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격돌했던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두드러진 차이점은 로빈 판 페르시의 존재감이었다. 아스널은 판 페르시 이적 공백을 메우지 못한 약점을 드러냈고, 맨유는 판 페르시의 전반 3분 선제골이 90분 동안 경기를 지배하는 원동력이 됐다. 맨유의 2-1 승리는 당연한 결과였다. 물론 아스널이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판 페르시를 지켰더라도 맨유전 승리는 버거웠다. 이번 맨유전까지 올드 트래포드에서 치렀던 최근 9경기에서 1무8패로 부진했다.
문제는 아스널의 올 시즌 성적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4승3무3패로 7위를 기록중이다. 북런던 라이벌 토트넘(6위)보다 한 단계 아래에 있다. 지난 시즌 이맘때 4위권 바깥에서 힘겨운 순위 경쟁을 펼쳤던 때를 되풀이하게 됐다. 그때는 시즌 후반에 오름세를 타면서 3위로 마감했지만 올 시즌에는 아직까지 순위 향상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 아스널 공격을 짊어졌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38경기 30골)을 달성했던 판 페르시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판 페르시vs지루, 무엇이 다른가?
아스널은 판 페르시의 이적을 예상했는지 지난 6월말 지루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지루는 지난 시즌 프랑스 리그1 득점왕(36경기 21골)을 달성하며 몽펠리에의 우승을 공헌했던 인물. 유로 2012에서 프랑스 대표팀에 발탁 될 정도로 유럽 축구에서 촉망받는 선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아스널의 지루 영입 효과는 현재까지 미미하다. 지루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0경기에서 1골 1도움에 그쳤다. UEFA 챔피언스리그 3경기에서는 2도움에 만족했다. 각종 대회까지 포함하면 15경기 3골 5도움 기록했다. 판 페르시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지루는 맨유전에서 부진했다. 아스널이 미드필더 싸움에서 맨유에게 밀렸음을 감안해도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위협하는 움직임이 부족했다. 2선 미드필더가 찔러주는 패스를 받으려는 움직임도 미흡했다. 그동안의 경기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이기도 하다. 그의 장점 중 하나는 192cm의 큰 키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공중볼 다툼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골에 그친 기록까지 포함하면 아스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판 페르시와 지루의 차이는 골 기회를 노리는 움직임이었다. 판 페르시는 자신에게 주어진 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집념이 투철하며 때로는 스스로 득점을 만들어낸다. 지난 시즌은 아스널이 파브레가스-나스리 이적 공백을 메우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였으나(그나마 로시츠키의 시즌 후반기 맹활약이 위안으로 작용했다.), 판 페르시는 파브레가스가 공존했을 때보다 득점력이 강해진 저력을 과시했다. 이 같은 판 페르시의 본능을 지루가 배워야 한다.
특이하게도 아스널은 2010년, 2011년, 2012년 여름 이적시장에 걸쳐 프랑스리그에서 활약했던 공격수를 영입했다. 2010년에는 샤막, 2011년에는 박주영(셀타 비고 임대), 2012년에는 지루였다. 하지만 세 선수는 아스널에서 성공의 결실을 맺지 못했거나 아직까지 팀의 핵심 선수임을 실력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그나마 샤막이 2010/11시즌 상반기에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판 페르시 부상 복귀 이후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세 선수 모두 프리미어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샤막-박주영은 판 페르시에게 밀렸던 케이스지만 지루는 넉넉한 출전 시간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과시하지 못했다.
아스널은 한때 제르비뉴를 원톱으로 전환시켰다. 제르비뉴는 9월 29일 첼시전, 10월 3일 올림피아코스전에서 골을 넣으며 지루의 부진을 메우는 듯 싶었다. 하지만 올림피아코스전 이후 4경기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되돌아갔고 최근에는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했다. 원톱 배치가 가능한 포돌스키도 최근 5경기에서 골이 없다. 주로 왼쪽 윙어로 나섰음을 감안해도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0경기에서 2골 2도움 기록했다. 지금까지 아스널에서 풀타임 뛰었던 경기가 없었으며, 맨유전 부진까지 포함하면 아직 프리미어리그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만약 판 페르시가 북런던에 잔류했다면 아스널은 지금보다 더 높은 순위를 기록했을 것이다. 어쩌면 4위권 안에 포함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판 페르시의 현 소속팀은 맨유다. 또한 아스널은 최근 몇년 동안 주력 선수의 이탈이 잦았다. 판 페르시 이적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충분히 예견된 시나리오였다.(차기 행선지가 맨유인 것이 의외지만) 아스널이 올 시즌 4위권 진입으로 시즌을 마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판 페르시 이적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지루의 분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