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시즌 첼시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소년명수'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 대행 거취가 논란입니다. 호셉 과르디올라 FC 바르셀로나 감독이 첼시 사령탑을 맡을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이 첼시로부터 1년 계약을 맺을 것 또는 거절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이 첼시 정식 감독으로 부임하는데 있어서 지도자 역량의 문제점을 거론합니다.
우선,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의 정식 감독 승격은 당연한 절차라고 보여집니다. 첼시의 숙원이었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룬 것 자체만으로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지금까지 첼시는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할 때마다 감독을 바꾸거나 또는 현지 언론에서 감독 경질설이 제기됐습니다. 전자 격에 포함되는 지도자는 아브람 그랜트 전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현 PSG)이 되겠으며 조세 무리뉴 감독(현 레알 마드리드)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팀을 인수한 이후에는 9년 동안 9명의 감독(감독 대행 포함)이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감독을 자주 바꾸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팀이 현재에 급급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죠.
[사진=로베르토 디 마테오 첼시 감독 대행 (C) 첼시 공식 홈페이지(chelseafc.com)]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이 첼시의 정식 감독이 되지 못하면 첼시 이미지에 안좋은 영향을 끼칠것이 분명합니다. 잦은 감독 교체는 물론이며 팀에게 가장 절실했던 목표를 이루었던 지도자를 내치는 꼴이 되니까요. 무리뉴-스콜라리-히딩크-안첼로티 감독 같은 세계적인 명장들도 첼시에서는 유럽 제패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반면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은 그 꿈을 이루었습니다. 더욱이 FA컵 우승까지 이루었죠. 올해 42세의 젊은 나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첼시에서 잠재적으로 이룰 것이 많은 지도자입니다. 아울러 1년 계약도 짧습니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하면 내치겠다는 속셈일까요?
첼시는 디 마테오 감독 대행에게 미래를 맡겨야 합니다. 이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루었던 만큼 감독을 자주 교체했던 습관(?)에서 벗어나야 팀의 이미지가 달라집니다. 매 시즌마다 유럽 챔피언이 될 수는 없습니다. 첼시에게 중요한 것은 드록바-존 테리-램퍼드-체흐 등이 빛냈던 황금세대와 맞먹을 또 하나의 세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세대교체 특성상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다른 명장들보다 '첼시 레전드 출신'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이 첼시를 잘 알고 있습니다.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은 빅 클럽을 이끌 기질이 충분합니다. 올 시즌 하반기에 3개 대회를 소화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2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이유는 로테이션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입니다. 빅 클럽에게 있어서 로테이션 시스템은 필수입니다. 그리고 선수들과의 관계가 원만합니다. 아무리 전술 능력이 뛰어난 감독이라 할지라도 선수들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소용 없음을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전 감독의 실패를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전술은 빅 클럽 감독 자격을 가늠하는 중요한 존재가 아닙니다. 빅 클럽 감독으로서 갖춰야할 어느 한 부분을 차지할 뿐이죠.
굳이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의 약점을 꼽으라면 첼시의 빅4 탈락입니다.(그럼에도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하지만) 프리미어리그 6위라는 성적이 첼시와는 어울리지 않죠. 그러나 그 책임을 디 마테오 감독 대행에게 물을 수 없습니다. 잉글랜드 클럽들은 다른 리그에 비해서 일정이 타이트하며 특히 첼시는 시즌 후반기에 3개 대회를 병행했습니다. 3개 대회에 모두 올인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디 마테오 감독 대행에게 최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챔피언스리그였으며, 유럽 제패를 이루겠다는 선수들의 동기부여까지 더해지면서 그 결실을 맺었습니다.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6위는 전임 감독 시절에 많은 승점을 확보하지 못한 것, 뉴캐슬 막판 돌풍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죠.
일부에서는 디 마테오 감독 대행 전술의 공격력을 아쉬워하는 인상입니다. 그런 관점이라면 빌라스-보아스 전 감독 시절, 안첼로티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0/11시즌 공격력도 좋지 않았습니다. 첼시의 공격력 저하는 선수 개인의 클래스가 떨어진 것에서 비롯됐습니다. 말루다-드록바-아넬카-토레스가 대표적이죠. 그나마 드록바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잘했습니다. 지난 두 시즌을 놓고 보면 첼시 공격수 중에서 제 몫을 다했던 선수를 꼽으라면 후안 마타 한 명에 불과합니다. 디 마테오 감독 대행 체제에서는 2선 미드필더로 활약했지만요.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은 토너먼트 대회에 강한 이점이 있습니다. 감독 대행 부임 이후 챔피언스리그와 FA컵을 포함한 9경기에서 7승2무를 기록했습니다.(승부차기는 무승부로 간주) 선 수비-후 역습 전술이 성공했다는 뜻이죠. 어떤 관점에서는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의 수비적인 역량을 치켜세울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는 선 수비-후 역습 말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었습니다. 감독이 교체된 시즌 중에 자신의 전술적인 색깔을 팀에 입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히딩크 감독도 첼시 임시 사령탑을 맡았을때는 선 수비-후 역습에 주력했습니다.(공교롭게도 두 감독 체제에서는 드록바가 부활했었죠.)
또한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이 FC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같은 공격력이 강한 팀을 상대로 선 수비-후 역습으로 나선 것은 옳았습니다. 첼시는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이 지휘봉을 잡기 이전에 공격력이 불안했던 팀입니다. 디 마테오 감독 대행 입장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해 팀의 약점을 최소화 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적어도 올 시즌 만큼은 전술적인 이유로 과소평가 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계기로 세계적인 명장으로 거듭날 정도 까지는 아니지만 첼시를 떠나기에는 아까운 인물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 자격을 유럽 제패를 통해 충분히 이루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