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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라이프

축구 블로거가 깜짝 놀랐던 프리스타일 축구

 

부제 :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Red Bull street style) 한국 대표 선발전 현장에 가다

지난 8월 11일은 한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이 일본을 누르고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던 역사적인 날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의미있는 축구 대회가 개최됐다. 그 날 오후 4시 서울 석촌호수공원 서울놀이마당에서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Red Bull street style) 한국 대표 선발전"이 진행됐다. 오는 9월 20~22일 이탈리아 레체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할 선수를 뽑는 것이 목적이다. 레드불이 주최하고 프리스타일 연맹이 협찬한 '프리스타일 축구' 대회였다.

프리스타일 축구는 대중들에게 생소한 존재다. 11명이 팀이 되면서 상대방보다 더 많은 골을 넣는 축구와 다른 개념이다. 축구팬이라면 축구공으로 묘기를 부리는 사람을 봤을 것이다. 예를 들면 축구공으로 오랫동안 헤딩을 하거나, 마치 제기를 차는 것처럼 여러가지 몸 동작을 섞으며 축구공을 떨어뜨리지 않는 동작을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접했을 것이다.

프리스타일 축구는 축구공을 통해 온몸으로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는 종목이다. 일반 축구처럼 스코어로 승부를 결정짓는 것이 아닌 두 선수 끼리의 배틀을 통해서 누가 축구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몸 동작을 선보이는지, 누가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는지, 축구공으로 묘기를 부리는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살렸는지 평가하는 방식이다.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축구 묘기의 달인' 우희용씨는 프리스타일 축구 보급에 앞장섰던 분이다. 2002년 유럽 축구 묘기 선수권대회 우승을 비롯 축구 묘기와 관련된 다양한 기록과 수많은 행사에 참가했다. 몇년 전 함께 광고 촬영을 했던 브라질 축구 스타 호나우지뉴에게 사인 요청을 받았던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우희용씨의 축구 묘기를 봤던 사람이라면 프리스타일 축구가 무엇인지 실감할 것이다.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 한국 대표 선발전은 국내에서 최초로 개최하는 국제 선발전이다. 2명의 선수가 1개의 축구공으로 30초씩 번갈아가며 축구 묘기 대결을 펼치며 총 경기 시간은 3분이다. 오후 4시부터 16강이 진행되면서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자를 가렸다. 우희용씨를 비롯해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영웅이었던 송종국 TV조선 해설위원, 비보이 홍10(Hong 10, 김홍열씨)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에서 우희용씨, 홍10과 함께 심사위원을 맡았던 송종국 TV조선 해설위원

행사를 주최한 레드불을 보면서 프리스타일 축구의 잠재적 가치를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프리스타일 축구는 단순한 축구 묘기일까? 아니면 새로운 축구 문화로 정착할까?'라고 말이다. 행사 시작전까지는 전자에 무게감을 두었다. 이때까지는 프리스타일 축구를 잘 몰랐다.

나는 오랜 시간 축구를 좋아했고 4년 넘게 축구 블로그를 운영했지만 프리스타일 축구를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축구 묘기는 흔히 봤지만 프리스타일 축구라는 이름은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 현장에서 처음 들었음을 고백한다. '의외'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수의 축구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우희용씨는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오래전에 우희용씨 동영상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프리스타일 축구라는 단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프리스타일 축구는 단순한 축구 묘기와는 다른 개념임을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 현장에서 알게 됐다.

오후 3시 서울 놀이마당에 도착했다. 16강을 앞둔 선수들이 리프팅으로 몸을 푸는 모습을 봤다.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리기 때문에 선수들이 일종의 경쟁의식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지만 기우였다. 모든 선수들이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축구공을 차면서, 서로 웃으면서 연습했다. 16명의 개인이 아닌 하나의 팀을 보는 것 같았다.

16강 시작을 앞두고 전문 DJ가 등장했다. DJ는 흥겨운 음악을 틀으며 행사장 분위기를 띄웠다. 스포츠 경기장에 비해서 장소가 협소해서 마치 클럽에 온 것 같았다. 춤을 추고 싶은 느낌이 들었을 정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2시간 동안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이 진행됐다. 지금까지 수많은 축구 경기를 관전했고 축구 행사를 취재했지만 이렇게 색다른 분위기에서 축구 행사를 즐기는 것은 아마도 처음이 아닌가 싶다.

누워서 볼을 다루는 선수도 있었다. 뭔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속 헤어스타일을 보니까 이날 우승했던 선수였다.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 16강에는 유일하게 여성 참가자가 있었다. 도아라 선수는 16강 1조 경기를 배정받으며 8강 진출에 도전했다. 흔히 축구는 남자들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최근에는 여자 축구가 2010년 U-20 월드컵 3위, U-17 월드컵 우승을 달성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프리스타일 축구에서 여성이 참여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

8강에 접어들면서 선수들의 기술이 점점 화려해졌다. 16강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동작을 발휘하면서 상위 토너먼트 진출을 위한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어려운 동작을 성공시키는 선수는 관중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오랜 연습이 없었으면 상위 토너먼트에서 난이도 높은 기술을 성공 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단순한 축구 재능으로는 프리스타일 축구를 잘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고도의 집중력, 무언가 이루겠다는 끈기, 힘든 순간을 참고 견디려는 인내가 뒷받침되어야 프리스타일 축구를 잘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창의성이다. 남들과 똑같은 기술이 아닌, 자신이 독창적으로 구사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프리스타일 축구에서 유리한 것 같다. 몇몇 선수들은 DJ가 틀어놓는 댄스 음악에 맞춰 비보이의 춤 동작을 응용하는 동작을 펼쳤다. 축구를 하면서 춤까지 추는 느낌이랄까. 그런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때마다 저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프리스타일 축구 선수들이 축구 블로거를 깜짝 놀래켰던 장면이 수없이 많았다.

결승전에서 멋진 대결을 펼친 김태희 선수, 이현욱 선수

심사위원 우희용씨가 김태희 선수의 팔을 들면서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 우승자가 결정됐다.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 1위는 김태희 선수, 2위는 이현욱 선수, 3위는 임재훈 선수로 확정됐다.

참가 선수들이 김태희 선수에게 레드불을 뿌리며 우승을 축하해줬다.

레드불을 먹으며 기념 촬영을 하는 선수들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에서 우승한 김태희 선수.

프리스타일 축구는 단순히 묘기만 부리는 스포츠가 아니다. 체육과 음악, 재치가 서로 어우러진 새로운 유형의 스포츠다. 앞으로 대중들과 호흡할수록 사람들의 관심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김태희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입상하여 한국 프리스타일 축구의 우수성을 알려주기를 바란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3위 입상으로 세계 무대에서 통했듯, 프리스타일 축구에서도 우리들에게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