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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맨유 잔류를 낙관하는 한 가지 이유

 

"처리해야 할 많은 계약들이 있다. 몇몇 선수들의 영입을 생각하고 있으며 떠나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데이비드 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사장은 지난 19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여름에서 선수단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통산 20번째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앞두고 있음에도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염두하기 시작했습니다. 길 사장 인터뷰에서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은 '떠나는 선수' 입니다. 과연 누가 맨유를 떠날지 국내 축구계가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박지성이 최근 6경기 연속 결장했고 지난 16일 애스턴 빌라전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황이라 민감합니다.

[사진=박지성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국내 여론에서는 박지성 위기론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6경기 연속 빠진 상황이라 위기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시즌 막판을 놓고 보면 박지성은 사실상 애슐리 영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실력적인 차이보다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전술적 판단이 치우친 결과라고 봅니다. 최근에는 벤피카 왼쪽 윙 포워드 니콜라스 가이탄이 맨유 이적에 합의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과연 박지성이 다음 시즌 맨유에 남을지 알 수 없게 됐습니다. 잔류할지 또는 떠날지는 이적시장이 끝나봐야 압니다. 굳이 맨유 잔류를 낙관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딱 한 가지 있습니다.

맨유 선수단 변화, 강력히 필요하다...챔스 우승 위해서

맨유는 2011/12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유력합니다. 정확히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자국리그에서 통산 20번째 우승 트로피를 치켜 올리겠지만 유럽 대항전 성적이 안좋습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유로파리그 16강에서 탈락했습니다.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자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 답지 못한 행보였죠. 2012/13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3연패,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도전할 것입니다. 유럽 제패는 힘들더라도 올 시즌 두 번의 유럽 대항전에서 고개를 떨궜던 치욕을 극복하고 싶겠죠.

그럴려면 유럽 대항전에 알맞는 선수단 변화가 필요합니다. 되도록이면 스쿼드 약점을 줄여야 합니다. 맨유가 올 시즌 유럽 대항전에서 부진했던 대표적 원인 2가지는 중앙 미드필더 부재, 센터백 비디치 부상 공백 이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약팀들과 경기가 많기 때문에 팀의 고유적인 강점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 대항전은 강팀끼리 대결합니다. 아무리 프리미어리그보다 약한 리그의 클럽일지라도 그 나라에서는 강팀의 클래스가 묻어납니다. 강한 전력의 팀끼리 맞대결펼치면 무엇보다 약점을 노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맨유가 팀의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대형 선수 영입 및 일부 선수와의 작별이 불가피합니다.

저는 올 시즌 종료 후 베르바토프, 오언, 안데르손, 마케다, 스콜스(은퇴), 파비우(임대)'가 맨유를 떠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긱스, 포그바도 잠재적으로 포함될 수 있죠. 굳이 박지성을 거론하지 않아도 여러명이 맨유 선수로 뛸 것 같지 않습니다. 맨유는 이 선수들을 정리하면서 취약 포지션을 보강할 것입니다. 1순위 중앙 미드필더, 2순위 공격수, 3순위 왼쪽 풀백 또는 왼쪽 윙어입니다. 올해 여름 공격 성향이 짙은 중앙 미드필더를 보강할 것이 분명하며 베르바토프-오언이 떠난 백업 선수 자리를 메울 것 같습니다. 파비우가 임대되면 에브라 백업이 불안한 약점이 있죠. 긱스가 은퇴하면 왼쪽 윙어 영입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벌써부터 맨유의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너무 이릅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가 끝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맨유가 다음 시즌에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챔피언스리그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잉글랜드 최고의 빅 클럽이라 우승이 요구되겠죠. 그 목표를 이룰려면 선수단 변화가 강력히 필요합니다.

박지성이 여전히 맨유에 필요한 이유는 챔스 때문

박지성은 맨유가 유로파리그 16강 빌바오전에서 탈락한 이후부터 이렇다할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 출전 패턴을 놓고 보면 프리미어리그보다는 유럽 대항전이나 칼링컵 같은 주중에 열리는 경기에서 많이 투입됐죠. 프리미어리그만을 놓고 보면 애슐리 영보다 영향력이 부족합니다. 실력적인 문제보다는 두 윙어의 다른 성향에서 빚어진 전술적 특징 때문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공격력이 요구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애슐리 영, 유럽 대항전-칼링컵에서는 안정감이 넘치는 박지성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맨유가 후자에 속하는 대회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박지성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박지성이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 부진했다는 늬앙스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공교롭게도 맨유가 유럽 대항전 탈락을 확정지었던 챔피언스리그 32강 6차전 바젤전,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 빌바오전 패배는 박지성이 선발 출전했던 경기들입니다. 하지만 두 경기를 봤던 저로서는 박지성 부진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당시의 박지성은 팀의 패배 속에서도 제 몫을 다했습니다. 특히 바젤전은 루니 부진과 수비 불안이 챔피언스리그 탈락의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적어도 박지성이 올 시즌 왼쪽 윙어로 뛰었던 경기만큼은 딱히 아쉬웠던 경기가 없었습니다. 단지 아쉬운 것은 측면에 비해서 중앙에서 뛸 때의 폼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에 강하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수많은 유럽 대항전 출전에 월드컵 경험까지 더해진 강점이 있죠. 반면 애슐리 영은 올 시즌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했습니다. 맨유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 현실이죠. 그러므로 박지성은 여전히 맨유에 필요한 선수라고 봐야 합니다. 낙관적인 관점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