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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과연 QPR은 이적시장의 승자일까?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지난 4일 프리미어리그 20개 클럽 이적시장 성과를 승자와 패자로 나누어 보도했다. 박지성이 속한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를 비롯해서 기성용의 새로운 소속팀 스완지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12개 클럽이 승자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 아스널은 패자로 분류했다. 그 중에서 QPR을 이적시장 승자로 꼽은 것에 눈길이 간다.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QPR은 이적시장에서 12명의 선수와 새롭게 계약했던 가장 바빴던 팀이며 그들의 전력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밝혔다. QPR이 영입한 12명 중에는 빅 클럽 출신 선수들이 여럿 있다. 박지성, 파비우 다 실바(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조세 보싱와(전 첼시) 훌리우 세자르(전 인터 밀란) 에스테반 그라네로(전 레알 마드리드) 라이언 넬슨(전 토트넘)이 그들이다. 그동안 이적시장에서 빅 클럽 이적설로 눈길을 끌었던 세바스티안 음비아(전 마르세유) 프리미어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앤드류 존슨(전 풀럼) 등도 주목할 선수들이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놓고 보면 이적시장의 승자임이 틀림 없다. 하지만 진정한 승자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QPR이 이적시장 승자? 현실은 19위!

이적시장에서의 대대적인 선수 보강이 꼭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의 리버풀이 대표적 사례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다우닝, 아담, 엔리케, 헨더슨, 벨라미 등을 영입하면서 많은 이적료를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8위로 추락했다. 다우닝은 먹튀 논란에 시달렸고, 아담도 부진에 빠지면서 얼마전 스토크 시티로 떠났고, 엔리케와 헨더슨은 경기력에 기복을 보였다. 특히 헨더슨은 올 시즌 유로파리그 3경기에 선발 출전했으나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벨라미의 경기력은 준수했지만 지난달에 카디스 시티로 이적하면서 저니맨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토트넘의 경우 2008/09시즌 초반 2무 6패라는 최악의 부진에 빠지면서 후안데 라모스 감독을 경질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영표를 비롯한 주요 선수들을 다른 팀에 넘기고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스쿼드 변화의 폭이 컸다. 하지만 선수들의 손발이 맞지 못하면서 조직력 부재에 빠진 끝에 최악의 시즌 출발을 보이면서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선수 영입도 중요하나 축구에서는 팀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임을 토트넘의 실패를 통해 알 수 있다.

QPR은 두 팀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12명을 영입했으나 이미 시즌 첫 경기부터 조직력에 문제를 보였으며(2008/09시즌의 토트넘) 현재 19위를 기록하면서 영입 성과에 비해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할 위험을 안고 있다.(2011/12시즌의 리버풀) 아직 3경기 치렀을 뿐이지만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열을 올렸던 분위기와 정반대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7위에 그친 약팀으로서 거듭된 부진에 시달릴수록 선수들은 패배주의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QPR의 지난 주말 맨체스터 시티전 경기력을 희망적으로 바라봤다. 비록 1-3으로 패했으나 선수들의 호흡이 맞기 시작하면서 앞날의 좋은 경기력을 예고한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패했다. 지금의 부진에서 벗어나려면 되도록 빠른 시일내에 1승을 올리며 선수들의 사기가 많이 올라와야 한다. 물론 맨체스터 시티전은 원정이라는 불리함이 있었지만 승점 1점이라도 획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수비수들의 순간적인 집중력 부족과 느슨한 대인 마크가 3실점으로 이어졌다.

QPR은 4라운드에서 첼시, 5라운드에서 토트넘과 격돌한다. 전세를 뒤집기에는 상대팀 전력이 만만치 않다.(그나마 토트넘의 시즌 초반 출발이 저조하지만) 두 경기 모두 수비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무실점을 목표로 싸워야 한다. 그러나 3경기 9실점의 불안정한 수비력으로는 첼시-토트넘전 승점 획득을 확신 못한다. 만약 2경기 모두 패하면 일찌감치 강등권 후보로 찍힐 위험성이 있다.

또 하나의 불안 요소는 휴즈 감독의 지도력이다. 휴즈 감독은 3년 전 맨체스터 시티에서 실패했다. 당시의 맨체스터 시티는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인 선수 영입을 펼쳤으나 조직력 불안을 거듭하며 기대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지금의 QPR과 똑같은 흐름이다. 휴즈 감독이 과거 블랙번 시절에는 실용적인 축구로 재미를 봤지만 맨체스터 시티 시절과 QPR에서는 딱히 수비 전술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격 옵션들의 부분 전술 활용이 경직된 공통점이 있다.

박지성은 지난달 26일 잉글랜드 일간지 <미러>를 통해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위닝 멘탈리티(winning mentality)가 있어야 한다"며 동료 선수들이 팀의 부진에 흔들리지 않고 항상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기를 바랬다. 박지성의 전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꾸역꾸역 승점을 쌓는 이유는 선수들의 위닝 멘탈리티가 충만하기 때문이다. QPR 선수들에게 필요한 정신이다. QPR이 12명의 선수 영입으로 전력을 보강했다면 이제는 팀이 강해져야 한다. 그것이 이적시장의 진정한 승자로 거듭나기 위한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