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수아레스의 축구 실력만을 놓고 보면 오랫동안 리버풀 간판 공격수로 군림할 수 있습니다. 올 시즌 리버풀 공격 공헌도가 가장 높은 선수로 꼽을만 합니다. 하지만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인종 차별 발언을 내뱉으면서 악수까지 거부했습니다. 끝내 사과했지만 파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미러>에서는 수아레스 방출설을 제기했습니다. 단순한 루머 같지만 저는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봅니다. 다만, 수아레스 방출을 주장하거나 예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나리오일 뿐이죠.
[사진=루이스 수아레스 (C)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liverpoolfc.tv)]
수아레스 방출은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발언이 적잖은 영향력을 끼쳤다는 생각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수아레스가 에브라의 악수를 거절하자 "수아레스는 리버풀의 수치다. 리버풀에서 다시 뛸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질타했습니다. 수아레스가 리버풀 이미지를 깎아내렸기 때문입니다. 리버풀이 잉글랜드 전통의 명문임을 감안하면 퍼거슨 감독의 발언은 맞는 말입니다. 리버풀 입장에서는 달가워하지 않겠지만 수아레스를 향한 여론의 반응이 좋지 않습니다. 리버풀 이미지가 안좋아졌죠.
사실, 수아레스의 악수 거부는 리버풀이 막을 수 있었습니다. 맨유-리버풀 맞대결 최대의 관심사는 '에브라와 수아레스가 과연 악수를 할까?'였습니다. 리버풀이라면 충분히 눈치 챘을 겁니다. 더 이상 논란이 커지지 않도록 수아레스에게 악수를 권유할 수 있었죠. 실제로 '에브라에게 악수를 하라'고 지시했을지 모르겠지만, 수아레스가 경기를 앞두고 에브라에게 사과를 했어야 합니다. 리버풀이 수아레스의 마음을 되돌릴 필요가 있었죠. 그러나 수아레스와 리버풀 구단의 사과는 맨유전 이틀뒤에 발표됐습니다. 실제로 리버풀은 처음부터 수아레스를 옹호했었죠.
인종 차별은 어느 사회에서든 민감한 문제입니다. 오래전부터 크고 작은 문제들이 불거졌죠. 국제축구연맹(FIFA)은 'Say no to racism(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인종 차별 근절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수아레스의 인종 차별 논란은 FA의 8경기 출전 정지 징계로 매듭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수아레스가 맨유전에서 에브라의 악수를 거절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죠.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하는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안좋은 전례를 남겼습니다. 인종 차별을 합법적으로 찬성하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겁니다.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자 단체 KKK단 같은 극우 단체를 논외하고 말입니다.
수아레스 방출이 현실적인 이유는 리버풀 메인 스폰서이자 영국 은행사 스탠다드 차타드가 실망스런 반응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탠다드 차타드는 본사를 영국에 두고 있지만 고객의 대부분을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에 두고 있습니다. 비유럽 축구팬 입장에서는 인종 차별에 민감합니다. 수아레스 논란이 확대되면서 스탠다드 차타드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극히 최악의 경우에는 스탠다드 차타드가 리버풀과의 계약 해지를 검토할지 모릅니다. 스탠다드 차타드는 리버풀의 메인 스폰서로서 재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으니까요. 리버풀이 스탠다드 차타드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수아레스 방출을 염두할 수 있다고 봅니다. 팀 내 간판 공격수라서 현실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겠지만, 리버풀은 2년전까지 막대한 적자로 파산 직전까지 놓였던 시련을 겪었습니다. 존 헨리 구단주의 등장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헨리 구단주도 수아레스 논란을 알고 있을 겁니다.
수아레스와 리버풀은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진정성은 의문입니다. 이미 사과할 타이밍이 늦었죠. 리버풀이 수아레스를 지키기에는 이번 논란이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에서 방출설을 제기했기 때문이죠. 사실 여부를 떠나 향후 수아레스의 거취를 물고 늘어지겠다는 의도로 비춰집니다. 만약 수아레스 논란이 시즌 종료 후에도 사람들의 존재감에 남아있을 경우, 리버풀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 수아레스 방출을 염두할지 모릅니다.
다만, 수아레스가 잔여 경기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며 리버풀에 필요한 공격수임을 각인시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리버풀은 빅4 진입을 위해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의 갈증을 풀기 위해서 수아레스를 필요로 할지 모릅니다. 수아레스는 자신과 리버풀의 이미지를 개선할 시간이 남아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