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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메이렐레스와 작별한 첼시, 자충수를 두다

 

첼시는 불과 며칠전까지 여름 이적시장의 승자였다. 총 6명의 선수를 영입하면서 이적료 8050만 파운드(약 1446억 원)를 투자했다. 그 중에 한 명 이었던 토르강 아자르는 쥘테 바레엄으로 임대되었으며 나머지 5명은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 가능하다. 특히 에당 아자르는 프리미어리그 3경기를 치르면서 1골 6도움을 기록하며 첼시의 새로운 핵심 선수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첼시는 여름 이적시장 종료를 전후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잃었다. 이적시장 마감 당일 마이클 에시엔을 레알 마드리드에 임대보냈으며 9월 3일(현지시각)에는 하울 메이렐레스를 터키의 페네르바체로 이적시켰다. 에시엔은 잦은 부상 및 부진으로 기량이 떨어지면서 전환점이 필요했지만 메이렐레스 이적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메이렐레스의 정확한 이적 사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첼시가 잔류시킬 의지가 충만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사실, 첼시가 지난해 여름 메이렐레스를 영입한 것은 의외였다. 프랭크 램파드 대체자 보강을 위해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영입을 시도하다 토트넘에게 거절당하자 메이렐레스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메이렐레스는 모드리치에 비해서 패싱력과 창의적인 경기 운영이 떨어진다. 중원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타입이며 램파드와 스타일이 다르다. 그럼에도 첼시에서 자기 기량을 충분히 발휘했지만 팀이 4-2-3-1로 전환하면서 공격형과 수비형 미드필더 사이에서 역할이 어중간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후안 마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램파드와 존 오비 미켈이 더 어울렸다.

만약 메이렐레스 본인이 터키행을 원했다면 꾸준한 선발 출전 때문에 첼시를 떠났던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첼시의 5경기(커뮤니티 실드, UEFA 슈퍼컵 포함) 중에 1경기에만 선발 출전했다. 커뮤니티 실드와 UEFA 슈퍼컵 같은 팀의 우승이 달렸던 경기에서는 결장했다. 지난 시즌 리버풀에서 첼시를 떠났을때와 상황이 똑같다. 2011년 8월 프리미어리그 2경기에서 교체 출전에 그쳤다. 당시 리버풀이 찰리 아담(스토크 시티), 조던 헨더슨 같은 중앙 미드필더를 보강하면서 자신의 입지가 축소됐다. 결국 리버풀을 떠나게 됐다.

하지만 메이렐레스는 리버풀과 첼시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올해 29세 미드필더로서 앞으로도 빅 리그에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다. 그의 새로운 소속팀 페네르바체는 터키의 명문 클럽이지만, 터키는 유럽의 중소 리그다. 언젠가 빅 리그 이적을 추진해도 30대에 접어든 나이가 걸림돌이다. 선수 본인이 스스로 원했던 선택이라면 아쉬움이 든다. 그보다는 첼시의 대응이 석연치 않았다.

첼시는 메이렐레스를 페네르바체로 보내지 않고 잔류시켰어야 했다. 에시엔과 작별한 상황에서 또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를 잃고 말았다. 시즌 초반 램파드-미켈 라인이 제 구실을 못하면서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 영입이 필요했지만 오히려 두 명의 살림꾼을 다른 팀에 넘기고 말았다. 이번 이적시장에서는 2선 미드필더를 많이 보강했지만, 수비형 미드필더가 부진하면 2선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이 커지면서 공격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다시 말해서, 중원이 튼튼하지 못하면 공격은 소용없다.

현재 첼시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3명에 불과하다. 램파드와 미켈, 오리올 로메우 뿐이다. 램파드는 내년이면 35세이며 체력 저하와 기량 하락이 불가피하다. 미켈은 여전히 기복이 심하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폼이 부쩍 좋아졌지만 올 시즌 초반에 다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21세 유망주 로메우는 전임 감독 시절에 출전 시간이 많았지만 디 마테오 체제에서 자주 중용되지 못했다. 앞으로 첼시에서 얼마만큼 기회를 얻을지 의문이다.

첼시가 메이렐레스와 작별한 것은 자충수였다. 자유계약 선수를 영입할지라도 빅 클럽에 걸맞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강할지 알 수 없다. 적어도 내년 1월 이적시장이 개장하기 전까지 3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버티거나 다른 선수의 포지션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첼시가 올 시즌 첫 번째 고비를 맞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