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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카가와 신지, 판 페르시 이적에 따른 입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아스널 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를 영입하면서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위한 탄력을 얻었다. 판 페르시와 웨인 루니가 투톱을 형성하거나, 또는 루니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가 원톱 판 페르시를 돕는 4-2-3-1 전환이 가능한 상황. 하지만 일본인 축구 선수 카가와 신지로서는 판 페르시 이적이 반갑지 않을 수 있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1400만 파운드(약 248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고 맨유로 이적했지만 힘겨운 주전 경쟁을 극복하지 못하면 팀에서 자리 잡기 힘들다.

카가와는 판 페르시 이적 전까지 맨유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4-4-1-1의 쉐도우를 맡아 루니의 골을 도와주거나,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3골을 퍼부었던 득점력을 맨유에서 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도르트문트의 분데스리가 2연패 달성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자질을 놓고 보면 빅 클럽에서 성공할 자질이 있다. 맨유 합류후 프리시즌에서의 경기력도 만족스러웠다. 루니는 얼마 전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서 "카가와는 매우 영리한 선수"라고 칭찬했었다.

그러나 카가와는 판 페르시 이적으로 주전을 보장받기 어려워졌다. 카가와가 유럽 축구의 떠오르는 영건이라면 판 페르시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였다. 퍼거슨 감독 입장에서는 카가와가 아닌 판 페르시를 선택하기 쉽다. 더욱이 판 페르시는 '맨유 라이벌' 아스널 에이스다. 퍼거슨 감독이 라이벌 클럽을 대표하는 선수를 영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20년 전 맨유와 라이벌 관계였던 리즈 유나이티드의 에릭 칸토나와 계약했던 전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라이벌 클럽끼리의 선수 교류는 활발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종종 예외가 있지만) 그만큼 맨유 전력에 있어서 판 페르시가 필요했다.

카가와가 중앙에서 뛰는 것을 희망할 경우에는 벤치 신세를 감수해야 한다. 판 페르시는 최전방에서 뛰는 것을 선호한다. 지난 시즌 아스널에서 프리미어리그 30골을 몰아넣었던 이유는 팀의 공격 마무리가 자신에게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루니는 2010/11, 2011/12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쉐도우를 담당한다. 맨유의 중앙 공격 전개에 있어서 루니는 꼭 필요한 자원이다. 대니 웰백,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는 두 공격수의 백업 멤버다. 카가와도 마찬가지.

그런 카가와가 미드필더로 전환하기에는 수비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중앙 미드필더로서 체격 조건이 발달된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히기에는 왜소한 체격(172cm, 63kg)이 결점으로 꼽힌다.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같은 성공 사례가 있지만, 카가와는 모드리치와 달리 공격 포인트 생산에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 도르트문트 시절에 비해 수비에 신경을 쓰게 되면 자신의 공격력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공격에 가담할 때 자신의 수비 뒷공간을 커버해 줄 동료 선수의 도움 없이는 골과 도움을 기록하기가 쉽지 않다.

왼쪽 윙어로서는 애슐리 영, 루이스 나니와 경쟁해야 한다. 두 윙어는 특출난 기교를 자랑하나 수비력이 약하다. 카가와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콘셉트다. 세 명 모두 지난 시즌까지 맨유에서 뛰었던 박지성(퀸즈 파크 레인저스) 만큼의 끈질긴 수비력을 갖추지 못했다. 특히 애슐리 영과 나니는 기복이 심하다. 카가와 주전 도약의 틈새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카가와는 측면보다는 중앙에서 자신의 축구 재능을 마음껏 쏟아내는 성향이다.

카가와가 판 페르시보다 유리한 한 가지는 프리시즌을 통해서 맨유 선수들과 발을 맞췄다. 시즌 초반에 강렬한 임펙트를 보여줘야 퍼거슨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다. 판 페르시 또는 루니를 벤치로 밀어낸다는 보장은 없지만 로테이션 멤버로서 출전 시간을 늘리는 명분으로 작용한다. 아직 맨유 선수단에 합류하지 않은 판 페르시는 시즌 초반 출전을 통해서 새로운 동료 선수들과 호흡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카가와에게 시즌 초반이 중요한 이유다.

만약 맨유가 빅 클럽이 아니었다면 카가와는 주전에 근접한 입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빅 클럽은 기존 선수에 만족하지 않는다. 박지성은 2010/11시즌에 공격력이 만개했지만 맨유는 시즌 종료 후 애슐리 영과 계약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맨유는 카가와에 만족하지 않고 판 페르시 영입으로 화력을 보강했다. 두꺼운 선수층을 통한 경쟁 강화는 빅 클럽의 전력 향상에 있어서 꼭 필요하다. 카가와는 팀의 로테이션을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맨유는 카가와-판 페르시 영입으로 지난 시즌보다 공격력이 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