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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판 페르시의 오름세는 계속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로빈 판 페르시 영입은 현재까지 성공작이다. 아스널 에이스이자 네덜란드 출신 공격수와 계약하기 위해 지난 여름에 2400만 파운드(약 421억 원)를 투자한 것. 판 페르시의 가세로 공격진이 포화 되었지만 오히려 그를 데려오면서 최전방 파괴력이 강해졌다.

판 페르시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9경기에서 7골 넣으며 리그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지난 29일 첼시전에서 1골 넣으며 맨유가 10년 만에(프리미어리그 기준) 첼시 원정에서 승리하는데 힘을 보탰다. 아스널 소속이었던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달성했던 기세가 맨유에서 이어진 것이다.

판 페르시, 맨유에서 잘하는 이유

과거의 판 페르시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유리몸' 이었다. 불과 2년 전까지 잦은 부상으로 경기를 거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7경기에서 1골 넣었으나 부상 여파로 최절정의 경기력을 과시하지 못했다. 이제는 부상을 잊고 포텐이 터지면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킬러로 거듭났다. 유로 2012에서 부진하지 않았다면 메시-호날두-이니에스타와 더불어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를 수상할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었을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겠지만, 판 페르시는 지난 시즌 아스널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시즌 중반까지 4위권 밑으로 밀렸던, 당시 2선 미드필더들의 골 결정력이 부족했던 아스널에서 30골을 몰아치며 팀의 빅4 잔류를 공헌했다. 오로지 골에 매달렸던 것도 아니었다. 9도움 기록하며 동료 선수들의 골 생산을 도왔다. 비록 유로 2012가 끝난 뒤 라이벌 맨유로 이적했지만, 지난 시즌에도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면 아스널은 올 시즌 유로파리그에 참가했을지 모른다. 그동안 부상 때문에 꾸준히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동기 부여도 있었을 것이다.

판 페르시는 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강하다. 맨유 이적 후 두번째 경기이자 홈 데뷔전을 치렀던 8월 25일 풀럼전에서 동료 선수의 왼쪽 크로스를 문전 중앙에서 감각적인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일주일 뒤 사우스햄프턴전에서는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이적 초기에 맹활약 펼치면서 별 다른 적응기 없이 맨유에서 붙박이 주전을 굳혔다. 박스 안에서 골을 노리는 날카로움과 골 결정력은 어쩌면 '지금의 루니'를 능가할지 모른다. 루니의 경기력을 과소평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팀 플레이가 발달된 루니보다 킬러 이미지가 더 어울리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판 페르시의 활약상이 무서운 이유는 웰백-루니-발렌시아 같은 2선의 공격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웰백의 기동력, 루니의 움직임과 패싱력, 발렌시아의 크로스가 판 페르시의 골 생산을 돕고 있는 것. 이들은 지난 시즌 판 페르시를 도왔던 '제르비뉴-램지-월컷(또는 옥슬레이드-쳄벌레인)'에 비해 공격의 퀄리티가 발달됐다. 특히 루니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판 페르시가 최전방에서 쉽게 고립되지 않게 됐다. 이전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카가와는 몸싸움 부족으로 판 페르시와의 공존에 어려움을 겪었다. 판 페르시가 앞으로 부상 당하지 않으면 맨유에서 많은 골을 터뜨릴 것이다.

훈텔라르, 우승...동기부여를 자극하는 존재들

판 페르시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지만 쉽게 자만해서는 안 된다.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훈텔라르와 원톱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훈텔라르를 앞섰지만 유로 2012에서 이름값을 해내지 못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회 종료 후에는 대표팀 감독이 교체됐다. 어느 순간 부진에 빠지면 훈텔라르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판 할 감독은 10월 A매치 2경기에서 판 페르시와 훈텔라르를 따로 기용했다. 훈텔라르는 12일 안도라전, 판 페르시는 16일 루마니아전에 풀타임 출전하여 1골식 뽑았다. 서로의 경쟁 심리를 자극시킨 것이다. 현실적으로 두 공격수는 대표팀에서 공존하기 어렵다. 둘 다 원톱 성향이기 때문. 판 페르시가 훈텔라르에게 주전을 내주지 않으려면 소속팀 맨유에서의 지속적인 맹활약을 통해 골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판 페르시는 오랫동안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아스널에서 2004/05시즌 FA컵 우승의 기쁨을 누렸던 이후 7시즌 연속 무관에 시달렸다. 더욱이 FA컵 결승 맨유전에서는 후반 40분에 교체 투입했었다.(연장전 및 승부차기가 진행되었지만) 당시에는 붙박이 주전이 아닌 로테이션 멤버였다. 네덜란드 대표팀에서도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맨유로 이적하면서 우승할 기회가 많아졌다.

공교롭게도 판 페르시의 등번호는 20번이다. 맨유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통산 20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 시즌에는 맨체스터 시티에게 골득실에서 밀리면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판 페르시 효과'에 힘입어 위대한 업적을 달성할지, 판 페르시는 맨유 우승의 일등공신으로 거듭날지 앞으로의 활약상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