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유럽 축구는 리오넬 메시의 시대일까. 아니면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경쟁 시대일까. 전자에 무게감이 쏠리지만 호날두를 언급하지 않으면 허전함을 감출 수 없다. 호날두가 있었기에 메시가 빛났고, 메시가 존재했기에 호날두가 분발했다. 2007/08시즌 유럽 축구는 호날두의 시대였지만 그 이후 4시즌은 메시의 시대였다. 메시가 올 시즌에도 No.1을 지킬지 아니면 호날두가 다시 되찾을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두 선수의 경쟁 관계는 현재 진행형이다.
2012 스페인 슈퍼컵(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은 호날두가 메시를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던져줬다. 2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의 우승을 이끈 것. 메시도 호날두와 더불어 1차전과 2차전에서 골을 터뜨렸지만 팀은 우승에 실패했다. 레알은 지난 몇 시즌 동안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보다 성적이 뒤떨어졌지만, 스페인 슈퍼컵 우승을 계기로 바르사와의 레벨 격차를 좁혔다. 호날두도 메시를 뒤따라잡는 상황이다.
두 선수의 2011/12시즌 활약을 비교하면 메시가 근소하게 앞섰다. 메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4골-프리메라리가 50골로 동시 득점왕을 달성했으며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 10골-프리메라리가 46골 기록했다. 하지만 레알이 바르사를 꺾고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달성한 것,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동반 탈락한 것을 미루어보면 호날두와 메시의 대결은 무승부로 판단할 수 있다. 호날두가 메시에 비해 측면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문제는 호날두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 떠오를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바이에른 뮌헨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했고 팀은 탈락했다. 유로 2012에서는 포르투갈이 4강에서 스페인에게 탈락했다. 당시 호날두는 슈팅 7개를 날렸으나 유효 슈팅은 단 1개도 없었다. 포르투갈이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 무관임을 감안해도 호날두가 메시를 넘으려면 적어도 스페인전 승리는 필요했다. 또한 유로 2012에서는 에이스 논란에 시달리며 큰 경기에 약한 징크스를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호날두는 그 징크스를 이겨냈다. 유로 2012 본선 1차전 독일전, 2차전 덴마크전에서는 부진했지만 3차전 네덜란드전에서 2골 넣으며 포르투갈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8강 체코전에서는 결승골을 넣었다. 4강 스페인전에서는 골이 없었지만 독일전처럼 무기력하지 않았다. 바르사와의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는 5경기 연속골을 이어갔다. 한때 바르사에 약했지만 이제는 '바르사 킬러'로 변신했다. 자신 스스로 변화하면서 레알은 올해 2개의 우승 트로피를 따냈다.
호날두가 메시에 비해 부족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둘째는 챔피언스리그-프리메라리가 골 횟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이었던 2007/08시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지만 2008/09시즌과 2010/11시즌에는 메시가 바르사 유럽 제패의 일등 공신으로 활약했다.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레이스에서는 메시가 절대적 우세였다. 최근 4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을 달성했으며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는 호날두를 물리치면서 50골 고지에 올랐다.
그런 호날두가 메시를 이기려면 챔피언스리그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골 횟수에서 메시보다 부족할 지라도 레알의 유럽 제패를 이끄는 임펙트를 과시하면 세계 최고의 선수로 떠오를 명분을 얻게 된다. 프리메라리가 활약상도 중요하겠지만 챔피언스리그가 유럽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상징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미 호날두는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계기로 세계 최고의 선수로 도약했던 경험이 있었다. 메시도 2008/09시즌 우승으로 No.2에서 No.1으로 올라섰으며 특히 결승전에서는 호날두와의 맞대결에서 이겼다. 2010/11시즌 우승은 자신의 독주를 굳혔던 결정타가 됐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호날두 혼자만의 과제가 아니다. 조세 무리뉴 감독과 레알에게 절실한 목표다. 무리뉴 감독은 레알에서 3시즌째를 맞이한다. 첫번째 시즌에 스페인 국왕컵, 두번째 시즌에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루었다면 세번째 시즌에는 그 이상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만약 2012/13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하면 경질설이 불거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레알의 챔피언스리그 통산 10번째 우승을 이룰 최적임자로 꼽혔으며 올 시즌에 값진 성과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레알 입장에서도 최근 바르사에 밀렸던 업적을 만회하기 위해서 유럽 제패가 꼭 필요하다.
호날두와 무리뉴 감독, 그리고 레알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절실한 공통점이 있다. 지난 시즌 4강 2차전 승부차기 패배가 올 시즌 우승을 위한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올 시즌 전망이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우승 의욕 만큼은 어느 때보다 강해졌을 것이다. 각 리그 최고의 클럽들이 유럽 챔피언이 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별들의 전쟁' 챔피언스리그. 과연 호날두가 메시를 제압할지 앞으로의 활약상을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