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이 이끄는 첼시가 2007/08시즌 이후 4시즌 만에 유럽 대항전 파이널 무대에 올랐습니다. 25일 새벽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캄프 누에서 진행된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전에서 2:2로 비겼습니다. 전반 35분 세르히오 부스케츠, 전반 43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에게 골을 허용했으나 3분 뒤 하미레스가 추격골을 넣었습니다. 후반 47분에는 페르난도 토레스가 동점골을 터뜨렸으며 첼시는 1차전 스코어를 포함하여 3:2로 앞서면서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반면 바르사는 챔피언스리그 2연패에 실패했습니다.

[사진=FC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골을 넣은 하미레스-페르난도 토레스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첼시에게 위기였던 존 테리 퇴장, 오히려 선수들 단결력 향상

첼시는 바르사가 0-1로 앞섰던 전반 36분 존 테리가 산체스 허리를 무릎으로 가격하면서 퇴장 당하자 수적 열세에 빠졌습니다. 7분 뒤에는 이니에스타가 바르사의 두번째 골을 넣으면서 첼시가 탈락하는 듯 싶었습니다. 10명으로 바르사 파상공세를 막기에는 선수 숫자 1명이 부족하고 전반전에 2골 내주면서 지난 1차전과 달리 수비가 안정되지 못했습니다. 이때까지는 경기를 시청했던 대부분 축구팬들이 바르사 결승 진출을 예상했을 겁니다.

하지만 축구는 각본없는 드라마 입니다. 전반 46분 하미레스가 추격골을 넣으면서 첼시가 1:2로 추격했습니다. 하미레스는 바르사 진영으로 침투하는 단독 돌파하는 과정에서 램퍼드와 원투패스를 주고 받은 뒤 박스 안으로 쇄도하면서 오른발 칩샷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골을 넣겠다는 하미레스의 과감함이 첼시의 위기를 구했습니다. 처음에 첼시 진영에서 볼을 터치했을 때 사비가 근접 지역에서 달려들면서 오른쪽 측면으로 빠진 마타에게 패스를 띄울 것 같았지만, 오히려 안쪽에 있는 램퍼드에게 종패스를 밀어주고 돌파를 하면서 바르사 미드필더 압박을 뚫었습니다. 평소 다득점을 자랑했던 선수는 아니지만 그동안 실전에 많이 투입된 노하우 때문인지 순간 판단력이 좋았습니다.

하미레스 골은 4강 2차전의 결정적 승부처로 작용했습니다. 만약 첼시가 전반전에 골이 없었다면 후반전에 공격적인 장면을 늘려야 하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바르사에게 실점할 우려가 커집니다. 다행히 하미레스가 골을 넣으면서 첼시는 후반전에 수비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까지 1:2로 밀렸지만 1차전을 포함한 통합 스코어 2:2로 팽팽히 맞섰고, 하미레스 골은 원정 다득점으로 인정 받으며 첼시의 결승 진출이 유력해졌죠. 그러나 하미레스는 이날 옐로우 카드를 받으면서 경고 누적으로 결승전에 못나옵니다.(테리, 하미레스, 이바노비치, 메이렐레스는 퇴장 및 경고 누적으로 결승전 결장)

바르사 입장에서는 하미레스 골을 내주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1차전에서는 전반 47분 드록바에게 골을 허용했는데 2차전에서도 전반 막판에 실점했습니다. 선수들이 두 경기에 걸쳐서 집중력이 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주말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전에서도 후반 25분 산체스 동점골로 따라잡더니 수비 응집력이 흐트러지면서 3분 뒤 호날두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패했습니다. 첼시와의 2차전에서는 변칙적인 3-3-4 포메이션을 활용하면서 파브레가스-산체스-메시-쿠엔카를 포톱으로 내세운 끝에 전반전 2골을 넣었습니다. 그러나 하미레스에게 실점하면서 2골이 빛바래고 말았습니다.

후반 4분 메시의 페널티킥 실축은 첼시에게 행운이 따랐습니다. 또 실점을 허용했다면 공격을 펼쳐야 하는 부담감이 따랐습니다. 메시의 득점 실패로 간신히 고비를 넘겼고 선수들의 수비적인 움직임이 많아졌습니다. 후반 초반에는 오른쪽 풀백을 봤던 하미레스의 수비 공간이 열리는 불안함이 있었지만 중반부터는 4-4-1에서 6-3-0으로 바꿨습니다. 드록바-애슐리 콜-보싱와-이바노비치-하미레스-칼루가 6백을 형성했습니다. 센터백이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나면서 드록바와 칼루가 좌우 풀백을 맡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경기 내내 수비에 전념하면서 바르사 공격을 틀어막는데 성공했습니다. 테리 퇴장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오히려 선수들의 단결력이 향상됐습니다.

10명의 첼시는 전문 센터백이 없는 불안 요소가 있었습니다. 경기 시작할때는 테리-케이힐이 센터백을 맡았지만 전반 11분에 케이힐이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이바노비치가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고 보싱와가 교체 투입했습니다. 전반 36분에는 테리 퇴장으로 보싱와가 센터백으로 전환하면서 하미레스가 오른쪽 풀백으로 내려왔죠. 후반 중반에는 애슐리 콜-하미레스까지 센터백 역할을 소화했습니다. 그나마 이바노비치가 애초부터 센터백과 오른쪽 풀백을 도맡았지만 측면에서 뛰었던 경험이 더 많습니다. 첼시는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바르사에게 후반전에 골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전문 센터백이 없는 결점을 선수들의 단단한 조직력으로 이겨냈습니다.

후반 34분 토레스 교체 출전은 디 마테오 감독의 교체 실수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수비에 올인하는 상황에서 공격수 투입이 의아했습니다. 벤치에는 수비력이 뛰어난 에시엔이 대기했지만 오히려 토레스가 드록바를 대신해서 왼쪽 풀백으로 뛰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전이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의 '신의 한 수' 였습니다. 토레스는 후반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작렬했습니다. 한동안 수비에 가담하다가 어느 순간에 앞쪽으로 올라가면서 후방에서 찔러준 롱패스를 받았고, 바르사 진영에 골키퍼 발데스 한 명만 남아있는 틈을 노리며 단독 돌파를 시도했습니다. 어느새 발데스를 제치고 오른발로 가볍게 골을 밀어 넣었습니다. 토레스 골은 첼시의 '결승 진출슛' 이었죠.

첼시는 바르사와의 점유율에서 27-73(%) 슈팅 7-22(유효 슈팅 3-5, 개) 코너킥 1-10(개) 이동거리 88.29-90.76(Km) 패스 117-660(패스 성공률 46-85, %)로 밀렸습니다. 경고 받은 선수가 6-2(명)으로 상대팀보다 더 많았고 테리는 다이렉트로 퇴장 당했습니다. 통계적인 수치에서는 바르사보다 더 안좋았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2-2 무승부, 통합 스코어 3-2 첼시승으로 끝났습니다. 첼시는 캄프 누 원정에서 힘든 싸움을 펼친 끝에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올 시즌 치렀던 경기 중에서 가장 보람찬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남은 목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