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13일 저녁 11시에 펼쳐질 2011/1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종전. 9개월 동안 숨가쁘게 달려왔던 프리미어리그 대장정이 마무리됩니다. 지금까지 우승팀,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팀, 울버햄턴-블랙번과 더불어 챔피언십리그로 강등될 또 다른 팀이 최종전에서 가려집니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면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며 승리시에는 목표 달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진=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맨시티 (C) 맨시티 공식 홈페이지 메인(mcfc.co.uk)]
1. 맨시티vs맨유, EPL 우승팀은?
맨체스터 두 팀은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피말리는 1위 경쟁을 펼쳤습니다. 37라운드가 끝난 현재까지 승점 86점 동률을 이루었으며 맨시티가 골득실에서 맨유를 8골 차이로 앞섰습니다. 17위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와의 홈 경기에서 이기면 사실상 우승이 확정됩니다. 2위 맨유가 선덜랜드 원정에서 승리해도 골득실 부담이 크기 때문에 맨시티로서는 승점 3점만 획득하면 됩니다. 최근 5연승 15골 1실점의 기세라면 QPR을 이길 것으로 보입니다. 시즌 막판에는 테베스 효과로 화력에 힘을 얻었으며 주축 선수의 부상 공백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5일 QPR 원정에서는 3-2로 승리했습니다.
맨유로서는 QPR 분발을 바랄 것입니다. QPR이 맨시티의 발목을 잡고 맨유가 선덜랜드를 이기면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은 올드 트래포드로 향합니다. QPR로서는 맨시티전에서 최소 비겨야 강등을 면합니다. 18위 볼턴과의 승점 차이는 2점이지만 골득실에서는 9골 앞섰습니다. 다만, QPR은 올 시즌 원정 18경기에서 3승2무13패 17골 38실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특히 원정 경기에서 최다 실점 2위를 기록중입니다. 맨시티 원정에서 수비 위주의 작전을 펼칠지라도 평소 뒷문이 허약했다는 점에서 무실점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맨시티는 홈에서 17승1무 52골 10실점으로 선전했습니다.
맨유는 선덜랜드 원정에서 공격적인 경기를 펼칠 것입니다. 다득점을 기록해야 실낱같은 우승의 희망을 얻을 수 있죠. 선덜랜드는 최근 12위로 추락하면서 유로파리그 진출이 불가능한 만큼 맨유에 비해서 동기부여가 떨어졌습니다. 문제는 맨시티가 QPR전에서 이기면 맨유의 선덜랜드 우승은 빛 바래고 맙니다. 한국인 선수 출전 여부를 논외하면 맨시티-QPR 경기에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지동원, 맨유전 골이 필요한 이유
선덜랜드의 지동원은 지난 6일 풀럼전에서 모처럼 선발 출전하면서 도움까지 기록했습니다. 맨유전 선발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전에 투입되면 시즌 3호골 여부가 주목됩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다음 시즌 입지 강화를 위해 오닐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맨유를 상대로 골을 넣는 시나리오가 기다려집니다.
지동원은 1월 14일 첼시전부터 4개월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5번만 출전했습니다. 그 중에 4경기는 교체였으며 1경기는 풀럼전 선발 출전입니다. 나머지 경기에서는 결장했죠. 오닐 감독에게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팀 내 유망주라서 과소평가된 경향이 없지 않지만, 정확히는 오닐 감독의 전술적 판단(빅&스몰)을 이유로 그라운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유망주는 경기에 자주 투입되어야 기량이 향상됩니다. 다음 시즌 화려한 비상을 위해서 맨유전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죠. 맨유전 골을 통해서 선덜랜드의 미래를 빛낼 아이콘임을 입증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으니까요.
