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가 나폴리전 패배로 유럽 대항전 8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22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나폴리 산 파올로에서 개최된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나폴리 원정에서 1-3으로 패했습니다. 전반 27분 후안 마타의 선제골로 앞섰으나 내리 3골을 허용했습니다. 전반 38분 에세키엘 라베찌, 전반 46분 에딘손 카바니, 후반 20분 라베찌에게 또 실점하고 말았습니다. 존 테리 부상 공백이 컸지만, 나폴리 공격에 대응하는 선수들의 집중력이 부족했습니다. 나폴리전 패배로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감독의 경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사진=나폴리 원정 1-3 패배를 발표한 첼시 공식 홈페이지 (C) chelseafc.com]
카바니-라베찌에게 농락 당했던 전반전
첼시는 경기 초반부터 수비 불안에 빠지면서 카바니 봉쇄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전반 9분 나폴리 역습 때 루이스-케이힐 센터백 조합이 엉성해지면서 카바니에게 공간 침투에 이은 슈팅을 허용했습니다. 골키퍼 체흐가 오른발로 걷으면서 실점 위기를 모면했지만 자칫 잘못하면 이른 시간에 골을 내줬을지 모릅니다. 3분 뒤에는 첼시 선수 중에 한 명이 볼을 빼앗기면서 나폴리에게 공격권이 넘어갔을때 카바니가 볼을 터치하자 재빨리 문전으로 쇄도했죠.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지만 카바니를 상대하는 첼시 수비가 느슨했습니다. 테리의 부상 결장으로 수비쪽에서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는 약점이 나타났습니다.
전반 11분에는 보싱와가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 됐습니다. 애슐리 콜을 투입시켰지만 부상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약 80분 뛰어야 하는 번거로움에 직면했습니다. 이른 시간에 조커카드 한 장을 쓰면서 후반전 교체 선수 활용에 제한을 받게 됐죠. 그 이후에는 나폴리의 집중적인 오른쪽 공격을 받으면서 수비 뒷 공간을 내주는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18분 나폴리에게 왼쪽 측면 뒷 공간이 뚫릴 때 마지오에게 슈팅을 내줬습니다. 체흐가 다이빙 펀칭으로 마지오 슈팅을 막으면서 위기를 넘겼지만, 케이힐이 마지오를 느슨하게 마크한 것이 아쉽습니다. 2분 뒤에는 하프라인 왼쪽에서 메이렐레스가 라베찌의 오른쪽 측면 돌파에 농락당하면서 나폴리의 공격 기세를 다운시키지 못했습니다. 보싱와 교체로 한동안 왼쪽 측면이 허약했죠.
불안하게 출발했던 첼시는 전반 27분 마타의 선제골로 1-0 앞섰습니다. 드록바가 박스 왼쪽 바깥에서 자신의 오른쪽 옆쪽에 있던 스터리지에게 살짝 패스를 내줬고, 스터리지가 골문쪽으로 왼발 패스를 밀어준 볼이 상대 수비수 몸을 맞고 굴절되면서, 마타가 왼발 인사이드로 마무리 했습니다. 선제골 이전까지 수비 약점으로 힘겨웠지만 27분 공격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값진 골을 얻었습니다. 골 과정이 드록바에서 시작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토레스보다는 드록바가 믿음직하다는 뜻이죠. 토레스의 최근 부진한 경기력을 놓고 보면 중앙에서 나폴리 압박에 고전했을지 모릅니다. 공격 패턴이 단순한 선수라서 나폴리 수비가 상대하기 쉽죠. 반면 드록바는 어떤 상황에서든 공격에 기여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첼시는 전반 38분 라베찌에게 동점골을 내줬습니다. 박스 왼쪽에서 하미레스-이바노비치가 카바니의 빠른 순발력과 개인기에 무너졌고, 카바니의 패스를 중앙쪽에서 받았던 라베찌가 케이힐의 부실한 마크를 틈타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습니다. 실점 상황을 비롯해서, 나폴리 특유의 빠른 공격과 카바니 존재감이 첼시 수비를 힘들게 했습니다. 공격이 차단당하면 여지없이 나폴리에게 역습을 허용했죠. 전반 46분에는 카바니에게 역전골을 허용했습니다. 나폴리의 오른쪽 크로스가 올라올때 이바노비치가 순식간에 카바니를 놓친 것이 화근입니다. 첼시 선수 누구도 카바니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했던 전반전입니다.
