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9시 45분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리버풀의 노스-웨스트 더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빅 매치로써 두 팀 모두 승점 3점이 절박합니다. 맨유는 리버풀을 제압하면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승점 1점 차이로 따돌리고 리그 선두로 도약합니다. 맨시티가 13일 새벽 애스턴 빌라 원정에서 패하면 맨유가 선두를 굳히게 되죠. 리버풀은 맨유 원정 승리시 7위에서 5~6위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7위는 리버풀에게 어울리지 않는 위치입니다.
[사진=박지성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두 팀은 올 시즌 안필드에서 두 번의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지난해 10월 15일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는 1-1로 비겼고, 지난 28일 FA컵 4라운드에서는 리버풀이 2-1로 승리했습니다. 최근 전적을 놓고 보면 리버풀이 이번에도 맨유전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올드 트래포드에서는 맨유가 리버풀에 강했습니다. 리버풀과 최근 7번의 홈 경기를 치르면서 6승1패의 우세를 점했습니다. 안필드에서는 리버풀, 올드 트래포드에서는 맨유가 강했던 구도였습니다.
무엇보다 박지성 선발 출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박지성은 2주전 리버풀 원정에서 팀이 0-1로 밀렸던 전반 39분 동점골을 넣으며 시즌 3호골을 터뜨렸습니다. 왼쪽 윙어로 출전했지만 전반 중반 무렵부터 중앙쪽으로 빠지는 프리롤을 취하면서 대니 웰백의 고립을 풀어줬습니다. 동점골을 터뜨린 이후에는 최전방 공격수로 전환하여 리버풀 진영에서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팀은 1-2로 패했지만 맨유 선수 중에서는 박지성의 폼이 가장 좋았습니다.
이번 리버풀전에서는 2주전에 비하면 선발 출전을 장담하기 힘듭니다. 지난 6일 첼시전에서 그동안 부상으로 신음했던 애슐리 영이 깜짝 선발 출전했습니다. 루이스 나니도 부상에서 회복했죠. 맨유가 17일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 아약스(네덜란드) 원정을 떠나는 만큼 박지성의 체력 안배가 또 이루어질지 모릅니다. 애슐리 영-나니 보다는 박지성이 유럽 대항전 원정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줬죠.
하지만 애슐리 영은 첼시전에서 부진했으며 나니는 지난해 3월 리버풀 원정에서 제이미 캐러거에게 깊은 태클을 당하면서 상당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두 선수가 리버풀전에 선발로 기용되기에는 맨유 입장에서 부담스럽습니다. 오히려 박지성이 리버풀전 왼쪽 윙어로 적합한 카드라고 봐야 합니다. 그동안 리버풀을 비롯한 강팀 경기에 강했던 내공을 봐도 말입니다.
이번 리버풀전에서는 박지성의 골이 필요합니다. 맨유 위주의 관점에서 되돌아보면, 웨인 루니가 그동안 리버풀에 약한 면모를 보였고, 대니 웰백의 성장세는 놀랍지만 타이트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팀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타겟맨으로써 상대 수비를 스스로 벗겨내는 역량이 부족합니다. 루니가 리버풀 수비를 흔들지 못하면 맨유의 득점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리버풀은 올 시즌 리그 최소 실점 2위(24경기 21실점)를 기록중입니다. 맨유가 골을 넣기 어려운 흐름이라면 박지성의 득점력이 요구됩니다.
박지성은 밀집 수비에 강한 윙어입니다. 상대 수비가 예측하기 힘든 활동 패턴을 취하면서 강한 체력을 자랑합니다. 자신이 이동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 그를 마크하는 수비수가 따라오면 상대팀의 수비 밸런스가 붕괴되죠. 2주전 리버풀 원정에서 골을 넣기 이전에도 이 같은 과정을 취했습니다. 또는 박지성이 공간을 확보하면서 루니-웰백 같은 맨유 공격 옵션들의 전방 침투가 용이해지죠. 만약 박지성이 왼쪽 윙어로 출전할 경우 다른 포지션 출전에 비해서 시즌 4호골을 터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4-4-2 중앙 미드필더로 나설때는 아직 골이 없었죠.
박지성은 오른쪽 윙어로 자리를 옮길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왼쪽에 비하면 수비 가담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맨유의 오른쪽 풀백이 리버풀 왼쪽 공격수로 활약할 크레이그 벨라미의 발을 묶어야 합니다. 오른쪽 풀백이 벨라미의 돌파력을 버티기에는 버겁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입장에서는 하파엘 다 실바가 불안하다고 느낄 경우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오른쪽 풀백으로 내릴 수 있습니다. 박지성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애슐리 영 또는 나니가 왼쪽 윙어로 나설 수 있죠. 맨유가 리버풀전에서 승리하려면 벨라미를 봉쇄해야하며 박지성이 오른쪽 풀백과 협력 수비를 취해야 합니다. 그 대신 골 넣을 기회가 마땅치 못합니다.
지난 첼시전에서 맨유 통산 200경기 출전을 달성한 박지성은 역대 리버풀전에서 2골 기록했습니다. 2010년 3월 21일 리버풀전에서 헤딩 역전골을 터뜨리며 맨유의 2-1 승리를 안겨줬고, 2주전 리버풀 원정에서 골을 작렬했습니다. 이번 리버풀 원정에서는 시즌 4호골에 도전합니다. 지금까지 왼쪽 윙어로 뛰었을때 가장 많은 골을 넣었죠. 2년전 리버풀과의 홈 경기에서 다이빙 헤딩 슈팅으로 역전골을 넣으며 맨유의 승리를 이끈 활약상은 여전히 많은 축구팬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