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가 2011/12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던 시상식 현장. 조세 보싱와의 '시상식 위치선정'이 국내 축구팬들에게 논란이 되었죠. 또 하나 눈길을 모았던 장면은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빅 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를 치켜 올리며 환호했습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스쿼드 보강에 과감한 지출을 강행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대회 우승 실패 및 부진을 빌미로 감독을 자주 바꾼 것까지 말입니다. 2003년 7월 팀을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9년 동안 9명의 감독(대행 2명 포함)과 함께 했습니다.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과정을 여러 감독의 재임 시절과 더불어 살펴봤습니다.
[사진=첼시는 2011/12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시상식 사진이 아쉽지만. (C) 첼시 공식 홈페이지(chelseafc.com)]
1.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2000년 9월~2004년 5월, 2003년 7월 이후 구단주 변경)
라니에리 감독은 2000/01시즌부터 첼시 사령탑을 맡았습니다. 2002/03시즌에는 팀을 프리미어리그 4위로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 받았습니다. 2003년 여름에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첼시를 인수했고, 팀이 선수 영입에 거대한 자본을 투자하면서 전력 보강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첼시로 이적한 주요 선수들은 베론(전 맨유) 조 콜(전 웨스트햄) 더프(전 블랙번) 브릿지, 존슨, 제레미(전 사우스햄턴) 무투(전 파르마) 크레스포(전 인터 밀란) 마케렐레(전 레알 마드리드) 였습니다. 라니에리 감독은 2003/04시즌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2위,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이끌었지만 무관에 그치면서 시즌 종료 후 경질됐습니다.
-2003/04시즌 첼시 주요 성적-
프리미어리그 준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2003/04시즌 첼시 주요 영입 선수-
데미안 더프(1700만 파운드) 에르난 크레스포(1680만 파운드) 클로드 마케렐레(1660만 파운드) 세바스티안 베론(1500만 파운드) 아드리안 무투(1580만 파운드) 스콧 파커(1000만 파운드, 2004년 1월) 조 콜(660만 파운드)
2. 조세 무리뉴 감독(2004년 6월~2007년 9월)
첼시는 라니에리 감독과 작별하고 2003/04시즌 FC 포르투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무리뉴 감독을 영입했습니다. 첼시의 유럽 제패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 받았죠. 오히려 무리뉴 감독의 진가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빛났습니다. 2004/05, 2005/06시즌에 첼시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2004/05시즌에는 38경기에서 15실점만 허용하는 짠물 수비를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공격 축구를 선호하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충돌을 빚었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번번이 좌절되면서 서로의 관계가 점점 멀어졌습니다. 칼링컵 우승 2회, FA컵 우승 1회, 커뮤니티 실드 우승 1회로 승승장구 했지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입김은 그칠줄 몰랐고 2007년 9월 상호 계약 해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첼시의 황금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무리뉴 시절 첼시 주요 성적-
2004/05시즌 : 프리미어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칼링컵 우승
2005/06시즌 : 프리미어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커뮤니티 실드 우승
2006/07시즌 : 프리미어리그 준우승,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칼링컵-FA컵 우승
-무리뉴 시절 첼시 주요 영입 선수-
2004/05시즌 : 디디에 드록바(2500만 파운드) 히카르두 카르발류(1980만 파운드) 파울로 페레이라(1320만 파운드) 아르연 로번(1200만 파운드)
2005/06시즌 : 마이클 에시엔(2600만 파운드) 션 라이트-필립스(2100만 파운드)
2006/07시즌 : 안드리 셉첸코(3000만 파운드) 존 오비 미켈(1600만 파운드) 애슐리 콜(500만 파운드, 윌리엄 갈라스와 맞트레이드) 미하엘 발라크(자유계약 선수)
2007/08시즌 여름 이적시장 : 플로랑 말루다(1350만 파운드) 스티브 시드웰, 클라우디오 피사로(자유계약 선수)
3. 아브람 그랜트 감독(2007년 9월~2008년 5월)
그랜트 감독은 무리뉴 감독에 비해서 과소평가된 인물입니다. 전술적 역량에서 무리뉴 감독보다 딱히 나은점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첼시 역사상 최초로 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지휘했습니다. 결승전에서 맨유와의 승부차기 접전 끝에 우승이 좌절되었지만 첼시에서 실패한 감독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로부터 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를 이유로 경질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첼시의 감독 교체 잔혹사가 이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죠.
