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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병역 의무 이행하겠다는 박주영 믿어보자

 

박주영이 군대에 입대하기 전까지는 자신을 둘러싼 병역 논란이 끝나지 않을 겁니다. 그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병역 문제에 민감합니다. 유명인사들이 병역을 회피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죠. 정치인 중에도 군대 안간 분들이 꽤 있습니다.(민주화 운동으로 투옥되었던 분들은 제외) 아무리 박주영이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서 만 37세가 되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병역 연기가 가능하게 되었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불법', '편법'을 운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히 박주영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 병역 논란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겁니다.

박주영 기자회견도 마찬가지 입니다. 저로서는 오늘 오전 10시 이전까지는 기자회견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주영은 병역을 회피하거나 면제받으려는 목적보다는 유럽에서 몇년 더 뛰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고 보여집니다. 지난해 8월 29일 병무청을 통해 국외여행 기간 연장이 허가 되었다면 병역 회피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절차상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굳이 기자회견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럼에도 기자회견이 성사된 것은 여론에서 논란이 컸다는 뜻입니다. 소위 말하는 '국민적 정서'에 의해서 박주영 논란이 가열되었고, 대표팀의 전 10번 선수가 기자회견을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죠. 물론 박주영을 옹호할 마음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박주영 기자회견은 속이 시원 했습니다. 박주영 본인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발언했습니다. 병역 연기 및 허가와 관련해서 미리 말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라고 밝혔으며 대표팀 발탁 논란과 관련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아마도 병역 문제에 관한 국내 여론의 부정적인 반응 때문에 심리적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이 입으로 병역 의무에 관한 의지를 밝힌 용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박주영에 대한 칭찬이라기 보다는 공식적으로 의지를 나타낸 것 자체가 의미 있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축구팬으로서 박주영을 비롯한 유럽파 선수들에게 한 가지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한창 축구 선수로 활약할 20대 후반이라는 연령대에 유럽에서 국내로 돌아가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유럽에서 롱런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부분입니다. 박지성-이영표-차두리-이청용은 유럽 진출 이전에 병역 혜택 또는 병역 면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박주영-기성용-지동원을 비롯한 또 다른 유럽파들은 병역이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축구의 인지도 및 대표팀 경기력 향상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죠. 박지성 성공 스토리를 봐도 한국의 축구 선수는 'KOREA'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무 입대 연령을 낮춰야 합니다. 젊은 축구 유망주가 해외 진출 이전에 상무 입대를 통해서 병역 문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전역 이후에는 해외에서 얼마든지 축구 선수로 활약할 수 있습니다. 상무 입대 연령을 낮추면 올림픽대표 또는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용 가능한 이점이 있습니다. 특히 올림픽대표팀이라면 유럽파 차출에 따른 대표팀 전력 손실을 최소화 시킬 수 있습니다.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말입니다. K리그에서 활동하는 영건중에는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이 넉넉하지 못한 선수들이 많습니다. 임대 제도가 활발한 것도 아니고요.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 상무 입대는 좋은 선택 합니다. 하지만 20대 후반의 선수들이 상무 입대가 많은 것이 현실이죠.

문제는 박주영을 비롯한 젊은 유럽파 선수들이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럽에서 활동중입니다. 중동에서 뛰고 있는 유병수와 남태희, 일본 J리그와 J2리그에 소속된 젊은 선수들이나 다른 나라에서 활약하는 비슷한 연령대에 속한 선수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 선수들은 소속팀 성공 여부와 관련없이 20대 후반 이내에 국내로 돌아와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병역 면제 받은 선수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국내에서 미리 병역 의무를 수행하지 못한 댓가를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상무와 경찰청에는 20대 후반에 속한 선수들이 많지만 일반인들 중에 대부분은 20대 초반 무렵에 군대를 다녀옵니다. 아무리 운동 선수라도 20대 초반에는 군대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부 환경(프로 입단을 비롯해서)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겠죠.

어쩌면 박주영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병역 의무 이행 의사를 밝힌 것이 다행일지 모릅니다. 적어도 병역을 거부하려는 마음이 없었음을 기자회견을 통해 의사를 표현했으니까요. 하지만 박주영 같은 케이스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절차가 합법적일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일때는 꼼수로 인식되거나 편법으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정서적인 측면에서 말입니다. 그래도 박주영을 믿어보겠습니다. 선수 본인이 사람들 앞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말했으니까요. 그것은 국민과의 약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