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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루니 이적설 그리고 판 페르시의 등장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핫 이슈는 웨인 루니의 거취다.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이 지난달 27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관계자 발언을 인용하면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루니를 5000만 파운드(약 901억 원)에 이적시킬 수 있다는 언급을 한 것이 지금까지 화제를 모았다. 루니의 떨어진 컨디션과 축구장 밖에서의 불미스러운 행동이 퍼거슨 감독에게 안 좋게 비쳤다는 뉘앙스의 보도를 내보냈다. 루머의 당사자인 루니는 더 선이 제기했던 이적설을 부정했지만, 여론에서는 '과연 루니가 맨유를 떠날 것인가?'를 놓고 그의 거취를 주목했다.

루니 이적설이 제기된 배경은 무엇일까?

현시점에서 퍼거슨 감독이 루니를 다른 팀으로 내보낼 가능성은 낮다. 2년 전 구단에 이적을 요청했던 루니를 설득 끝에 재계약 성공했던 전례가 있다. 비록 판 페르시를 영입했지만 맨유 에이스가 루니인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루니는 맨유 공격의 중심이자 팀 전력에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만약 퍼거슨 감독이 벌써 루니를 팔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면 외부에서 맨유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제기할 것이며 선수단 분위기까지 어수선하게 된다. 아직 여름 이적시장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더 선 보도의 사실 여부를 떠나, 루니 이적설이 제기된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퍼거슨 감독 혹은 맨유 구단은 루니를 자극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루니가 그동안 맨유에서 영웅적인 활약상을 과시했지만 영원히 붙박이 주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맨유의 판 페르시 영입은 기존 공격진이 포화되는 단점이 있지만 선수들의 경쟁의식을 끌어올리는 장점이 있다. 퍼거슨 감독의 로테이션 시스템은 루니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까지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전했지만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면 벤치 신세를 각오해야 한다. 폼은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루니의 풀럼전 선발 제외는 단순한 체력 안배로 비치지 않는다. 맨유는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프리미어리그 일정만 소화했다. 퍼거슨 감독이 아직 루니의 몸 상태를 만족스럽게 여기지 못했거나 판 페르시와의 경쟁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풀럼전에서 맨유 공격을 짊어졌던 판 페르시와 카가와는 이적생이자 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끈 공통점이 있다. 벤치에 앉은 루니가 자극을 받기 쉬운 분위기다. 여기에 이적설까지 터지면서 앞으로 맨유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팀 내 입지 약화 또는 벤치 전락은 루니에게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루니를 통해 본 맨유의 판 페르시 영입 이유

따라서 퍼거슨 감독의 판 페르시 영입은 루니의 동기 부여를 끌어올리는 장점을 안겨줬다. 많은 사람들은 올 시즌 맨유의 공격 조합으로 루니-판 페르시 투톱을 예상했지만 다른 관점에서 루니와 판 페르시는 경쟁 관계다. 두 선수의 개인 기량이 웰백-에르난데스-카가와를 앞설지 몰라도 현실에 안주하면 경쟁 대열에서 뒤처지기 쉽다. 지난 시즌 무관의 아쉬움을 풀어야 하는 맨유에게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물론 퍼거슨 감독의 판 페르시 영입은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팀의 공격진이 충분한 상황에서 판 페르시를 보강했다. 맨유의 취약 포지션이었던 중앙 미드필더 영입은 없었다. 하지만 루니가 부상당하거나 갑작스럽게 부진에 빠지면 맨유 전력이 약해진다. 웰백-에르난데스도 좋은 선수들이지만 루니만큼의 활약을 펼칠지 의문이다. 때마침 판 페르시는 맨체스터 시티 이적 과정이 지지부진했고 아스널에 잔류할 의사가 확고하지 않았다. 맨유는 앞날에 닥칠지 모를 고비를 대비했는지 아스널에 이적료 2400만 파운드(약 432억 원)를 내고 판 페르시와 계약했다.

퍼거슨 감독의 판 페르시 영입, '신의 한 수' 였나?

만약 퍼거슨 감독이 판 페르시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웨인 루니의 무릎 부상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웰백 또는 에르난데스가 루니의 대체자로 뛸 수 있지만 카가와와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춰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맨유의 평소 공격 조합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아울러, 3:2로 이겼던 사우스햄프턴전에서 패했을 것이다. 맨유의 3골은 판 페르시의 몫이었다.

맨유의 판 페르시 영입은 현재까지 옳았다. 네덜란드 공격수를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올드 트래포드로 불러들이면서 루니의 부상 공백을 해결했다. 판 페르시는 풀럼전에서 경기 시작 10분 만에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상대팀 골망을 흔들며 맨유 이적 후 첫 홈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사우스햄프턴전에서는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면모를 과시했다. 맨유의 약점이었던 루니 의존증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맨유의 판 페르시 영입이 최종적으로 옳았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판 페르시가 예전처럼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 퍼거슨 감독에게 곤혹스럽다. 맨유의 먹튀였던 하그리브스(무적)도 이적 후 첫 시즌에는 팀의 더블을 기여했다. 그럼에도 퍼거슨 감독이 루니를 자극하기 위해서 판 페르시를 영입했다면 '신의 한 수'를 두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영입이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신의 한 수가 되려면 판 페르시의 지속적인 골 생산이 필요하다. 그래야 루니가 분발한다.

많은 사람들은 판 페르시의 맨유 이적으로 루니-판 페르시 투톱의 활약 여부를 기대했다. 두 선수의 조합이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투톱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맨유가 올 시즌 초반에는 4-2-3-1로 전환했지만 루니와 판 페르시가 공존하면 투톱 변경이 가능하다. 두 명의 공격수가 꾸준히 골을 터뜨려야 맨유가 우승 도전에 힘을 얻을 것이다. 2007/08시즌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을 이루었을 때 루니-테베스(맨체스터 시티) 투톱 효과를 봤듯, 루니-판 페르시 콤비가 향후 맨유에 얼마나 우승을 안겨줄지 그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