음감을 심어주지 못한 것이다. 만약 지속적으로 골을 터뜨렸다면 최근 2경기 연속 교체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토레스는 프리미어리그 최근 4경기 연속 골이 없었다. 토트넘전, 맨유전, 스완지 시티전, 리버풀전에서 골 침묵에 시달렸던 것. 첼시는 토트넘전에서 이겼으나 그 이후 3경기 연속 승리에 실패하면서 프리미어리그 3위로 추락했다. 맨유전의 경우 심판의 오심이 아쉽겠지만 스완지전, 리버풀전에서 이기지 못한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첼시의 3위 추락은 토레스 딜레마를 풀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토레스 딜레마, 또 다른 문제점은?

문제는 첼시의 플랜B가 마땅치 않다. 토레스가 없을 때의 경기력이 좋지 못한 것. 리버풀전에서는 스터리지가 토레스를 대신해서 교체 투입했으나 짧은 출전 시간을 감안해도 딱히 인상적이지 못했다. 더욱이 스터리지는 디 마테오 감독 부임 이후 빌라스-보아스 전 감독 시절에 비해서 많은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실전 감각 부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첼시의 원톱 자원이 토레스, 스터리지 밖에 없는 것도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다.

올 시즌 첼시 전술의 핵이었던 아자르-오스카-마타로 짜인 2선 미드필더 라인의 활발한 스위칭도 상대 수비에게 읽혔다. 첼시가 이번에 상대했던 리버풀이 3-5-2를 활용한 배경은 아자르-오스카-마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토레스의 볼 터치를 줄이겠다는 의도였으며 어느 정도의 성과를 봤다. 세 명의 개인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으나 수비 숫자를 늘린 리버풀 압박에 직면하면서 빈 공간을 창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수비 불안을 의식했는지 공격 참여 인원이 많지 않았던 것도 2선 미드필더들의 연계 플레이를 끌어 올리지 못했던 윈인으로 작용한다.

첼시는 시즌 초반에 아자르-오스카-마타 트리오 효과를 봤으나 점점 공격 전술이 경직된 단점에 직면했다. 리버풀전 이전이었던 맨유전, 스완지 시티전에서도 상대팀 미드필더들의 강력한 압박에 시달리면서 최상의 공격력을 과시하지 못했으며 승점 3점을 따내는데 실패했다. 특히 리버풀전에서는 디 마테오 감독의 전술 변화가 필요했으나 위기 대응이 부족했다.

만약 드록바 같은 전형적인 타겟맨이 첼시 공격진에 존재했다면 아자르-오스카-마타을 활용한 공격 전술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드록바는 이미 첼시를 떠난 선수이며, 토레스는 드록바와 다른 타입의 공격수다. 하지만 토레스는 첼시 이적을 기점으로 볼 키핑력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첼시의 공격이 아자르-오스카-마타에게 치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챔피언스리그 2연패 및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첼시로서는 어떻게든 토레스 딜레마를 풀어야 한다. 적어도 1월 이적시장 이전까지는 토레스의 거듭된 분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