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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큰 경기 약한' 호날두vs'달라진' 고메스

 

유로 2012 '죽음의 조'로 꼽히는 B조 2차전은 '메이저 대회에 여전히 약한 호날두vs달라진 고메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포르투갈의 덴마크전 3-2 승리 속에서도 후반 32분에 쉬운 슈팅을 놓치면서 골잡이의 체면을 구겼습니다. 반면 마리오 고메스는 라이벌 네덜란드전에서 2골 넣으며 독일의 2-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그동안 대표팀 소속으로서 메이저 대회에 약했던 두 골잡이들의 대조적인 행보가 눈에 띱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등과 더불어 2012년 FIFA-발롱도르 수상 후보로 꼽힙니다.

메이저 대회 21경기 5골, 호날두 맞아?

호날두는 유로 2012 본선 두 경기에서 골이 없었습니다. 1차전 독일전에서는 득점 생산에 실패했고 팀이 패배하면서 사람들에게 '큰 경기에 약하다'는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이날 심각할 정도로 부진하지 않았지만 유독 강팀과의 경기에서 안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부터 꾸준히 누적되었죠. 2차전 덴마크전에서는 전반전 활약상이 좋았습니다.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포스티가에게 두 차례 킬러 패스를 찔러주거나 자신의 마크맨을 상대로 파울을 얻어냈습니다. 덴마크 진영쪽으로 파고들 때는 상대 수비를 뿌리치는 위협적인 몸놀림을 과시했습니다. 그러나 호날두 맹활약은 전반전까지만 유효했습니다.

후반전에 나선 호날두는 공격에 관여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자신을 뒷받침하는 포르투갈 미드필더들의(메이렐레스-벨로수-무티뉴) 톱니 바퀴 같은 패스워크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호날두-포스티가-나니가 동시에 봉쇄 됐습니다. 덴마크가 지공에 주력하면서 포르투갈 공격 옵션들이 볼을 잡을 기회가 적었죠. 그런 호날두에게 후반 32분 모처럼 골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덴마크 골키퍼와 1:1 상황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슈팅을 날린 볼이 너무 옆쪽으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정확하게 찼다면 골이 되었을 장면입니다. 클럽팀에서 엄청난 득점력을 자랑했던 천하의 호날두 답지 못했던 장면입니다.

호날두는 철저하게 강팀에 약한 선수가 아닙니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서 최근 FC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3경기 연속골 넣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부진했지만요. 하지만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는 '큰 경기에 약한 호날두'라는 이미지가 두드러집니다. 호날두는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 21경기에서 5골에 그쳤습니다. 지금까지의 메이저 대회 스탯은 이렇습니다.

유로 2004 : 6경기 출전 2골(슈팅 15개, 유효 슈팅 11개)
2006 독일 월드컵 : 6경기 출전 1골(슈팅 29개, 유효 슈팅 13개)
유로 2008 : 3경기 출전 1골(슈팅 16개, 유효 슈팅 11개)
2010 남아공 월드컵 : 4경기 출전 1골(슈팅 22개, 유효 슈팅 7개)
유로 2012(현재) : 2경기 출전 무득점(슈팅 11개, 유효 슈팅 8개)

호날두는 지금까지 5번의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지만 5골에 그쳤습니다. 남아공 월드컵까지는 메이저 대회에서 1~2골에 머물렀습니다. 골 횟수에 비해서 슈팅과 유효 슈팅이 많은 편입니다. 클럽팀에서도 많은 슈팅을 시도하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때는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더욱이 호날두가 뛰었던 포르투갈은 2006년 독일 월드컵 4강 프랑스전(3~4위전 독일전 포함), 유로 2008 8강 독일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스페인전 패배로 탈락했습니다. 유로 2008 독일전과 남아공 월드컵 스페인전은 호날두가 부진했던 경기들입니다. 유로 2012 본선 1차전 독일전에서도 패했습니다.(호날두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까지 포함하면 유독 독일팀에 약했습니다.)

'레알 호날두', '포르투갈 호날두'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를 비롯해서 벤제마-디 마리아-외질-카카-이과인 등에 이르기까지 세계 정상급 공격 옵션들이 즐비합니다. 상대 수비가 호날두만을 집중 견제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호날두에게 많은 골 기회가 찾아오면서 예년에 비해 도움 횟수까지 늘었습니다. 하지만 포르투갈 대표팀은 훌륭한 패싱력을 자랑하는 미드필더들의 존재감이 약합니다. 덴마크전에서 호날두를 뒷받침했던 메이렐레스는 패스보다는 움직임에 능합니다. 전통적으로 최전방 공격수 자원이 약한 문제점까지 안고 있죠. 호날두는 클럽팀에서 뛸때에 비해서 적잖은 부담을 안고 가야 합니다.

고메스, 더 이상 큰 경기에 약하지 않다

독일 공격수 고메스는 유로 2012 본선 2경기에서 3골 넣었습니다. 독일 대표팀 3골 모두 자신이 기록했습니다. 본선 1차전 포르투갈전에서는 팀의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후반 28분 오른쪽에서 케디라가 찔러준 크로스를 문전 앞에서 헤딩 슈팅으로 떨구면서 포르투갈에게 패배를 안겼습니다. 그동안 독일 대표팀 소속으로서 메이저 대회와 좋은 인연이 거의 없었지만 유로 2012 본선 첫 경기에서 승리의 해결사로 떠올랐습니다.

본선 2차전 네덜란드전에서는 2골 넣으며 독일의 2-1 승리를 주도했습니다. 전반 24분 슈바인슈타이거가 네덜란드 진영 한 가운데서 찔러준 종패스를 박스 안에서 터치하면서 턴 동작에 이은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작렬했습니다. 전반 38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슈바인슈타이거의 종패스를 받은것과 동시에 문전으로 쇄도하면서 오른발 슈팅으로 두번째 골을 해결했습니다. 두 골 모두 후방에서 볼을 받을때의 위치선정이 좋았으며 상대 수비의 견제 속도보다 더 빠른 움직임을 취했습니다. 반드시 골을 넣겠다는 집중력까지 뒷받침했죠.

고메스는 다양한 패턴을 자랑하는 공격수는 아닙니다. 상대 진영에서 골 기회를 포착하는 성향입니다. 탄탄한 체격조건(189cm, 86kg)과 강력한 몸싸움으로 상대 수비와의 경합을 극복할 힘이 넘칩니다. 때로는 상대 수비에게 고립되면서 부진할 때가 있었습니다. 유로 2008(4경기 출전 무득점) 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12경기 1골 1도움)에서 그런 경향이 있었죠.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첼시전에서도 이렇다할 영향력을 과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상황마다 골을 마무리하는 아우라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한 방'에 강한 체질입니다.

그런데 유로 2012에서는 달라졌습니다. 독일의 3골을 모두 관여했습니다. 팀에서 원톱을 맡는 이유도 있지만 주어진 골 기회가 찾아오면 반드시 놓치지 않고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2009년 여름부터 바이에른 뮌헨 공격수로 활약하면서 챔피언스리그 경험을 축적했고, 독일 대표팀 간판 공격수 클로제와의 주전 경쟁에서 이기면서 충분한 출전 시간을 얻은 끝에 골을 넣는 노하우가 쌓였습니다. 독일 대표팀에 포돌스키-외질-뮬러-슈바인슈타이거-크루스 같은 공격 전개 능력이 강한 미드필더들이 충분한 것도 오름세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