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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대세로 떠오른 4-2-3-1 그리고 맨시티

 

축구는 유행을 타는 스포츠입니다. 특히 포메이션이 그렇습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기점으로 4-2-3-1 포메이션을 도입하는 팀들이 많아졌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8강에 진출한 8팀중에 7팀이 4-2-3-1을 도입할 정도로 원톱을 즐겨쓰는 팀이 즐비했죠. 우승팀 스페인도 4-2-3-1을 활용했습니다.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한 첼시와 바이에른 뮌헨의 공통점은 주 포메이션이 4-2-3-1입니다. 유럽 3대리그 1위를 기록중이거나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레알 마드리드-도르트문트도 4-2-3-1을 활용하는 팀들이죠.

국내 축구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해 K리그 우승팀 전북, 현 국가 대표팀, 올림픽대표팀의 포메이션은 4-2-3-1입니다. 불과 9년전에는 움베르투 쿠엘류 전 감독이 국가 대표팀에서 4-2-3-1을 도입했을때 선수들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과거에는 3백을 쓰는 팀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4백이 대세입니다. 한국 축구가 세계 축구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4-2-3-1이 대세인 이유

4-2-3-1은 미드필드진 경쟁력을 강화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4-4-2에 비해서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2명과 2선 미드필더 3명이 존재합니다. 2선 미드필더는 공격형 미드필더 1명, 윙어 2명으로 구분되죠. 4-4-2보다 중앙에서 활동하는 미드필더가 1명 더 많습니다. 이렇게 5명의 미드필더가 호흡을 맞추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경기 흐름을 찾으려고 합니다. 공격 성향의 팀은 미드필드진을 주축으로 점유율을 늘리는데 주력하며, 수비 지향적인 팀은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과 거리를 좁혀 6백에 가까운 포지셔닝을 취하면서 2선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으로 후방에 내려옵니다.

4-2-3-1은 수비적인 강점이 다분하다고 봅니다. 두 명의 투쟁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2선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면 4-4-2는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활용하지만 상대팀에게 뒷공간을 내주면 역습 또는 중거리 슈팅을 허용하기 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예를들면 한국 대표팀이 2010년 2월 A매치 중국전에서 0-3으로 완패했던 원인 중에 하나는 김정우-구자철 중앙 미드필더 조합의 실패에 있었습니다. 당시 구자철이 너무 앞쪽으로 올라가는 움직임을 취한 것이 허리의 부조화로 이어지면서 중국이 유리한 경기 운영을 펼치는 빌미가 됐죠. 4-2-3-1 이었다면 중원에 1명 더 배치하면서 수비 약점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공격 과정에서는 2선의 중앙을 맡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4-4-2, 3-4-3에 비해 공격 비중을 높이면서 연계 플레이에 주력하거나 골문쪽으로 침투해서 골을 노릴 수 있습니다. 아스널이 올 시즌 중반까지 침체에 빠졌던 원인은 파브레가스(FC 바르셀로나) 이적 공백을 메울 미들라이커가 마땅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4-2-3-1은 투톱에 비해 최전방에서 골을 노릴 선수가 부족하며 공격형 미드필더의 득점력이 요구됩니다. 카가와(도르트문트)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 31경기에서 13골 터뜨리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득점력외에도 활동량, 침투, 판단력, 포지셔닝이 좋은 선수라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잘 파고드는 체질입니다.

[사진=세르히오 아궤로 (C) 맨시티 공식 홈페이지(mcfc.co.uk)]