[사진=첼시를 농락한 두 남자. 에세키엘 라베찌-에딘손 카바니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후반전에도 계속된 수비 불안, 나폴리에게 1-3 패배...라베찌 2골, 카바니 1골2도움 기록
첼시는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공격 기회가 늘어났습니다. 1-2로 뒤진 상황에서 스코어를 회복할 필요가 있었지만, 정확히는 나폴리가 수비 강화에 주력하면서 첼시에게 자연스럽게 점유율이 많아졌죠. 하지만 수비 불안은 계속 됐습니다. 후반 9분 카바니 패스에 이은 라베찌의 왼발 슈팅 과정에서 첼시 수비가 순식간에 뚫렸습니다. 카바니가 라베찌에게 횡패스를 연결했을 때 첼시 선수 세 명이 앞에 있었지만 누구도 볼을 차단하지 못했습니다. 11분에는 케이힐이 라베찌에게 거친 태클을 가하면서 경고를 받았죠. 테리 결장을 감안해도 선수들의 수비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미드필더들의 압박까지 좋지 않았습니다. 협력 수비가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나폴리의 빠르고 직선적인 공격 패턴에 속수무책 이었습니다. 포백 보호까지 말썽이었죠. 루이스-케이힐의 라인 컨트롤이 원활하지 못했던 이유입니다. 후반 중반에는 첼시 미드필더들이 압박을 강화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되찾았습니다. 허리에서 경기력을 회복하자 나폴리 진영을 공략할 기회가 많아졌죠. 결국, 첼시의 허약한 수비력은 미드필더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러나 첼시는 후반 20분 나폴리에게 또 실점을 내줬습니다. 이번에도 카바니-라베찌 콤비에게 농락 당했습니다. 카바니가 박스 오른쪽에서 캄파냐르의 롱패스를 받아 루이스를 제치고 라베찌에게 패스를 밀어줬을때, 골키퍼 체흐가 앞쪽으로 달려들었으나 카바니의 볼을 차단하지 못했습니다. 카바니 패스를 받은 라베찌는 가볍게 오른발로 골을 넣었습니다. 1-3으로 밀렸죠. 실점 이전까지 공세를 펼치면서 동점골 기회를 노렸지만 오히려 수비쪽이 뚫리면서 세번째 실점을 헌납했습니다. 강팀답지 못한 경기 운영입니다. 나폴리전 이전까지 최근 13경기 4승7무2패(최근 4경기 3무1패)의 부진한 행보를 봐도 팀의 기운이 약해졌습니다.
후반 24분에는 말루다-메이렐레스를 빼고 램퍼드-에시엔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미드필더 3명 중에 2명을 바꾸면서 국면전환을 시도했지만 나폴리 수비가 견고해지면서 박스 안쪽을 겨냥한 공격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경기 막판까지 소강 상태에 빠졌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면, 램퍼드-에시엔 교체 투입은 첼시 리빌딩의 미완성을 뜻합니다. 두 선수는 무리뉴 체제를 시작으로 첼시의 영광을 주도했던 황금세대죠. 지금의 첼시는 두 미드필더의 존재감을 대체할 적임자가 약합니다. 기존의 첼시 스쿼드에서 램퍼드 대체자는 없으며 미켈-로메우는 에시엔 백업으로서 기량과 경험이 부족하죠. 나폴리전에 선발 출전했던 말루다는 윙어 성격이 강하며, 메이렐레스는 램퍼드-에시엔과는 다른 유형의 미드필더죠.
첼시는 나폴리 원정에서 1-3으로 패했습니다. 원정 경기임을 감안해도 토너먼트에서 3골을 내줬습니다.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다득점이 요구되지만 나폴리의 조직적인 수비를 뚫을지 의문입니다. 테리의 부상 결장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2차전 출전을 장담 못합니다. 그러나 테리는 과거에 비하면 발이 느려졌습니다. 선수들이 경기 내내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나폴리 공세를 막아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1차전에 이어 2차전이 힘들지 모릅니다. 아스널이 16강 1차전 AC밀란전에서 0-4로 대패하면서 탈락이 유력함을 감안할 때, 첼시가 2차전에서 다득점 승리하지 못할 경우 잉글랜드는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팀을 배출하지 못하는 굴욕을 당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