[사진=아스널이 3위를 확정하려면 판 페르시 골이 요구됩니다.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arsenal.com)]
3. EPL 3위, 과연 어느팀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경쟁도 흥미롭습니다. 3위 아스널, 4위 토트넘, 5위 뉴캐슬 승점은 각각 67-66-65점 입니다. 아스널이 최종전 웨스트 브로미치 원정에서 패하고, 토트넘-뉴캐슬이 동반 승리하면 아스널은 3위에서 5위로 추락하면서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좌절됩니다. 반면 아스널-토트넘이 동시에 패하고 뉴캐슬이 승리하면 3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죠. 아스널은 시즌 후반기에 3위를 굳히면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확정되는 듯 싶었지만 막판에 방심하면서 토트넘-뉴캐슬에게 추격 당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또 다른 변수는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여부입니다. 다음주 일요일 새벽 바이에른 뮌헨을 제압하고 유럽 챔피언을 달성하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가능합니다. 이미 프리미어리그에서는 4위 진입이 좌절된 상황이라(승점 61)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올인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스널-토트넘-뉴캐슬은 반드시 3위를 달성해야만 합니다. 첼시가 우승에 실패하면 4위까지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3위에게만 기회가 있습니다. 아스널-토트넘-뉴캐슬은 최종전에서 승리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야만 합니다.
4. 판 페르시, 2008년 호날두 넘을까?
아스널이 3위를 달성하려면 골잡이 판 페르시의 활약이 중요합니다. 아스널은 판 페르시 득점력에 의존하는 단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판 페르시의 골이 없으면 승리하기 쉽지 않습니다. 웨스트 브로미치와의 최종전에서 판 페르시 골을 기대할 것입니다. 판 페르시는 올 시즌 30골 넣었습니다. 2007/08시즌 득점왕 호날두(전 맨유, 현 레알 마드리드, 31골) 이후 4시즌 만에 프리미어리그 30골 고지를 돌파했습니다. 이제 남은 목표는 호날두 31골 기록을 넘는 것입니다.
2001/02시즌 이후 프리미어리그 30골 이상 넣은 선수는 3명 뿐입니다. 2003/04시즌의 앙리(전 아스널, 현 뉴욕 레드불스, 30골), 2007/08시즌의 호날두, 지금의 판 페르시 입니다. 판 페르시는 2003/04 시즌 아스널 무패 우승을 이끈 앙리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었으며 이제는 4년전 호날두 골 기록을 넘어설 기회를 얻었습니다. 웨스트 브롬전에서 2골 넣으면 됩니다. 그 2골은 아스널 승리의 중요한 밑거름 역할을 하겠죠. 4월 28일 스토크 시티전 1골, 5월 5일 노리치전 2골의 기세라면 웨스트 브로미치전 득점이 기대됩니다.
5. 볼턴, 결국 강등되나?
이청용이 부상에서 복귀한 볼턴이 매우 위험합니다. 승점 35점으로 18위를 기록중이며 스토크 시티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강등됩니다. 경기에서 비겨도 17위 QPR(승점 37)이 맨시티 원정에서 최소 비기면 강등을 면치 못합니다. 볼턴은 QPR과의 골득실에서 9골 차이로 밀렸습니다. 스토크 시티전에서는 어떻게든 승리해야만 합니다. 그나마 원정 경기 실적이 조금 괜찮습니다. 홈에서는 4승4무11패, 원정에서는 6승1무11패입니다. 지난해 11월 6일 스토크 시티와의 홈 경기에서는 5-0 대승을 거두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2010/11시즌 이었던 지난해 1월 15일 스토크 시티 원정에서는 0-2로 패했습니다.
올 시즌 최종전에서는 이청용이 출전할 전망입니다. 지난 주말 웨스트 브로미치전 막판에 투입되면서 오랜만에 실전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90분 뛸 체력은 아니겠지만 볼턴의 에이스다운 결정적인 임펙트가 필요합니다. 측면에서 오른발 얼리 크로스를 띄우면서 공격수에게 헤딩골 기회를 만들어주거나 또는 중앙 침투를 통해서 골을 넣는 장면이 연출되기를 국내 축구팬들이 원할 것입니다. 만약 강등되면 다음 시즌 챔피언십리그에서 뛰거나 다른 팀 이적을 알아봐야 합니다. 2부리그로 떨어지면 향후 프리미어리그 진입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볼턴의 강등은 이청용에게 또 다른 불운입니다. 볼턴과 이청용에게 기적이 연출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