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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휴즈-만치니, 맨시티 전현직 감독들의 위기

 

어느 스포츠 종목이든 팀 성적이 부진하면 감독이 경질되거나 사임하는 경우가 많다. 팀 성적이 좋아도 구단과의 석연치 못한 관계 또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감독직을 내려 놓는 지도자들도 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대단한 이유는 화려했던 우승 경력 못지않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26년 동안 장기 집권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감독직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위기에 빠진 지도자를 꼽으라면 마크 휴즈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 감독, 로베르토 만치니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감독을 들 수 있다. 휴즈 감독은 QPR이 프리미어리그 10경기째 1승을 거두지 못하면서 경질설이 제기됐다. 만치니 감독은 맨시티의 챔피언스리그 부진에 발목 잡혔다. 맨시티는 32강 D조 4위(2무2패)에 그치면서 16강 진출 실패가 유력하다. 공교롭게도 두 지도자의 공통점은 맨시티 전현직 감독이다.

QPR 10경기 4무6패, 과연 휴즈 감독만의 책임일까?

QPR은 프리미어리그 20개 클럽 중에서 유일하게 1승을 거두지 못했다. 10경기 동안 4무6패에 그쳤다. 9라운드까지 꼴찌에 속했으나 10라운드 레딩전에서 비기면서 사우스햄프턴과 골득실에서 앞선 끝에 19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여름 이적시장에서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성사했던 것과 달리 저조한 성적과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거듭했다. 휴즈 감독을 향한 외부의 시선이 따가울 수 밖에 없다.

휴즈 감독에게 QPR 성적 부진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QPR은 1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한결같이 공격 과정에서의 세밀한 연계 플레이가 부족했다. 자모라-시세-호일렛 같은 기존 공격수들의 역량 부족을 감안해도 다른 팀들에 비해 상대팀 박스 안쪽을 공략하는 공격 전개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현재 QPR은 프리미어리그 최소 득점 공동 2위(10경기 8골)에 머물렀다. 지금은 시즌 초반에 비해 수비력이 안정되었으나 여전히 골 부족에 발목 잡히면서 1승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휴즈 감독이 2000년대 후반 맨시티 지휘봉을 잡았을 시절과 유사하다. 당시 맨시티는 아데바요르-테베스-벨라미 같은 공격수들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단점이 있었다. 상대 수비를 허무는 조직적인 공격 전개가 지속적으로 연출되지 못하면서 맨시티가 굴곡이 심한 경기를 거듭하게 됐다. 여기에 성적 부진까지 겹쳐 휴즈 감독은 2009년 12월 경질됐다.

그러나 QPR 19위 부진은 휴즈 감독만의 문제가 아니다. 레딩전에서는 몇몇 공격 옵션들의 이기적인 플레이가 논란으로 떠올랐다. 그 이전에도 제기되었던 단점이었으나 팀의 1승이 절실했던 레딩전마저 동료를 위해 헌신하는 마음이 부족했다. 당연히 톱니바퀴 같은 공격 전개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휴즈 감독이 선수들의 잘못된 태도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달라지지 않았다. QPR 부진 탈출의 쐐기를 박을 공격수가 마땅치 못한 것도 팀의 승점 관리를 어렵게 했다.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휴즈 감독의 경질을 원치 않고 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 12명을 보강하면서 조직력이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여전히 휴즈 감독을 믿고 있는 것. 하지만 QPR이 11라운드 스토크 시티전 또는 12라운드 사우스햄프턴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경우 휴즈 감독을 향한 인내심이 한계에 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휴즈 감독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1승이다.

맨시티 챔스 부진, 만치니 감독 책임 맞다

만치니 감독은 지난 7월 맨시티와 2017년까지 5년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끈 공로가 컸다. 하지만 계약 기간 5년을 채울지 의문의 시각이 존재한다. 인터 밀란 사령탑 시절을 포함해서 정규리그에는 강했지만 유럽 대항전에서 유독 약했다. 맨시티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는 2010/11시즌 유로파리그 16강 탈락, 2011/12시즌 챔피언스리그 32강 탈락-유로파리그 16강 탈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맨시티의 유럽 정상 등극을 이끌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맨시티는 올 시즌에도 유럽 대항전에서 부진했다. 챔피언스리그 32강 D조 4차전을 마친 현재 2무2패로 4위에 그치면서 16강 진출 좌절 위기에 놓였다. 32강 탈락 후보로 꼽혔던 아약스와의 2경기에서 1무1패에 그치면서 승점 관리에 실패했다. 앞으로 남은 도르트문트전, 레알 마드리드전을 모두 이겨도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만약 D조 4위로 32강을 마칠 경우 시즌 하반기에 유로파리그를 치를 수 없다. 프리미어리그 2연패에 전념하는 여건이 마련되나 '만치니 감독은 유럽 대항전에 약하다'는 인식이 더욱 굳어질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는 맨시티의 챔피언스리그 부진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경험 부족이 거론됐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중앙 공격에 비중을 두는 만치니 감독의 전술이 상대팀에게 완전히 읽혔다. 레알 마드리드, 도르트문트, 아약스전에서 상대팀의 끈질긴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한 것. 아약스와의 32강 4차전에서도 공격 옵션들이 연계 플레이 과정에서 상대팀의 거센 압박에 시달리며 박스 안쪽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 팀 공격의 창의성을 불어 넣는 실바의 결장을 감안해도 맨시티 선수들의 화려한 이름값이라면 챔피언스리그 2무2패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이번 아약스전에서는 전반 10분과 17분 세트 피스 상황에서 심 데 용에게 실점한 것이 1승 실패의 빌미가 됐다. 선수들이 세트 피스시의 집중력이 부족했다. 평소 세트 피스를 대비하는 연습이 부족했거나 선수들의 안일한 대처가 아쉬웠다. 만치니 감독이 선수들에게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긴장감을 조성했거나 동기부여를 통해 승리의 필요성을 각인 시켰는지 의문이다.

만치니 감독은 휴즈 감독에 비해 경질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지난 시즌 맨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끈 공로에 의해 적어도 올 시즌 중에 팀을 떠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한 유럽 대항전에 약한 기질은 맨시티를 고민에 빠뜨리게 한다. 잉글랜드의 빅 클럽으로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만족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