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2011년 1월 아시안컵 종료 후 대표팀에서 은퇴했지만 그의 대표팀 복귀를 원하는 일부 여론의 주장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박지성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 그 요지죠. 물론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 시나리오는 가능합니다.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도 한때 대표팀에서 은퇴했으나 2006년 독일 월드컵 즈음에 돌아오면서 조국의 선전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최강희호 A매치 3연전을 보면서 박지성 대표팀 복귀가 정답이 아님을 알게 됐습니다. 염기훈과 김보경이 왼쪽 윙어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으니까요. 박지성이 여전히 대표팀에 존재했다면 염기훈의 재발견은 없었을 것이며 김보경이 대표팀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윙어는 대표팀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의 대체자들은 세계 최강 스페인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경기에서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임을 실력으로 과시했습니다.
염기훈은 그동안 대표팀에 약한 징크스가 있었습니다. K리그에서는 잘했지만 유독 대표팀에서는 안풀리는 모습 이었습니다. 특히 조광래호에서 그런 인식이 심했죠. 최강희 감독과의 악연을 고려하면 한동안 대표팀에서 안뽑힐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전과 레바논전에서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하면서 제 역할을 다했습니다. 스페인전에서는 팀의 1-4 패배 속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 공격의 활력을 깨웠습니다. 오히려 염기훈 교체 이후부터 한국 공격이 잘 안풀리면서 득점 기회를 얻기가 힘들었죠. 레바논전에서는 후반 6분 김보경 골을 돕는 킬러 패스로 한국의 3-0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김보경은 카타르전 2도움, 레바논전 2골에 힘입어 최강희호 뉴페이스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레바논전에서는 두 번이나 상대 골망을 가르며 역시차로 힘들어했던 동료 선수들의 활력을 깨웠습니다. 김보경이 전반 29분 선제골을 넣기 전까지는 한국의 공격이 상대팀의 거친 태클에 힘겨워했던 상황이었죠. 후반 2분에는 추가골을 터뜨리면서 한국이 승리 분위기를 잡았습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백업 멤버 이미지가 굳어졌던 김보경 입지가 달라지는 순간 이었습니다. 레바논전에서는 오른쪽 윙어로 뛰었지만 그 이전인 카타르전에서 왼쪽 윙어로서 맹활약 펼쳤기에 다음 A매치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염기훈과 김보경은 조광래호에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선발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죠. 정확히는 조광래호 왼쪽 윙어는 지동원-이근호 같은 공격수 기질이 강한 선수들이 중용됐습니다. 지동원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왼쪽 윙어로 뛰었지만 본래는 공격수입니다. 이근호는 측면에 강한 선수지만 허정무호 출범 이후부터는 중앙에서 출전 기회가 많았죠. 염기훈과 김보경 같은 전문 윙어들의 비중이 축소 됐습니다. 두 선수는 최강희호 출범 이후 이번 A매치 3연전을 계기로 대표팀 측면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임을 각인 시켰습니다.
한국에는 전통적으로 좋은 윙어들이 꾸준히 배출됐습니다. 비록 박지성은 대표팀을 떠났지만 그의 뒤를 이을 윙어들은 어느 시점에서 돌아올 것임에 틀림 없었습니다. 김보경의 경우는 손흥민과 더불어 박지성이 직접 낙점했던 후계자였죠. A매치 3연전에서는 이전에 비해 출전 시간이 넉넉했기 때문에 자신의 축구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염기훈도 마찬가지 입니다. 두 선수 모두 최강희 감독의 믿음이 없었다면 '대표팀에서 못한다', '대표팀 백업멤버'라는 외부의 인식이 지금도 여전했을 겁니다. 앞으로 이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대표팀에서의 충분한 경험입니다.
만약 박지성이 다시 대표팀에 돌아오면 후배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얻기가 힘들어집니다. 박지성이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하면 염기훈과 김보경은 벤치를 지키거나 또는 다른 포지션에서 뛰어야 합니다. 대표팀 세대교체에 있어서 올바른 현상이 아닙니다. 선배가 후배를 벤치로 밀어낸 것 때문이 아닌, 후배 선수들이 잘하고 있는데 굳이 선배가 그들을 제치고 주전으로 뛰기에는 명분이 약합니다. 더욱이 박지성은 대표팀에서 은퇴한 선수입니다. 염기훈과 김보경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가는것이 맞습니다. 두 윙어는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비춰보면 지금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일각에서는 박지성이 소속팀 맨유에서의 침체를 풀기위한 방안으로 대표팀 복귀를 거론합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대표팀 복귀는 오히려 팀에 마이너스가 될지 모릅니다. 박지성의 다음 시즌 전망이 어둡다는 전제에서는, 맨유에서 결장이 빈번한 상황에서 대표팀에 돌아오면 실전 감각 저하를 걱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염기훈-김보경 같은 국내파와 일본파는 실전 감각이 쌓여있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두 선수 내공이 박지성보다 약할지라도 볼을 다루는 감각이나 경기 운영에서 앞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표팀은 아무리 유명한 소속팀에서 뛰고 있을지라도 실전 감각이 떨어진 선수는 중용하지 않아야 마땅합니다. 본래 대표팀은 자국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뽑히는 집단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에게 우선적인 선발 출전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조광래호 시절의 박주영은 특이한 케이스지만 아스널에서의 결장이 장기화 되면서 실전 감각이 저하되었죠.(박주영의 최근 대표팀 제외는 병역 논란 여부를 떠나 옳았습니다.) 박지성도 예외는 없습니다.
대표팀 세대교체가 성공하려면 젊은 선수를 끝까지 믿어봐야 합니다. 염기훈을 젊은 선수라고 지칭하기에는 올해 나이가 29세지만 그래도 박지성에 비해서 나이가 적습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는 남아공 월드컵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동기부여를 안고 있습니다. 김보경은 대표팀 백업멤버에서 뉴페이스로 거듭난 기세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지 흥미를 끕니다. 두 선수가 대표팀에서 입지를 굳히는데 있어서 박지성 복귀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박지성 대표팀 복귀 주장은 건설적이지 못합니다. 지금은 염기훈과 김보경을 격려해야 할 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