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맨유의 관록, 리버풀 패기를 제압하다

 

'에브라vs수아레스' 신경전으로 주목을 끌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리버풀의 라이벌전. 90분 접전을 펼친 끝에 맨유가 2-1로 승리했습니다. 후반 1분과 4분에 웨인 루니가 골을 터뜨리며 리버풀에 약한 면모를 떨쳤고, 후반 36분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실점했지만 리드를 지킨 끝에 2주전 FA컵 4라운드 패배를 복수했습니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선두로 올라섰지만 박지성은 결장했습니다.

두 팀의 대결은 '맨유의 관록이 리버풀 패기를 제압했다'는 표현이 어울렸습니다. 중원 싸움에서 희비가 엇갈렸죠. 맨유는 폴 스콜스(38)-마이클 캐릭(31)이 허리를 지탱하면서 라이언 긱스(39)까지 가세하면서 점유율 축구로 리버풀 중원을 공략했습니다. 리버풀 더블 볼란치를 맡았던 제이 스피어링(24)-조단 헨더슨(22)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맨유가 이길 수 밖에 없었던 경기였습니다.

[사진=리버풀전 2-1 승리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맨유, '점유율 축구'로 리버풀 제압하다

홈팀 맨유는 전반전에 '점유율 축구'를 활용했습니다. 긱스와 스콜스를 허리에 놓으면서 속공보다는 지공에 초점을 뒀습니다. 공격 템포를 늦추더라도 쉴새없이 볼을 주고 받으면서 '반격에 일가견 있는' 리버풀이 말리도록 경기를 운영했습니다. 그러자 리버풀은 포어체킹으로 대응합니다.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겠다는 전략이죠. 후반전 체력 저하가 염려되지만 벨라미를 조커로 활용하는 대안이 있죠. 전방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맨유의 빌드업 속도를 늦추는데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 포어체킹은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맨유는 전반 22분 점유율에서 61-39(%)로 앞섰습니다. 여러차례 볼을 돌리면서 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이 성공했습니다. 초반에는 리버풀 포어체킹에 위축되는 분위기였지만 전방쪽으로 줄기차게 패스를 연결하면서 상대팀 무게 중심을 후방으로 낮췄습니다. 특히 긱스가 왼쪽과 중앙에서 볼에 관여하고, 에브라가 리버풀 진영을 자주 넘어오고, 루니와 웰백이 수시로 2선으로 내려가 패스를 시도하면서 맨유가 위협적인 공격 장면을 연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반 30분 긱스의 왼발 크로스가 스콜스 헤딩 슈팅, 3분 뒤 발렌시아의 오른쪽 크로스가 에브라 헤딩 슈팅으로 이어졌죠. 그 이후의 공격이 소강상태 였지만 전반전 경기 내용은 리버풀을 압도했습니다.

수비쪽에서는 수아레스 압박을 잘했습니다. 상대 공격수가 침투할 공간을 주지 않았어요. 볼을 오랫동안 터치할 기회를 주지 않아요. 리버풀 공격이 막히는 느낌입니다. 원톱이 고립되면서 2선 미드필더들의 공격 부담이 많아졌죠. 그런데 맨유가 수비 라인을 안정시키면서 2선 미드필더들이 침투 패스를 찔러주거나 공간을 쇄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전반 44분에는 에브라가 수아레스 돌파를 차단하지 못해 역습을 허용했지만 퍼디난드가 태클로 볼을 걷어내면서 위기를 넘겼습니다. 맨유 선수 중에서 전반전에 가장 폼이 좋았던 선수는 퍼디난드 입니다. 빼어난 대인 마크와 협력 수비로 맨유의 후방을 지키면서 상대 공격을 몸을 날려 막아내는 팔방미인 기량을 발휘했습니다.

맨유는 후반 1분 루니 선제골로 달아났습니다. 긱스가 오른쪽에서 코너킥을 날린 볼이 헨더슨 머리를 맞고 튕기면서 루니가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루니는 후반 5분에 추가골을 넣었습니다. 발렌시아가 스피어링이 소유한 볼을 빼앗아 옆쪽에 있던 루니에게 패스를 밀어줬고, 루니가 박스 중앙에서 왼발 슈팅으로 두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맨유는 후반 초반에만 두 골을 넣으면서 남은 시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게 되었고, 리버풀은 0:2로 밀리면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요구받게 됐습니다. 루니에게 2골을 내준 뒤에는 수비 라인을 올리고 포어 체킹까지 시도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리버풀 의도와 달리 맨유의 주도권은 계속 됐습니다. 4-2-3-1의 더블 볼란치를 맡았던 헨더슨-스피어링 조합은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맨유와의 중원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공격시에는 맨유 선수들의 압박에 막혀 효율적인 볼 배급을 유도하지 못했고, 수비시에는 맨유의 거듭된 패스를 끊는데 버거움을 느끼자 중원에서 제 구실을 못했습니다. 중원이 안정된 팀이라면 맨유의 느린 공격 템포를 막아낼 승산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헨더슨-스피어링은 스콜스-캐릭 조합에 긱스까지 중앙으로 가세한 맨유 허리와 상대하기에는 경험에서 절대적으로 밀렸습니다. 맨유 중원 옵션들의 유연한 경기 완급 조절이 더해지면서 리버풀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죠.

리버풀은 후반 15분 스피어링-다우닝을 빼고 캐롤-벨라미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캐롤-수아레스 투톱이 가동됐죠. 하지만 두 선수는 맨유 수비의 견제를 받으면서 이렇다할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리버풀이 전술적으로 캐롤을 도와주려면 롱볼 축구를 해야 합니다. 오히려 다우닝이 빠지면서 캐롤의 제공권을 도와줄 도우미가 부족했죠. 수아레스는 후반 36분 만회골을 넣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퍼디난드에게 봉쇄 당했죠. 근본적으로 중원에서 패스 줄기가 곧게 뻗지 못했고, 캐롤의 높이를 활용하기에는 롱볼 빈도가 많지 않았죠. 벨라미를 활용한 돌파도 위력적이지 못했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공격을 되풀이하고 말았습니다.

맨유의 2-1 승리 원동력은 점유율 축구 입니다. 점유율에서 55-45(%)로 앞섰지만 경기중에 60% 넘을 정도로 리버풀보다 볼에 많이 관여했습니다. 특히 긱스의 왼쪽 윙어 선발 출전이 퍼거슨 감독의 '신의 한 수' 였습니다. 경기 전까지 박지성 또는 나니의 출격이 예상되었지만 의외로 긱스가 원래 포지션으로 돌아갔습니다. 스콜스-캐릭이 중원에서 패스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긱스까지 도와주는 형태였습니다. 여러차례 볼을 돌리면서 리버풀 공격 의지까지 위축시켰죠. 리버풀 더블 볼란치가 제라드-루카스(부상)로 배치되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헨더슨-스피어링은 맨유의 관록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또 맨유의 박지성 결장은 전술적 선택이라고 봐야 합니다.

에브라vs수아레스 신경전에 대하여...

두 선수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저의 트위터에서 적었던 멘션이지만, 수아레스가 에브라 악수를 거절한 것은 악플러가 자신이 옳다고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과 다를 바 없죠. 수아레스 옹호하는 사람은 잘못 생각한 겁니다. 인종차별은 질타 받아야 마땅합니다. 경기 끝나고 에브라가 수아레스에게 도발한 장면은 둘째치고 근본적 잘못은 수아레스에게 있죠. 수아레스는 에브라 악수를 받아들였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과해야 할 사람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