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가 도르트문트와 접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7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D조 4차전 도르트문트와의 홈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전반 28분 마르코 로이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전반 34분 페페 동점골로 따라잡았다. 전반 45분에는 알바로 아르벨로아가 자책골을 범하면서 후반 막판까지 1-2로 뒤졌으나 메수트 외질이 후반 44분 동점 프리킥 골을 넣으며 간신히 승점 1점을 얻었다.
이로써 레알과 도르트문트는 각각 D조 2위(승점 7점)와 1위(승점 8점)를 유지했다. 3위 아약스가 4위 맨체스터 시티와 2-2로 비기고 승점 4점을 기록하면서 레알과 도르트문트의 동반 16강 진출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외질의 동점골이 없었으면 레알은 아약스와의 승점 차이가 2점으로 좁혀지면서 앞으로 남은 일정까지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며 도르트문트는 조 1위를 굳혔을 것이다. 레알은 외질 동점골로 도르트문트를 승점 1점 차이로 추격하여 남은 5~6차전에서 조 1위에 도전하게 됐다.
[전반전] 도르트문트의 2-1 리드, 레알의 고전
경기는 예상대로 홈팀 레알이 볼을 잡을 기회가 많았다. 전반 10분 점유율에서 63-37(%)로 앞섰다. 하지만 후방에서 볼을 돌리는 시간이 길어졌을 뿐 공격 옵션들이 도르트문트 압박에 막히면서 패스 활로를 개척하지 못했다. 오히려 슈팅에서는 도르트문트가 3-2(개)로 앞섰다. 전반 8분에는 왼쪽 풀백 슈멜처가 레알 오른쪽 수비를 뚫고 오버래핑을 펼치는 과정에서 슈팅을 날리는 장면이 있었다. 수비라인을 올리면서 점유율을 강화했던 레알의 약점을 노렸다. 피슈체크는 호날두, 켈-귄도간으로 짜인 더블 볼란테는 외질을 밀착 견제하면서 도르트문트가 주도권을 잡게 됐다.
도르트문트는 전반 중반에 접어들면서 지공으로 경기를 풀었다. 공격 템포를 늦추면서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의도. 이에 레알은 전반 21분 이과인이 후방에서 찔러준 로빙패스를 받아 호날두에게 슈팅 기회를 열어줬다. 호날두 슈팅은 골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도르트문트가 공격에 초점을 맞췄던 사이에 로빙패스를 시도하면서 상대팀의 허를 찔렀다. 그 이후 레알의 공격 기회가 늘어났지만 이과인이 연계 플레이에서 실수를 범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외질도 딱히 눈에 띄지 못했다.
팽팽했던 '0'의 흐름은 전반 28분 로이스 선제골로 깨졌다. 로이스는 레알의 박스 오른쪽 안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아르벨로아 마크를 뚫고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 이전에 레반도프스키가 공중볼을 따낸 뒤 로이스에게 패스를 밀어줬던 장면이 위협적이었다. 1-0으로 앞선 도르트문트는 수비를 강화하면서 레알 선수들을 거침없이 압박했다. 동점골이 절실했던 레알은 상대 선수들의 밀착 견제에 시달리며 패스 지점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원투패스와 스루패스보다는 백패스와 횡패스 비중이 많을 수 밖에 없었고 근처에 있는 선수에게 가벼운 패스를 밀어주는데 급급했다.
도르트문트에게 끌려 다녔던 레알은 전반 34분 페페 동점골로 1-1 균형을 맞추었다. 외질의 왼쪽 크로스가 페페의 헤딩 슈팅으로 이어진 것. 지난 32강 3차전과 동일한 양상의 경기가 펼쳐졌다. 당시 레알은 파상공세를 펼쳤으나 도르트문트의 견고한 압박에 막혀 힘든 경기를 펼쳤고, 전반 36분 레반도프스키가 선제골을 넣은지 2분 만에 호날두가 동점골을 넣었다. 이번 4차전에서는 골 넣은 선수만 바뀌었을 뿐 경기 흐름은 3차전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도르트문트가 레알의 전략을 간파했다는 뜻이다. 다만, 수비를 강화했음에도 레알에게 두 경기 연속 동점골을 허용한 것이 옥의 티다.
