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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우승 실패, 스스로 자초한 결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2011/12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종전 선덜랜드 원정에서 1-0으로 승리했지만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승점 89점 동률을 이루었으나 골득실에서 8골 밀리면서 2위에 만족했습니다. 선덜랜드전 종료 직전까지는 맨시티가 퀸즈 파크 레인저스와 2-2로 비기면서 맨유 우승이 유력한듯 싶었으나, 세르히오 아궤로 결승골에 의해 맨시티는 3-2로 이겼으며 우승컵을 획득했습니다. 반면 맨유는 올 시즌 무관에 그쳤습니다.

[사진=선덜랜드전 1-0 승리를 발표한 맨유. 그러나... (C) 맨유 공식 홈페이지(manutd.com)]

맨유의 우승 실패는 스스로 자초한 결과입니다. 지난달 8일 퀸즈 파크 레인저스전까지는 2위 맨시티와의 승점 싸움에서 8점 앞섰습니다. 나머지 경기에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5월 1일 맨시티 원정 0-1 패배에도 불구하고 통산 20번째 우승의 꿈을 이루었을지 모릅니다. 4월 11일 위건전 0-1 패배, 22일 에버턴전 4-4 무승부가 아쉬운 이유입니다. 위건전에서는 주력 선수들의 체력 저하와 상대팀 선수들의 투철한 승리욕이 맞물리면서 경기 내용이 어려워졌고, 에버턴전은 수비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두 경기 중에 하나를 이겼다면 맨시티가 우승할 일은 없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만 우승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본선 탈락, 유로파리그 16강 탈락, 칼링컵 8강 탈락, FA컵 32강 탈락으로 고전했습니다. 유럽 대항전에서는 강팀의 자존심을 구겼으며 모든 토너먼트 대회에서 4강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스쿼드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센터가 취약했습니다. 맨시티 야야 투레처럼 허리에서 공격과 수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중앙 미드필더가 없었고, 맨시티 주장 빈센트 콤파니와 비견되는 굳건한 센터백의 존재감이 부족했습니다. 전자는 대런 플래처의 궤양성 대장염, 후자는 네마냐 비디치의 장기간 부상 공백이 아쉬웠습니다. 박싱데이 이후에는 폴 스콜스가 돌아오면서 중원 문제가 일시적으로 해결되었고, 조니 에반스가 성장하면서 비디치 공백을 메웠지만 시즌 전반기에는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톰 클레버리의 잦은 부상은 맨유 경기력을 어렵게 했습니다. 맨유는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걸출한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클레버리가 커뮤니티 실드와 시즌 초반에 두각을 떨치면서 선수 영입 확률을 줄였습니다. 하지만 클레버리 부상을 비롯해 플래처-안데르손까지 이탈하면서 맨유의 중원 운영이 어려워졌고 1월초에 이르러 스콜스를 복귀 시켰습니다. 스콜스의 전체적인 경기력은 좋았지만 90분을 충분히 뛸 수 있는 체력이 아닙니다. 맨유 중원 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하는 카드였을 뿐이죠.

결과적으로 지난해 여름에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하는 것이 옳았습니다. 이적생 필 존스가 몇몇 경기에서는 중앙 미드필더에 배치되었지만 본래 수비수이며 부상으로 빠졌던 기간이 적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이적생 애슐리 영은 기복이 심했습니다. 맨유는 두 명을 비싸게 영입했지만 그 선수들은 이적료 만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시즌 시작전부터 중앙 미드필더의 취약함을 안고 있었고 지금까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죠.

맨유에게 매우 중요했던 지난 1일 맨시티 원정 0-1 패배도 중앙에서 비롯됐습니다. 4-4-2에서 4-2-3-1로 변형하면서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했습니다. 그러나 박지성은 당시 7경기 연속 결장한 상태였습니다. 실전 감각이 부족한 상황에서 빅 매치에 투입되었고 그것도 공격 진영 가운데 공간을 맡았습니다. 결과는 부진이었죠. 퍼거슨 감독의 선수 기용 미스에서 빚어진 일입니다. 시즌 막판 프리미어리그에 전념하면서 주축 선수 위주의 라인업을 꾸렸지만 박지성에게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 맨시티전 부진 여파로 이어졌죠. 퍼거슨 감독의 로테이션 미스였다고 봐야 합니다.

다음 시즌에는 맨시티에게 허용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되찾기 위해서 분주하겠지만 중앙 문제를 해결짓지 못하면 곤란합니다. 올해 여름에 중앙 미드필더를 꼭 영입해야만 합니다. 그동안 맨유 중원에서 활발히 모습을 내밀었던 마이클 캐릭이 내년이면 32세입니다. 클레버리-플래처가 다음 시즌에 실전 투입이 활발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센터백쪽에서는 리오 퍼디난드의 노쇠화를 대비해서 스몰링-존스의 성장이 요구됩니다. 좌우 풀백을 맡는 에브라-하파엘과 경쟁할 백업 멤버도 필요합니다.

그보다는 맨유 미드필더진에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있어야 합니다. 긱스-스콜스 노련함으로는 부족합니다.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개인 경기력은 좋지만 동료 선수들의 분발을 이끌어주는 타입과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왼쪽 측면에서는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없습니다. 팀 공격이 웨인 루니에게 의존한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그나마 루니가 항상 제 몫을 다하면서 맨유가 승점 89점을 따낼 수 있었죠. 맨시티도 야야 투레, 다비드 실바 영향력이 만만치 않지만 미드필더진에 확실한 구심점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때로는 사미르 나스리, 세르히오 아구로가 2선 미드필더로서 경기를 잘 풀어갈때가 있죠. 이것이 맨유와 맨시티의 차이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