-그랜트 시절 첼시 주요 성적-
2007/08시즌 : 프리미어리그 준우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칼링컵 준우승
-그랜트 시절 첼시 주요 영입 선수-
2007/08시즌 겨울 이적시장 : 니콜라 아넬카(1500만 파운드) 브리니슬라프 이바노비치(890만 파운드)
4.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2008년 6월~2009년 2월)
첼시는 월드컵 우승 경력이 있는 스콜라리 감독을 영입하면서 유럽 제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스콜라리 체제의 위기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비롯됐습니다. 시즌 초반 1위를 질주했으나 중반에 접어들면서 힘에 부치고 말았습니다. 2009년 2월에는 4위로 추락하면서 경기력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4-1-4-1 포메이션이 실패했고, 빅4 경쟁팀들에게 밀리면서, 드록바와의 갈등을 비롯한 선수 장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적생 데쿠마저 부진했습니다. 끝내 2009년 2월에 경질되면서 첼시에서 한 시즌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스콜라리 시절 첼시 주요 성적-
2008/09시즌 도중 : 프리미어리그 1위에서 4위로 추락
-스콜라리 시절 첼시 주요 영입-
2008/09시즌 : 조세 보싱와(1600만 파운드) 데쿠(800만 파운드)
5. 레이 윌킨스 감독 대행(2009년 2월 14일)
윌킨스 수석코치는 스콜라리 감독이 경질되자 2009년 2월 14일 FA컵 16강 헐시티전에서 감독 대행 자격으로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당시 첼시는 아넬카 해트트릭에 힘입어 3-1로 승리했습니다.
6. 거스 히딩크 감독(2009년 2월~2009년 5월)
히딩크 감독은 2009년 2월 중순에 첼시에서 3개월 기간으로 임시 사령탑을 맡았습니다. 당시 몸담았던 러시아 대표팀 감독직과 겸임 체제를 이루었습니다. 성적 부진으로 어수선했던 팀 분위기를 수습하며 선수들에게 신뢰를 얻었습니다. 3개월 동안 24경기에서 18승5무1패를 기록했으며 그 중에 프리미어리그에서 11승1무1패를 거두었습니다. 마지막이었던 FA컵 결승전에서는 팀의 우승을 이끌면서 지난 몇년간 첼시 사령탑을 맡았던 지도자중에서 유일하게 웃으면서 팀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4강 진출에 만족했습니다. 4강 1차전 FC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0-0으로 비겼지만 홈이었던 2차전에서 1-1로 비기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2차전 종료 직전 이니에스타에게 동점골을 내준 것, 심판의 편파판정이 첼시 입장에서 아쉬웠죠.
-히딩크 시절 첼시 주요 성적-
2008/09시즌 : 프리미어리그 3위,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FA컵 우승
7.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2009년 6월~2011년 5월)
안첼로티 감독은 첼시에서 실패하지 않았던 지도자입니다. 2009/10시즌 3개 대회(프리미어리그, FA컵, 커뮤니티 실드) 우승, 2010/11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준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두 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 실적이 좋지 못했지만 적어도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잘했습니다. 2010/11시즌 중반에는 첼시가 4위권 바깥으로 밀렸으나 막판에 2위로 따라붙으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우승 경쟁을 벌였죠. 하지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원했던 사람입니다. 안첼로티 감독은 AC밀란에서 두 번의 유럽 제패를 지휘했지만 첼시에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죠. 2010/11시즌 무관에 그치면서 경질됐습니다.
-안첼로티 시절 첼시 주요 성적-
2009/10시즌 : 프리미어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FA컵 우승, 커뮤니티 실드 우승
2010/11시즌 : 프리미어리그 2위,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안첼로티 시절 첼시 주요 영입-
2009/10시즌 : 유리 지르코프(1800만 파운드)
2010/11시즌 : 하미레스(1700만 파운드) 페르난도 토레스(5000만 파운드, 2011년 1월) 다비드 루이스(2400만 파운드, 2011년 1월)
8.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감독(2011년 6월~2012년 3월)
첼시는 2011/12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서 2010/11시즌 FC 포르투의 미니 트레블을 달성시켰던 빌라스-보아스 감독을 영입했습니다. 빌라스-보아스 감독은 2000년대 중반 첼시의 스카우트로 활동했었고, 지도자로서 무리뉴 감독과의 비슷한 행보 때문인지 '제2의 무리뉴'로 부각됐습니다. 하지만 그의 첼시 감독 시절은 순탄치 못했습니다. 측면 중심의 공격 전술을 일관하면서 상대팀들에게 작전이 읽혔고, 수비 라인을 윗쪽으로 올리면서 항상 후방 불안에 시달렸고, 스콜라리 감독처럼 선수 장악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승점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나폴리 원정 1-3 패배는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빌라스-보아스 시절 첼시 주요 성적-
2011/12시즌 도중 : 프리미어리그 5위,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패배
-빌라스-보아스 시절 첼시 주요 영입-
2011/12시즌 : 후안 마타(2600만 파운드) 로멜루 루카쿠(1800만 파운드) 게리 케이힐(700만 파운드, 2012년 1월) 안드레 로메우(435만 파운드)
9.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 대행(2012년 3월~현재)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결실은 디 마테오 체제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나폴리와의 16강 2차전에서 4-1로 승리하면서 기적같은 8강 진출을 이루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의 선 수비-후 역습 전술로 재미를 봤습니다. 벤피카-FC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결승에 진출했으며, 결승 바이에른 뮌헨전에서는 원정팀이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 1-1로 비겼습니다.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승리하면서 첼시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시즌 후반기 3개 대회를 병행하는 체력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탄력적인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챔피언스리그-FA컵 우승을 지휘했습니다. 별 다른 특이사항이 없으면 첼시의 정식 감독으로 부임할 것으로 보입니다.
-디 마테오의 첼시 성적-
2011/12시즌 : 프리미어리그 6위, 챔피언스리그 우승, FA컵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