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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헤딩슛, 골 운이 따랐다면?

 

후반 11분 박지성 헤딩슛은 과감했다. 골문 중앙에서 에스테반 그라네로의 크로스를 노마크 상황에서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아쉽게도 볼은 첼시 골키퍼 페트르 체흐 정면으로 향했다. 골 운이 따랐다면 이날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었을 것이다. 아울러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가 지역 라이벌이자 프리미어리그 선두 첼시를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켰을지 모른다.

박지성은 15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각)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첼시전에 풀타임 출전했다. 왼쪽 윙어로서 활발한 기동력을 과시하며 첼시의 오른쪽을 공략했다.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노력했지만 몇 번의 기회를 놓쳤다(Good effort but wasted some chances)"는 평가와 함께 평점 6점을 기록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최상의 활약을 펼친 선수 중에 한 명이었다. QPR은 첼시와 0:0으로 비기면서 프리미어리그 19위에서 18위(2무2패)로 올랐다.

QPR, 첼시를 이길 수 있었다

이 경기는 첼시가 이길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오히려 QPR이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 초반부터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이 짧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경기를 풀어갔다. 조직력 부재를 드러냈던 1~3라운드와 달리 선수들의 호흡이 척척 맞기 시작했다. A매치 기간에 따른 프리미어리그 휴식기에 훈련했던 성과가 나타났다. 반면 첼시는 주축 선수들이 A매치를 소화하면서 평소보다 몸이 무거웠다. 램파드-미켈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들도 경기력 난조에 빠지면서 QPR이 예상외로 선전했다.

이날 경기에서 QPR 데뷔전을 치른 골키퍼 세자르 선방은 팀의 무실점에 큰 기여를 했다. 세자르는 전반 4분 첼시 역습 상황에서 아자르 왼발 슈팅을 몸으로 막아내면서 실점 위기를 막았다. 전반 16분 다이빙 펀칭을 포함 첼시전에서 4개의 슈퍼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전 3경기에서 9실점을 범했던 그린과 대조되는 활약을 펼쳤다. 인터 밀란과 브라질 국가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던 면모를 첫 경기에서 실력으로 과시했다.

또 다른 이적생 보싱와 맹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친정팀 첼시와의 맞대결 때문인지 끈기 넘치는 수비력과 부지런한 움직임을 과시하며 옛 동료 선수들에게 지지 않으려는 근성을 발휘했다. 경기 초반에는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하면서 첼시의 왼쪽 윙어 버틀랜드를 봉쇄했다. 전반 19분 오누오하 교체 투입 이후에는 왼쪽 풀백으로 전환하면서 하미레스를 막았다. 후반전에는 왼쪽 측면에서 프리롤 역할을 맡으면서 QPR 왼쪽 공격을 책임졌다. 그 여파로 버틀랜드와 하미레스가 고전하면서 첼시의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못했다. 토레스 봉쇄에 성공했던 넬슨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QPR은 경기 내용에서 첼시를 압도했을 뿐 결과적으로 이기지 못했다. 전반 초반과 중반에 선제골을 넣지 못한 것이 무득점 원인이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 쉐도우 존슨까지 패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에 비해서 타겟맨 자모라가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가 잘 안됐다. 자모라는 전반 22분 존슨에게 볼을 받은 뒤 부정확한 패스를 연결했으며 이날 경기에서 패스 정확도 70%에 그쳤다. 전반 25분에는 존슨이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볼을 잡으면서 첼시의 압박을 받을 때 동료 선수가 근처에서 달려들면서 볼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취하지 못했다. 결국 존슨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공격 옵션들의 부분 전술이 취약한 QPR의 고질적 약점이 드러났다.

전반 30분 이후에는 QPR 공격이 소강 상태에 빠지면서 첼시의 페이스로 전환했다. QPR이 그 이전에 골을 넣었다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첼시 선수들의 조급함을 유도하면서 추가 득점을 노렸을지 모를 일이다. 후반전에는 다시 경기를 지배했지만 첼시의 수비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적절한 시간에 골을 넣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박지성, 역시 강팀에 강했다

박지성은 왼쪽 윙어로서 최상의 활약을 펼쳤다. 공수 양면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펼치면서 하미레스와의 기동력 싸움에서 이겼다. 대부분의 패스를 정확하게 연결했으며 볼을 받을때의 움직임이 능동적이었다. 전반 9분과 후반 9분에 왼쪽 측면에서 찔러준 크로스도 날카로웠다. 수비에서는 태클 7개를 날리면서 동료 선수와의 협력 수비까지 게을리 하지 않았다. 후반 11분 헤딩슛을 포함한 3개의 슈팅이 골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에 이어 강팀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후반전에는 왼쪽 측면과 중앙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면서 동료 선수들에게 볼을 배급했다. 중앙에서 슈팅을 날리는 장면도 있었다. QPR 중앙 미드필더가 실질적으로 3명이 되면서 첼시와의 허리 싸움에서 우세를 점했다. 첼시 선수 누구도 박지성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했다. 램파드-미켈이 QPR 미드필더들에게 밀리면서 2선 미드필더와 원활한 호흡을 맞추지 못했으며 전반전에 무난했던 아자르마저 고립됐다. 박지성의 달라진 역할이 QPR 중원 장악에 도움이 되었던 반면 첼시는 힘든 후반전을 보냈다.

아쉬운 것은 박지성의 높은 팀 공헌도가 QPR의 취약한 전력 속에서 빛이 바랬다. 지난 14일 유럽 축구 통계 업체 <옵타>에서는 박지성이 카솔라(아스널)와 더불어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낸 선수(10회)라고 전했다. 하지만 박지성 패스에 의한 QPR의 골은 지금까지 없었다. 동료 선수들이 박지성의 공격 기회를 잘 이용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번 첼시전도 마찬가지다. 박지성과 그라네로 같은 미드필더들이 분전했지만 자모라, 존슨, 라이트-필립스, 마키, 시세 같은 나머지 공격 옵션들의(교체 선수 포함) 폼이 좋지 못했다. 박지성의 후반 11분 헤딩슛이 골로 이어지지 못했던 불운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는 QPR 공격을 책임지는 선수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QPRvs첼시, 출전 선수 명단-

QPR(4-4-2) : 세자르/파비우(전반 20분 오누오하)-넬슨-퍼디난드-보싱와/박지성-그라네로-파울린-라이트 필립스(후반 25분 시세)/자모라-존슨(전반 33분 마키)
첼시(4-2-3-1) : 체흐/콜-테리-루이스-이바노비치/램파드-미켈/버틀랜드(후반 13분 모제스)-아자르-하미레스/토레스(후반 36분 스터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