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맨유, 카가와보다는 스트루트만이 필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2011/12시즌 전반기와 후반기 차이를 꼽으라면 폴 스콜스의 존재감 유무입니다. 시즌 전반기에는 스콜스 은퇴 공백을 이겨내지 못한데다 톰 클레버리마저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중앙 공격의 퀄리티가 떨어졌습니다. 올해 1월초에 스콜스가 다시 돌아오면서 중앙 공격이 숨통을 틔웠죠. 현재까지는 올 시즌 종료까지 뛸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음 시즌에도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갈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38세 스콜스에게 의지하기에는 맨유 중원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스콜스와 더불어 맨유의 중원을 지탱했던 마이클 캐릭은 내년이면 32세이며 많은 경기를 뛰기에는 체력적으로 지칠 시기에 거의 도달했습니다. 궤양성 대장염에 시달렸던 대런 플래처 복귀 여부도 불투명합니다. 안데르손, 폴 포그바는 팀을 떠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해 여름은 중앙 미드필더 영입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일본인 공격형 미드필더 카가와 신지(도르트문트)의 맨유 이적설이 제기됐습니다. 카가와는 도르트문트의 독일 분데스리가 2연패 달성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습니다. 맨유와 첼시 같은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 이적설로 주목을 받을만 했습니다. 그러나 카가와와 맨유의 궁합은 잘 안맞는 것 같습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지만, 맨유 4-4-2에 어울릴려면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요구되며 압박 능력이 좋아야 합니다. 카가와는 4-4-2보다는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에 최적화된 선수죠. 왼쪽 윙어로 뛸 수 있지만 애슐리 영-박지성-긱스와 포지션이 겹치며 최근에는 니콜라스 가이탄(벤피카)이 맨유 이적설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카가와가 독일에서는 잘했지만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는 선수인지는 물음표입니다.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에서 활약했지만 팀은 F조 4위(1승1무4패)로 탈락했습니다. 에이스는 팀 성적을 짊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카가와 부진 보다는 거의 대부분의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유럽 무대 경험 부족에서 드러난 결과지만 팀의 핵심 멤버로서 32강 탈락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런 카가와는 도르트문트 잔류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봅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아쉬움을 풀고자 다음 시즌에 의욕을 발휘할지 모릅니다. 카가와가 여전히 도르트문트에 필요한 이유죠. 분데스리가가 유럽리그 3위로 올라선 것을 봐도 굳이 다른 리그로 떠날지 의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올해 여름에 팀을 떠날지는 모르겠지만요.

[사진=케빈 스트루트만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맨유가 올해 여름에 어떤 선수를 영입할지는 그동안 이적시장에서의 행보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08년 여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영입에 이적료 3075만 파운드(약 564억원)를 투자한 이후 거의 4년 동안 특정 선수 영입에 2000만 파운드(약 367억원)를 지출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여름에 데려왔던 다비드 데 헤아, 애슐리 영(이상 1600만 파운드, 293억원) 필 존스(1650만 파운드, 약 302억원)는 2000만 파운드를 넘지 않았습니다. 데 헤아-존스는 미래를 내다 본 영입이며 애슐리 영은 중위권 클럽 애스턴 빌라의 주력 선수로 활약했지만 그때까지는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없었습니다. 1600만 파운드는 적정한 금액이었죠.

그런 맨유는 지금까지 이적시장에서 특급 선수 보다는 앞으로 팀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의 영입을 더 중시한 것 같습니다. 전자격이라면 후안 베론, 베르바토프 같은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두 선수는 먹튀 논란에 시달릴 정도로 경기력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퍼디난드는 성공한 케이스였지만요. 굳이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에 어울리는 선수를 꼽으라면 루카 모드리치(토트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지만 몸값이 비쌉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첼시로부터 4000만 파운드(약 733억원)의 이적료를 제시 받았지만 토트넘에게 거절당했죠. 토트넘 성적을 봐선 올해 여름에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맨유가 이 선수를 영입하려면 엄청난 자금 투자가 불가피합니다. 막대한 적자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죠.

현실적으로 맨유는 특급 선수에 비해서 이적료가 비싸지 않은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할지 모릅니다. 되도록이면 나이가 젊은 선수에 눈독을 들이겠죠. 최근 맨유와 연결된 중앙 미드필더 중에서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서 활약중인 케빈 스트루트만(22)에게 시선이 모아집니다. 스트루트만은 스파르타 로테르담-FC 유트레흐트를 거쳐서 지난해 여름 에인트호벤으로 이적했습니다. 올 시즌 32경기에서 6골 넣었으며 네덜란드 대표팀 경기에서 선발 출전 기회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6월 9일 유로 2012 예선 핀란드 원정에서 골을 터뜨린 경험이 있습니다. 어쩌면 유로 2012에서 보게 될지 모릅니다.

스트루트만은 중앙 미드필더로서 전방쪽으로 날카롭고 정확한 스루패스를 찔러주는 특성이 있습니다. 스콜스 외에는 중앙에서 킬러 패스를 공급할 선수가 마땅치 않은 맨유에게 필요할지 모릅니다. 활동량과 순발력, 포지셔닝, 패싱력이 골고루 좋으며 좁은 공간에서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를 풀어가는 능력이 있습니다. 다득점을 자랑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문전쪽으로 치고드는 움직임이 저돌적입니다. 22세 영건임을 놓고 보면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역량이 있습니다. 어린 선수임에도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잠재력을 인정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스트루트만이 맨유의 중앙 문제를 빠른 시일내에 해결할 적임자는 아닙니다. 네덜란드 에레데비지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편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하지만 맨유가 그동안 영건 영입이 많았다는 점을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특징을 놓고 보면 이 선수가 맨유에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수는 유로 2012 입니다. 만약 스트루트만이 네덜란드의 주력 선수로 활약하며 팀의 좋은 성적을 이끌면 몸값이 뛰어오를지 모릅니다. 다른 빅 클럽들의 영입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으며 얼마전에는 리버풀, AC밀란 이적설로 주목 받았습니다. 맨유가 이 선수를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강하면 유로 2012 직전에 계약할지 모를 일이죠. 스트루트만의 맨유 이적 여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네덜란드 축구의 향후 10년을 빛낼 선수임에는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