전반 45분에는 아르벨로아가 자책골을 헌납하면서 도르트문트가 2-1로 앞섰다. 괴체가 문전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레반도프스키가 왼쪽에서 찔러준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을 날렸을 때 볼이 아르벨로아 오른발을 맞고 골이 됐다. 이 과정에서 레알의 수비 약점이 노출됐다. 바란이 레반도프스키와의 공중볼 싸움에서 밀렸고, 라모스-페페는 그로스크로이츠의 마크를 놓치면서 괴체가 빈 공간으로 침투하면서 골 기회를 얻게 됐다. 괴체 옆에 있던 아르벨로아가 재빨리 달려갔으나 오히려 자책골을 내줬다. 아르벨로아는 첫번째와 두번째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후반전] 공격에 올인했던 레알, 외질 동점골로 간신히 무승부
레알은 후반 시작과 함께 두 명의 선수를 교체 투입했다. 이과인-모드리치를 대신해서 카예혼-에시엔이 조커로 기용됐다. 호날두-디 마리아가 투톱으로 올라갔으며 카예혼-외질이 좌우 날개를 맡았다. 디 마리아가 호날두보다 앞쪽에서 위치를 잡는 경우가 많아진 것, 카예혼이 왼쪽 측면과 중앙을 번갈아가는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에시엔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후반 2분에는 카예혼 슈팅이 도르트문트의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동점골이 무산됐다. 하지만 그라운드를 밟은지 2분 만에 결정적 골 기회를 노렸던 카예혼의 공격은 강력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동점골이 필요했던 레알은 4-4-2 전환 이후 전반전보다 연계 플레이가 수월해졌다. 카예혼이 조커로서 활발히 움직였고 호날두-디 마리아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후반전을 주도하게 됐다. 전반전에 비해 중앙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장면이 자연스러워졌다. 후반 20분에는 카예혼이 문전 침투 과정에서 호날두 패스를 받아 골 기회를 노렸다. 때때로 디 마리아와 스위칭하면서 중앙 공격을 시도하며 도르트문트 수비를 흔들었다. 그러나 외질이 오른쪽 측면에서 활발히 움직이지 못하면서 호날두-디 마리아-카예혼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도르트문트 수비가 알아채면서 레알의 골 생산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레알은 후반 시작부터 25분까지 슈팅 7개를 날렸다. 슈팅이 없었던 도르트문트와 달랐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의 방패가 레알의 창보다 더 강했다. 수비에 올인하면서 레알의 공격을 막는데 집중했던 것. 추가골보다는 2-1 리드를 지키겠다는 심산이었다. 후반 33분에는 골키퍼 바이덴펠러가 호날두 슈팅을 막아내면서 실점 위기를 막았다. 그 이전에 레알은 후반 31분 아르벨로아를 빼고 카카를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우면서 남은 시간 공격에 집중하게 됐다.
후반 44분에는 외질이 동점 프리킥 골을 터뜨렸다.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왼발 인사이드 프리킥을 쏘아올리며 레알을 패배의 수렁에서 구출했다. 경기 내내 부진했으나 후반 막판에 동점골을 넣으며 체면을 세웠다. 만약 레알이 1-2로 경기를 마쳤다면 도르트문트와의 2경기에서 모두 패하면서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보의 자존심을 구겼을 것이다. 레알은 2-2로 경기를 마치면서 도르트문트와 함께 승점 1점을 따냈다.
-레알 마드리드vs도르트문트, 출전 선수 명단-
레알 마드리드(4-2-3-1) : 카시야스/아르벨로아(후반 31분 카카)-페페-바란-라모스/모드리치(후반 0분 에시엔)-알론소/호날두-외질-디 마리아/이과인(후반 0분 카예혼)
도르트문트(4-2-3-1) : 바이덴펠러/슈멜처-훔멜스-수보티치-피슈체크/켈-귄도간(후반 28분 페리시치)/그로스크로이츠-괴체(후반 45분 라이트너)-로이스(후반 28분 벤더)/레반도프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