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의 한국 스포츠는 암울했습니다. 지난해 K리그에서 구설수를 일으켰던 승부조작 파문이 남녀 프로배구, 프로야구까지 확대됐습니다. 남녀 프로배구의 경우 혐의를 받은 선수들은 수사 기관의 조치를 받았으며 일부는 국가대표 출신입니다. 프로야구에서는 수도권 모 구단 투수 2명이 승부조작 루머를 부인했지만, 대학야구 선수 출신의 인물이 승부조작 개입 혐의로 25일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입니다. 적어도 승부조작 '시도'가 있었다는 뜻이죠.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예측 불가능한 일이 현실로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흔히 축구에서는 '각본없는 드라마'로 요약되죠.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고,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놀라운 장면이 벌어지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쉽게 잊혀지지 않을 명장면이 펼쳐집니다. 대중들은 스포츠를 통해서 일상속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삶의 기운을 얻습니다. 프로레슬링처럼 사전에 스토리가 구성된 스포츠가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스포츠는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맞대결 펼칩니다.
이러한 스포츠의 본질을 놓고 보면, 승부조작은 있을 수 없습니다. 승부조작은 스포츠를 바라보는 팬을 기만하는 행위니까요. 경기 전에 외부인과 금전적인 대가를 약속하며 경기 조작을 시도하면서 비롯된 범죄입니다. 그 과정에서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와 연관 깊습니다. 승부조작 브로커 중에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직접 운영한 사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로배구-프로야구 승부조작 수사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모르겠지만, K리그까지 포함해서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의 심각성이 큽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를 받는 스포츠에서 조작이 벌어졌거나 연루되었으니까요.
지난 23일 문화체육관광부 공식 홈페이지 알림마당-문화체육관광부 뉴스에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스포츠 환경 조성 대책 발표>라는 이름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지난 21일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주재로 관련 부처, 체육단체와 회의 끝에 승부조작 관련 대책을 세웠습니다. 정부가 승부조작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두번 다시는 승부조작이 재현되지 않도록 깨끗한 스포츠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식 홈페이지에 언급된 대책들은 이렇습니다. 승부조작 관련자들을 엄격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 승부조작 감시를 위한 상시 모니터링 체제 구축,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단속 강화, 선수들의 복리 증진 등이 언급됐습니다. 학교 운동부 지도자들의 표준계약서 내용 보완 같은 다양한 대책들이 발표됐습니다. 승부조작을 사전에 방지하고 스포츠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하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스포츠의 본질을 침해하는 어두운 세력을 경계하면서 말입니다.
두 번 다시는 승부조작이 벌어지지 말아야 합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프로스포츠가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 입니다. 특히 K리그의 대처가 훌륭했습니다. 지난해 승부조작 악재를 겪었지만 가담자들을 적극 처벌하고, 경기 시작전 승부조작 근절 및 예방을 위한 선서를 진행하고, 16개 구단 선수-코칭스태프-구단 관계자 약 1천명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진행했고, K리그 드래프트 하위 지명자들의 연봉을 인상했고, K리그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승강제가 도입됩니다.
정부의 스포츠 환경 조성 대책 발표는 K리그의 승부조작 방지 대처에 날개를 달아준 격입니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프로배구도 나름의 대처를 할 것으로 짐작됩니다. 프로야구는 승부조작 수사 추이를 더 지켜봐야겠죠. 정부의 스포츠 환경 조성 대책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