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한국 시각으로 21일 저녁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알렉산더 뷔트너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네덜란드 국적의 뷔트너는 올해 23세의 왼쪽 풀백이며 지난 4시즌 동안 비테세에서 119경기 출전했다. 이적료는 390만 파운드(약 69억원)로 알려졌으며 파트리스 에브라의 백업 멤버로 활약하게 된다.
맨유의 뷔트너 영입은 레이턴 베인스(에버턴) 스카우트 실패에 따른 차선책이다. 두달 전 베인스 영입에 나섰으나 에버턴이 이적료 2000만 파운드(약 357억원)를 요구하면서 계약에 난항을 겪었다. 맨유 입장에서 베인스 이적료가 높다고 판단한 것. 끝내 베인스 영입전에서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다른 리그의 전도유망한 영건을 물색했고 마침내 뷔트너를 데려왔다. 에브라의 과부하, 파비우 다 실바의 퀸즈 파크 레인저스 임대를 놓고 볼 때 뷔트너 영입이 필요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맨유는 현재까지 팀의 취약 포지션이었던 중앙 미드필더를 보강하지 않았다. 남은 이적시장 기간에 중앙 미드필더를 데려올 수 있으나 카가와 신지, 로빈 판 페르시, 뷔트너 영입에 총 4160만 파운드(약 744억 원)를 쏟았다. 구단의 막대한 적자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거물급 중앙 미드필더 영입이 어려워졌다. 그런 유형의 선수를 영입할지라도 유럽축구연맹(UEFA)이 지난해 발표한 '파이낸셜 페어 플레이(FFP)'룰 위반을 걱정해야 한다.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 영입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브라질 19세 신예 루카스 모우라(파리 생제르맹)를 데려올 계획이었으나, 모우라 당시 소속팀 상파울루가 원하는 수준의 이적료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스카우트에 실패했다. 또 다른 영입 대상자로 거론되었던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주앙 무티뉴(FC 포르투)의 경우 영입이 무산되었거나 관심 수준에 그쳤다. 최근에는 카카(레알 마드리드)를 임대한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있었으나, 카카는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다. 그의 거액 주급을 맨유가 맞춰줄지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맨유는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하지 못했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였으나 카가와-판 페르시-뷔트너는 중앙 미드필더가 아니다. 다른 포지션 보강이 아닌 중앙 미드필더 등용에 올인할 필요가 있었으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투톱 포진이 가능한 카가와, 판 페르시를 데려오면서 화력 보강에 충실했다. 두 선수 동시 보강이 옳았는지는 한참 뒤에 판가름이 날 것이다. 반면 뷔트너는 로테이션 차원에서 필요했던 영입이었다.
특히 맨유의 지난 21일 에버턴전 0-1 패배는 중앙 미드필더 영입 실패에 따른 댓가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점유율에서 69-31(%)로 앞섰을 뿐 중원 싸움에서 에버턴에게 밀렸다. 4-2-3-1의 더블 볼란치를 맡은 톰 클레버리, 폴 스콜스가 마루앙 펠라이니 봉쇄에 실패하면서 상대팀의 위협적인 공격을 끊지 못했다. 클레버리와 스콜스는 수비보다는 공격에서 자기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는 선수들이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카가와는 수비에서 이렇다할 기여를 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중원에서 궂은 일을 도맡을 선수가 없었다.
맨유 중원에는 마이클 캐릭 이외에는 수비쪽에서 힘을 실어줄 선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캐릭도 수비에 약점이 있다. 수비시의 커버 속도가 늦으며 순간적인 집중력 부족에 의해 스스로 실점 위기를 자초하는 경향이 있다. 전체적인 경기 스타일도 전문 홀딩맨과 거리감이 있다. 또 다른 중앙 미드필더 자원으로 분류되는 안데르손, 라이언 긱스도 수비력이 좋은 선수들이 아니다. 센터백과 풀백,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하는 필 존스는 부상으로 에버턴전에 결장했다. 궤양성 대장염에 시달리는 대런 플래처는 언제 복귀할지 알 수 없는 상황.
지금의 전력이라면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 본선 행보가 우려된다. 상대팀이 맨유의 중원 약점을 집요하게 노릴 것이 분명하다. 맨유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32강에서 탈락했으며 올 시즌에는 명예 회복이 필요하다. 여름 이적시장 마감 전까지 중앙 미드필더 영입이 없을 경우 기존 전력에서 중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적시장은 약 10일 뒤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