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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새로운 고민, 루니-카가와 공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1989년 이후 23년 만에 홈에서 토트넘에게 패했다. 지난 9월 30일 토트넘전에서 2-3으로 제압 당한 것. 이전까지 토트넘전 프리미어리그 21경기 중에 13경기에서 무실점을 달성했으나 이번 경기에서 얀 베르통헨, 가레스 베일, 클린트 뎀프시에게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3실점 허용한 수비 문제는 반드시 짚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고민이 늘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웨인 루니와 이적생 카가와 신지의 공존이다.

루니-카가와 공존, 쉽지 않은 이유

루니의 복귀가 맨유에게 반가운 것은 분명하다. 지난 몇시즌 동안 맨유 에이스로 군림했으며 골 생산과 연계 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만능형 공격수다. 판 페르시-카가와 콤비의 시너지 효과가 지금까지 미흡한 상황에서 루니가 실전 감각을 되찾으면 맨유 공격에 커다란 보탬을 가져다 줄 것이다. 맨유는 토트넘전에서 패했지만 루니가 후반전에 교체 투입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회복했다. 얼마전 <더 선>에서 루니 이적설이 제기되었지만, 토트넘전을 놓고 보면 루니는 여전히 맨유 공격에 필요했다.

그러나 판 페르시-카가와가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추는 상황에서 루니의 복귀는 혼란스럽다. 맨유가 최적의 공격 조합을 구성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루니는 지난 시즌까지 아스널,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했던 판 페르시-카가와와 발을 맞춘 경험이 적다. 판 페르시와 투톱을 구성하면 쉐도우로 뛰어야 하며, 카가와와 함께 선발로 뛸 때는 타겟맨 역할을 맡아야 한다. 부상에서 회복된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두 가지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할지 의문이다. 다만, 토트넘전에서의 움직임은 다른 누구보다 왕성했다.

루니-판 페르시-카가와는 서로 주전으로 뛸 수 있다. 토트넘전 후반전에는 맨유가 4-4-2를 활용하면서 판 페르시가 타겟맨, 루니가 쉐도우, 카가와가 왼쪽 윙어로 활약했다. 전반전에 부진했던 카가와는 후반 8분에 골을 터뜨렸다. 지금까지 카가와의 기용 패턴을 보면 퍼거슨 감독에게 많은 출전 기회를 받고 있다. 맨유의 주요 이적생들의 특징은 첫 시즌에 넉넉한 출전 시간을 얻는다. 비록 카가와가 중앙에서 몸싸움 부족의 약점을 드러냈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중앙에 비해 압박 강도가 덜 약한 측면에서 팀 내 입지 상승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문제는 카가와의 왼쪽 윙어 전환이 루니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카가와는 토트넘과의 후반전에서 포지션상으로는 왼쪽 윙어였지만 실제로는 중앙에서 볼을 잡거나 움직이는 시간이 제법 많았다. 쉐도우로 뛰었던 루니와의 활동 반경이 겹쳤다. 만약 카가와가 왼쪽에서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토트넘 수비가 분산되면서 판 페르시-루니의 득점 작업이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판 페르시는 후반전 내내 토트넘 선수 2~3명 압박에 시달렸고 루니는 박스 안으로 접근해서 볼을 터치하기가 쉽지 않았다.

루니가 부진했던 리그 개막전 에버턴전도 마찬가지였다. 맨유가 0-1로 패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루니-카가와가 공존하지 못했다.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카가와는 박스 바깥 중앙에서 앞쪽으로 찔러주는 패스가 적었거나 부정확하게 연결됐다. 원톱으로 뛰었던 루니와의 공존이 안풀릴 수 밖에없었다. 후반 중반에는 판 페르시가 교체 투입했지만 결과적으로 무득점에 그쳤다. 이 대목에서, 카가와는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 치고는 패스에 의해 경기를 풀거나 혹은 자신의 힘으로 경기를 만들어가는 타입과 거리감이 있음을 알게 된다.

카가와는 일본 대표팀에서도 왼쪽 윙어로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중앙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이 많은 특성 때문에 한때 혼다와의 공존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대 수비가 약할 때는 이야기가 달랐지만, 일본의 파상공세를 막으려는 의지가 충만했던 팀에게 카가와-혼다 조합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 카가와에게 어울리는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쉐도우이며 골 넣는 감각이 발달됐다. 물론 그의 기술은 뛰어나지만 맨유 이적후 지금까지는 루니처럼 팀을 주도하는 맛이 부족했다. 판 페르시와의 호흡도 만족스럽지 못했다.(그럼에도 올 시즌 2골 넣었지만)

루니가 살아나려면 퍼거슨 감독이 카가와 출전 비중을 줄이면 된다. 하지만 카가와 이적료는 1400만 파운드(약 252억 원)다. 적어도 올 시즌에는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니도 프리미어리그 진출 초기에는 프리미어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과정 속에서 지속적인 출전 기회를 얻었다. 맨유 입장에서 카가와의 어려움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루니와 카가와의 공존 과정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계속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