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이 종료됐습니다. 18일 새벽에는 바이에른 뮌헨이 레알 마드리드를 2-1로 제압했고 19일 새벽에는 첼시가 FC 바르셀로나를 1-0으로 눌렀습니다. 2경기 모두 1차전 홈팀이 원정팀을 제압했던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음 주중 2차전에서 결승 진출팀이 가려지겠지만, 1차전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떠오르는 짧은 생각들을 풀어내려고 합니다. 참고로 이름이 길은 클럽은 짧은 단어로 요약합니다.
[사진=레알 마드리드vs바이에른 뮌헨 경기 모습 (C)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메인(realmadrid.com)]
1. 결승전 엘 클라시코 더비, 성사 물거품?
챔피언스리그 4강의 최대 화두는 레알과 바르사의 결승 진출 여부였습니다. 두 팀의 엘 클라시코 더비 관계는 유명합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4강에서 맞대결 펼쳤죠. 올 시즌 결승에서 맞붙었다면 역대 챔피언스리그 결승 최고의 매치업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레알은 뮌헨에게, 바르사는 첼시에게 원정에서 패했습니다. 2차전 홈에서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1차전을 놓고 보면 결승전 엘 클라시코 더비 성사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뮌헨-첼시도 우승 자격이 있는 팀들이지만, 레알-바르사 결승 대결을 바랬던 축구팬에게는 4강 1차전을 아쉽게 여길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두 팀의 2차전 화력을 기대하겠죠.
2. 호날두-메시, 4강 1차전에서 고개 떨궜다
호날두-메시는 유럽 축구의 대표적인 라이벌 관계이자 세계 최고의 선수를 다투는 사이입니다. 하지만 4강 1차전에서는 동반 부진했습니다. 호날두는 뮌헨 원정에서 왼쪽 윙어로 출전했지만 필립 람에게 봉쇄 당했습니다. 평소와 달리 공격의 적극성이 떨어지면서 레알 공격이 경기 내내 탄력을 받지 못했죠. 후반 중반에는 중앙, 오른쪽 공간에서 활동했지만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메시는 첼시 수비의 집중적인 견제에 막혔습니다. 슈팅 7개를 날려봤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첼시의 슈팅 5개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었음에도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팀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3. 고메스-드록바, 골잡이들의 재발견
뮌헨의 레알전 승리에 있어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고메스입니다. 후반 45분에 팀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고메스는 골의 가치에 비해서 스카이스포츠(7점)-골닷컴 인터내셔널(6점) 평점이 후하지 못했습니다. 경기 내용에서 좋지 않았죠. 그럼에도 골잡이로서 팀이 필요할 때에 강력한 한 방을 터뜨렸습니다.
드록바는 첼시의 바르사전 승리의 쐐기를 박았습니다. 지난 두 시즌 동안의 활약은 과거와 달리 기량 저하가 뚜렷했지만 바르사전에서는 관록의 힘이 돋보였습니다. 경기 내내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는 움직임이 효과적으로 통했습니다. 골잡이로서 견제를 이겨낼 힘은 여전히 남아 돌았습니다.
4. 외질vs크루스, 독일 대표팀에서 경쟁 붙나?
외질은 뮌헨 원정에서 동점골을 터뜨렸지만 팀의 패배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상대팀 압박에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신의 고질적인 약점이 또 노출됐습니다. 무리뉴 감독이 호날두-카카-외질로 짜인 2선 미드필더 체제를 구축했으면 더 좋았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반면 뮌헨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던 크루스는 탁월한 공격 솜씨를 자랑했죠. 같은 독일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외질과 크루스의 명암이 엇갈렸던 경기였습니다. 앞으로는 두 선수의 경쟁 체제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외질의 2년 전 남아공 월드컵 4강 스페인전 부진 및 독일의 탈락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이 유로 2012에서 우승하려면 특히 토너먼트에서는 강팀에 강한 기질을 자랑하는 선수가 있어야 합니다. 현재까지는 크루스의 경쟁력이 더 좋아졌다고 봐야 합니다.
5. 바르사, 4강에서 탈락하나?
챔피언스리그는 1992년 개편 이후 지금까지 2시즌 연속 우승한 클럽이 없었습니다. 바르사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2008/09시즌 우승했지만 2009/10시즌 4강에서 탈락했고 2010/11시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징크스가 올 시즌에도 적용되면 바르사의 2연패 가능성은 낮습니다. 더욱이 첼시와의 4강 1차전에서 패했죠.
바르사는 2009/10시즌 4강 1차전 인터 밀란전에서는 1-3으로 패했습니다. 2차전 홈에서 1-0으로 이겼지만 1차전 3실점 패배가 결승 진출 실패의 빌미가 됐습니다. 첼시와의 2차전에서는 다득점을 노리겠지만 상대팀의 1차전 수비가 제법 탄탄했습니다. 2차전에서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경우 4강에서 탈락할지 모릅니다.
6. 첼시, 바르사전 이겼지만 여전히 고민 깊다
첼시는 2011/12시즌 유럽 대항전에 있어서 프리미어리그의 자존심이나 다름 없습니다. 프리미어리그 클럽 중에서 유일하게 8강-4강에 진출했고 바르사까지 제압했습니다. 반면 프리미어리그 선두 다툼을 벌이는 맨체스터 두 팀은 챔피언스리그 32강-유로파리그 16강에서 동반 탈락 했습니다. 첼시가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올 시즌에는 잉글랜드 클럽 중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성적은 6위 입니다. 4위 토트넘과의 승점 차이가 2점이지만, 프리미어리그 4위 진입에 올인하기에는 챔피언스리그가 신경쓰입니다. FA컵 결승 리버풀전까지 남겨두고 있죠. 그동안 힘든 일정을 소화하면서 많은 목표를 이루어야 하는 버거운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과연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