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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일본 축구의 달라진 변화, 유럽파 증가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 대표팀은 10월 A매치 데이에서 프랑스, 브라질 같은 세계적인 강팀들과 맞붙는다. 오는 12일(이하 현지시간) 파리에서 프랑스 대표팀과 평가전을 가지며 16일에는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브라질과 A매치를 치른다. 강팀과의 대결을 통해 수준 높은 경기를 경험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향상시키면서 팀의 내실을 키우겠다는 의도가 있다.

지난 4일에는 유럽 원정 2경기에 나설 2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유럽리거가 J리거보다 더 많았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13명, 일본 J리그에서 활약중인 선수들은 10명이 된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유럽파가 4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역전됐다. 일본 선수들의 거듭된 유럽 진출은 자케로니 재팬에 영향을 끼쳤다. 일본 대표팀 주축 선수중에 유럽파들도 여럿 포진한 것. 일본 축구가 달라졌다.

카가와를 통해 본 일본의 분데스리가 진출 활발

일본 축구의 달라진 변화는 올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카가와 신지를 통해 알 수 있다. 카가와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던 당시 21세 유망주였다. 그해 여름 독일 도르트문트로 둥지를 틀었을때의 이적료는 35만 유로(약 5억 원)에 불과했다. 그때까지는 카가와를 주목하는 시선이 적었지만 도르트문트 이적 이후부터 하늘을 찌를 듯한 명성을 과시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도르트문트의 분데스리가 2연패를 공헌하는 맹활약을 펼쳤으며 올해 여름에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품에 안았다.

과거 같았으면 카가와는 J리그에서 계속 성장했을 영건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헐값 또는 이적료 없이 J리그를 떠나 유럽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늘었다. 특히 독일 분데스리가는 불과 10년 전까지 많은 적자에 시달렸으나 수익 개선을 위한 노력 끝에 탄탄한 재정을 갖추게 됐다. 팀의 예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 지출을 줄이면서 유소년 선수 육성을 강화했고 몸값이 저렴한 선수 영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그 과정에서 일본인 선수 영입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트로스텐 핑크 함부르크 감독은 지난 7월 피스컵 결승 성남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동양 선수들이 대체적으로 규율과 성실함을 갖췄다. 유럽 선수들이 갖고 있지 않은 그런 면이 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자기 전술을 펼치는데 도움이 된다. 동양 선수들은 프로 정신이 강하며, 그런 이유로 (유럽팀들이) 동양 선수들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 일본은 기술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하며 유럽 클럽 입장에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의 성인 남성들은 모병제에 의해 의무적으로 군대에 입대하지 않는다.

남아공 월드컵과 기간이 겹쳤던 2010년 여름 이적시장 이후부터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던 일본인 선수는 카가와 포함 10명이다. 올해 여름에는 기요타케 히로시(뉘른베르크) 사카이 히로키(하노버96) 같은 23세 이하의 영건들이 독일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남아공 월드컵 이전부터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하세베(볼프스부르크)가 팀의 주전으로 자리잡았고, 일본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했으며, 2010/11시즌에는 카가와-우치다 아쓰토(샬케 04)가 두각을 떨치면서 일본 선수들을 원하는 분데스리가 클럽들이 많아졌다. 한국의 박주호, 김보경도 J리그 시절 분데스리가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은적이 있었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 클럽에 소속된 일본인 선수는 9명이다. 그 중에 6명이 최근 일본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 하세베, 우치다, 기요타케, 사카이를 비롯해서 호소가이 하지메(레버쿠젠) 이누이 다카시(SG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가 자케로니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반면 사카이 고토쿠(슈투트가르트) 우사미 다카시(호펜하임)는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활약중이나 대표팀 명단에 뽑히지 못했다. 일본 대표팀이 유럽파 네임벨류에 크게 연연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카자키 신지(슈투트가르트)는 부상으로 대표팀에 차출되지 못했다.

일본 선수들의 EPL 진출 4명의 의미는?

유럽 최고의 리그로 손꼽히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7년 동안 한국인 선수들의 진출이 활발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한국인보다 일본인이 더 많다. 한국에 박지성(퀸즈 파크 레인저스) 기성용(스완지 시티) 지동원(선덜랜드)이 있다면 일본은 카가와를 비롯해서 미야이치 료(위건) 리 타다나리(한국명 이충성) 요시다 마야(이상 사우스햄프턴)가 프리미어리그에 몸을 담았다. 물론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했던 일본인 선수는 아직까지 없었다. 카가와, 요시다의 시즌 초반 선발 출전 횟수가 많지만 각각 몸싸움 부족, 팀의 성적 부진이 새로운 리그 적응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러나 일본 선수 4명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것은 그들의 기량 여부를 떠나 유럽 진출 패턴이 달라졌음을 뜻한다. 지금까지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던 선수가 많았을 뿐 독일 진출만을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 대표팀 명단 중에서는 이탈리아(나가토모 유토, 인터 밀란) 벨기에(가와시마 에이지, 스탕다르 리에쥬) 러시아(혼다 케이스케, CSKA 모스크바) 네덜란드(마이크 하프나, 비테세)에서 뛰는 선수가 포함됐다. 그외 동유럽에서 활약중인 일본인 선수들도 여럿 있다. 이제는 과거 일본인 선수들이 실패했던 프리미어리그에 4명이 도전하면서 유럽 진출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J리그의 국제 경쟁력은 약해졌다

일본 선수들의 활발한 유럽 진출은 오히려 J리그의 국제 경쟁력이 약해지는 단점을 초래했다. J리그는 지난 3년 동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팀을 배출하지 못했다. 2010년과 2012년에는 단 한 팀도 8강에 진출하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2011년 챔피언스리그 8강에는 세레소 오사카만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8강 전북과의 통합 스코어에서 5-9로 패했다.(1차전 4-3, 2차전 1-6) 자국의 우수한 축구 인재들이 유럽으로 진출하면서 J리그 팀들의 경기력 향상이 어려워졌다.

아울러 일본 선수 중에는 카가와를 비롯해서 헐값에 유럽으로 소속팀을 옮긴 이들이 여럿 있다. 문제는 J리그 팀들의 재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의 기성용, 지동원, 이청용(볼턴)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같은 K리그 출신의 유럽파 영건들은 자신이 한국에서 몸담았던 클럽에 적정한 이적료를 안기고 유럽으로 떠났다. 이 선수들이 한국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던 토대는 K리그였으며 각급 대표팀에서 꽃을 피운 끝에 유럽 클럽과 계약하게 됐다.

이러한 일본 축구의 동향은 한국 축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수들의 활발한 유럽 진출이 마냥 좋은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선수들의 유럽행도 중요하지만 K리그 발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한국 축구는 2012년 런던 올림픽 3위 입상 및 병역 혜택을 통해 유럽파들이 더욱 늘어날, 기존의 유럽파들이 롱런할 명분을 얻었다. 다만, 일본 축구의 유럽파 증가가 향후 일본 국가 대표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