맨시티 4-2-3-1은 왜 강한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최대 이슈는 맨체스터 두 팀의 피말리는 우승 경쟁 이었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불꽃튀는 각축전을 벌였죠. 오는 13일 최종라운드를 앞둔 가운데 두 팀의 승점은 86점 동률입니다. 맨시티가 지난 1일 맨유전에서 1-0으로 이기면서 골득실 8골 우세까지 점하면서 1위를 기록중입니다. 두 팀 모두 4-2-3-1을 활용했는데 맨시티의 퀄리티가 더 강했습니다. 맨유의 전술적 패인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박지성이 야야 투레와의 경합에서 밀리면서 원톱 루니 고립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긱스-나니 측면 옵션까지 부진하면서 단 한 개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면, 당시의 맨체스터 더비는 어느 팀의 4-2-3-1이 더 강한지 가늠하는 경기였습니다. 맨유는 맨시티 파상 공세를 막기 위해서 수비 지향적인 4-2-3-1로 변형했지만 공격 과정이 소홀했습니다. 아무리 수비에 올인하는 팀이라도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 골을 넣어야 합니다. 박지성에게 수비적인 역할을 맡겼지만 야야 투레는 공수 능력이 골고루 좋으면서 피지컬까지 다부집니다. 정확히는 퍼거슨 감독의 박지성 중앙 기용은 패착이었죠.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를 기용했다면 맨유 공격이 그때보다 조금이라도 숨통을 트였을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본래 4-4-2를 활용했던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4-2-3-1이 어색했습니다.

반면 맨시티 4-2-3-1은 미드필더의 특성을 키우는 강점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선수 개인 기량이 좋으면서 4-2-3-1에 의해 미드필더 분업화가 이루어집니다. 그럼에도 선수들 움직임이 경직되지 않는 이유는 미드필더들이 경기 상황에 따라 프리롤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맨체스터 더비때는 야야 투레가 박지성 교체 이후에 종적인 움직임을 늘리고 슈팅까지 시도하면서 맨유 수비를 위협했습니다. 맨유 공격이 거듭 꼬인 틈을 노리며 직접 앞으로 나와서 공격에 참여했습니다. 맨시티 2선을 맡는 나스리-아궤로(테베스)-실바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활동하는 특성이 있죠.

흔히 말하는 맨시티 플레이메이커는 실바입니다. 일반적으로 플레이메이커는 중앙에서 공격을 조율하지만 실바는 측면 미드필더입니다. 측면이 중앙보다 공간이 넓은 특성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그라운드 바깥쪽에서 움직이지만 때에 따라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실바는 오프 더 볼 상황에서 상대 수비가 벌어진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볼을 따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코-아궤로(발로텔리-테베스) 같은 원톱-공격형 미드필더에게 골 기회가 찾아오는 이점이 있습니다. 4-2-3-1의 단점인 공격수 부족, 원톱과 공격형 미드필더의 공존 부담을 풀어내는 효과를 안겨줬습니다.

아궤로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3경기에서 22골 넣은 공격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장점까지 갖췄습니다. 2선 중앙에 있을 때는 주변 동료 선수와 함께 패스를 통해서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을 잘했습니다. 잔패스를 늘리면서 맨시티 점유율을 늘려주는 특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테베스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면서 원톱으로 올라온 아궤로와 척척맡는 호흡을 과시했습니다. 중앙에서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쳐주면서 실바 의존도를 줄이는 이점을 안겨줬습니다. 맨시티로서는 시즌 막판 테베스 효과로 힘을 얻으면서 맨유를 다시 2위로 밀어냈습니다.

맨시티가 4-2-3-1을 필두로 파상공세가 가능했던 요인은 수비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배리-야야 투레로 짜여진 수비형 미드필더 조합이 포백 보호를 잘했습니다. 중원에서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상대 공격을 능수능란하게 압박했습니다. 맨시티는 점유율 축구를 하는 팀이라 야야 투레의 공격 관여 장면이 잦으며 배리가 중원에서 궂은 역할에 전념합니다. 공격시에는 배리의 패스 횟수가 제법 많습니다. 야야 투레와 더불어 팀의 1차 공격을 만들어주는 역할까지 겸합니다. 두 선수의 존재감이 있기에 맨시티 공격 옵션들이 수비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으며 본래의 역할에 전념합니다. 만약 맨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지으면 그것은 곧 4-2-3-1의 승리입니다. 4-4-2가 대세였던 프리미어리그의 변화를 상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