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는 영원한 강자가 없습니다. 브라질은 월드컵 최다 우승국이지만 2006-2010년 월드컵에서는 8강 진출에 만족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6개월 전 이웃팀에게 홈에서 1:6 참패를 당했습니다. 2011/12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탈락, 유로파리그 16강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안았죠. 매년 혹은 모든 대회를 우승하는 팀은 지구상에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강팀으로 불리는 팀에 도전하는 새로운 다크호스는 항상 등장했고, 우승팀은 어떤 형태로든 늘 바뀌었습니다.
1. 스페인 대세론vs독일의 강력한 도전
2012년 유럽 축구는 '스페인 대세론'이 또 굳어지느냐, 아니면 새로운 No.1이 탄생하느냐의 기준점에 있습니다.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유로 대회(유로 2012)가 있는 해 입니다. 스페인은 유로 2008 우승을 계기로 본격적인 전성시대를 달렸습니다. 2009년에는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챔피언스리그-FIFA 클럽 월드컵을 포함해서 6관왕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2010년에는 스페인 대표팀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2011년에는 바르사가 챔피언스리그와 클럽 월드컵을 동시 제패하면서 총 5개 대회 챔피언에 등극했습니다. 현 FIFA 랭킹 1위 또한 스페인입니다.
지금도 스페인 축구의 위엄은 대단합니다. 2011/12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진출 네 팀 중에서 두 팀이 스페인 클럽입니다.(레알, 바르사) 유로파리그에서는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빌바오가 준결승에 올랐습니다. 창의적이면서 조직적인 패스 축구와 화려한 개인기, 압도적인 점유율까지 더해지면서 다른 나라의 축구 스타일을 허물었습니다. 이제는 공수 밸런스가 강해졌고 패스 축구의 효율성까지 더해지면서 세계 축구의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현 추세라면 스페인 대세론은 쉽게 꺾일 것 같지 않습니다.
2012년에는 스페인에게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했습니다. 현 FIFA 랭킹 2위 독일입니다. 유로 2012에서 스페인과 우승을 다툴 것으로 전망됩니다. 클럽 축구로 돌아가면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이 유럽 제패를 벼르는 상황이죠. 지금까지는 스페인에게 밀렸습니다. 유로 2008 결승, 2010 남아공 월드컵 준결승에서 스페인에게 0-1로 졌습니다. 클럽 축구에서도 바르사를 넘어설 팀이 없었죠. 하지만 독일 대표팀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젊은 선수 위주로 세대교체에 성공했으며 지금은 경험이 쌓였습니다. 지금까지 미래 지향적인 콘셉트였다면 이제는 우승의 결과물을 이룰때가 됐습니다.
독일 축구의 강점은 UEFA 리그 랭킹 3위로 뛰어오른 분데스리가 성장세입니다. 한때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혔던 이탈리아 세리에A를 4위로 밀어냈습니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잉글랜드-스페인과 더불어 4장의 본선 진출권을 부여받습니다. 지금까지 뮌헨 독주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도르트문트가 분데스리가 2연패를 달성했고, '라울 효과'에 힘입은 샬케04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면서 분데스리가가 상향 평준화 됐습니다. 분데스리가를 통해서 독일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좋은 재능들이 여럿 등장한 것도 플러스 요인입니다. 반면 스페인 축구는 지금까지 경제 위기 속에서도 꾸준한 강세를 보였지만 몇몇 프리메라리가 클럽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것이 흠입니다.
[사진=레알 마드리드vs바이에른 뮌헨 경기 모습 (C)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메인(realmadrid.com)]
2. 챔피언스리그, 레알 마드리드 or FC 바르셀로나 vs 바이에른 뮌헨
많은 사람들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레알과 바르사가 맞붙는 엘 클라시코 더비가 성사되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레알이 4강 1차전 뮌헨 원정에서 1-2로 패했고, 바르사는 첼시(잉글랜드) 원정에서 0-1로 지면서 결승 진출이 불투명합니다. 4강 2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이점이 있지만 뮌헨과 첼시가 저력이 있는 팀들이라 결승 진출을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레알의 패배는 뮌헨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경쟁력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뮌헨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홈 경기 6전 전승을 기록했으며 다섯 번의 토너먼트 경기에서 2실점만 허용했습니다. 고메스-로번-리베리-노이어-필립 람 같은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하면서 조직력까지 겸비했습니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 우승 실패가 오히려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동기부여로 작용합니다. 더욱이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장소는 '뮌헨 홈구장' 푸스발 아레나 뮌헨입니다. 지금까지는 레알-바르사에 비해서 과소평가됐지만 실제로는 무시하기 힘든 팀입니다.
레알도 뮌헨 못지 않게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절실합니다. 그동안 유럽 제패를 위해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만약 4강 2차전에서 다득점 승리가 무산되면 탈락이 유력하며 무리뉴 감독의 거취가 불투명합니다. 바르사 우승 전망이 쉽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레알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릴 적기지만 뮌헨이라는 상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바르사는 시즌 막판에 접어들면서 메시에 의존하는 공격력 그리고 메시의 체력 저하가 팀 전력에 안좋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럼에도 명성을 놓고 보면 지난 시즌에 이어 또 유럽을 제패할 레벨입니다. 4강 1차전에서 첼시에게 졌지만 180분 중에 90분 끝났을 뿐입니다.
3. 유로 2012, 스페인vs독일
스페인의 유로 2012 우승 전망은 4년전보다 조금 안좋습니다. 유로 2008 우승을 이끈 비야-토레스 콤비의 파괴력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비야는 장기간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하면서 대회 합류가 불투명하며 토레스는 첼시에서 1년 넘게 부진에 빠졌습니다. 빌바오 에이스 요렌테가 지금의 성장세를 놓고 보면 두 선수를 대신할지 모르겠지만 스페인 대표팀 원톱 존재감에서는 물음표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강력한 패스 축구를 자랑했다는 점에서 다른 팀 도전에 쉽게 주저앉을 팀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독일은 유로 2012 A조 예선 10전 전승을 거두고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스페인(8전 8승)과 더불어 예선에서 똑같이 전승을 기록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미드필더 중심의 패스 축구가 정착되었다면 이제는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페인에 비해서 고메스(뮌헨)라는 특출난 득점 기계가 있다는 점이 든든합니다. 여러 포지션에 걸쳐서 가용할 선수들이 많은 특징이 있으며 남아공 월드컵 이후에도 우수한 영건들이 등장했습니다. 다만, 필립 람과 측면 뒷 공간을 받쳐줄 선수의 특출난 존재감이 부족하며 슈바인슈타이거가 잔부상에 시달린 것이 단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