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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수원, K리그 1위 답지 못했던 0-3 패배

 

K리그 1위 수원 블루윙즈가 26일 전북 원정에서 0-3 패배를 당했습니다. 전반 5분 드로겟, 전반 23분 서상민, 후반 27분 드로겟에게 실점하고 말았습니다. 이날 패배 속에서도 1위(9승2무3패)를 지켰지만 올 시즌 원정 경기에서 1승2무3패로 부진했습니다. 유일한 승리는 3월 11일 인천 원정(2-0)이며 지금까지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원정 경기 열세 속에서도 홈 경기 8전 전승에 의해 K리그 1위를 지킬 수 있었죠.

수원의 전북 원정 패배는 전반 5분 실점이 치명타가 됐습니다. 전북 이동국이 박스 중앙 바깥에서 볼을 터치했을 때 수원 선수 누구도 마크하지 않았습니다. 박현범이 루이스 뒷쪽으로 움직였을 때 이동국은 왼쪽에 있는 드로겟에게 패스를 찔러줬고, 드로겟은 근처에서 달려든 박현범 마크를 뿌리치고 왼발 슈팅으로 골을 넣었습니다. 박현범의 대응도 아쉬웠지만 드로겟을 마크했어야 할 오범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팀이 수비적으로 정돈되지 못했지만 경기 내내 느슨한 수비력이 계속 됐습니다.

문제는 0-1 이후 상황이 좋지 못했습니다. 전반 6분 스테보가 역습 상황에서 전북 골키퍼 최은성과 1:1 상황을 연출하면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볼은 골대 바깥으로 향했습니다. 1골 뒤진 수원에 있어서 반드시 골을 넣었어야 할 장면이었으나 피니시가 불안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상대 진영에서 패스 연결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좌우 날개를 맡았던 박종진-조용태는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던 이용래-박현범 패스 연결은 정확도-타이밍-시야가 부족했습니다. 상대 수비에게 읽히는 패스들이 많이 속출하면서 이렇다할 골 기회를 얻지 못했죠.

수원은 전반전 점유율에서 41.74-58.26(%)로 밀렸습니다. 전북에 비해 많은 공격 기회를 얻지 못한 만큼 효과적인 역습이 필요했지만 전반 6분 상황을 제외하면 상대 수비가 예측하지 못하는 패스를 연결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추가로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면, 첫째로 공격 옵션들이 오프 더 볼 상황에서의 움직임이 부지런하지 못했습니다. 0-1로 뒤진 상황이라면 선수들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많아져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에벨톤-서정진 결장 공백이 컸습니다. 둘째는 중앙에서 킬러 패스를 공급할 선수가 없습니다. 김두현 경찰청 입대 이후부터 줄곧 제기된 단점이었죠.

전북전에서는 4-1-4-1이 아닌 4-2-3-1 포메이션을 활용했으면 더 좋았을 경기였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곽광선이 수비쪽에서 공헌도가 부족했고 곽희주는 이동국 봉쇄에 실패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1명 더 포진했으면 적어도 협력 수비 인원은 많아졌을 겁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던 이용래-박현범은 지금까지 공격보다는 수비쪽에서 팀 전력에 힘을 실어줬던 선수들입니다. 두 선수가 전북전에서 미드필더 앞쪽으로 올라왔지만 공격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4-2-3-1을 활용하기에는 마땅한 플레이메이커가 없었지만 4-1-4-1은 공수에서 약점을 노출했습니다.

전반 23분 서상민에게 실점한 수원은 32분 박종진을 빼고 라돈치치를 투입하면서 3-4-3으로 전환했습니다. 보스나-곽광선-곽희주가 3백, 이용래-박현범이 중앙 미드필더를 구성했습니다. 좌우 윙백을 맡았던 양상민-오범석의 종적인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수비 인원이 늘었습니다. 한동안 수비가 안정을 되찾은 듯 싶었으나 여전히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를 거듭하면서 추격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후반 27분에는 드로겟에게 실점하면서 0-3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 번째 실점 상황에서는 곽희주가 드로겟 마크를 소홀히하면서 이동국쪽으로 달려든 것이 빌미가 됐습니다.

전북전만을 놓고 보면 수원은 원정 경기에서 질기고 독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팀 선수보다 한 발 더 움직이면서, 마크를 놓치지 않는 경기력이 90분 동안 계속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단 1승도 없었다는 점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열의가 더욱 필요합니다. 앞으로 서울-전북과의 선두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원정 경기에서 많은 승점을 따내야 합니다. 그래야 우승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