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맨유 인력의 법칙'이 성립됐습니다. 맨시티는 에버턴 원정에서 '맨유 출신' 대런 깁슨에게 결승골을 내주면서 0-1로 패했고, 이번 주말 맨유와 격돌할 첼시는 스완지 원정에서 1-1로 비겼습니다. 그리고 맨유는 스토크 시티를 2-0으로 물리치면서 프리미어리그 선두 맨시티와 승점 동률을 이루었습니다. 골득실에서 맨시티에게 밀렸지만 리그 단독 1위 진입을 위해 갈길 바쁜 상황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한 것이 의미있습니다. '산소탱크' 박지성은 페널티킥 유도로 시즌 6번째 도움을 기록했습니다.
맨유의 2-0 승리는 두 번의 페널티킥 골에 힘입은 결과입니다. 전반 36분 박지성이 스토크 시티 문전으로 쇄도할 때 저메인 페넌트 태클에 걸리면서 페널티킥을 얻었습니다. 1분 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페널티킥 골을 넣으면서 이날 경기의 결승골이 됐죠. 후반 6분에는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페널티킥을 유도한 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추가골을 넣었습니다. 두 명의 윙어가 투톱 공격수들의 골을 도와준 셈입니다.
[사진=스토크 시티전 2-0 승리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하지만 맨유의 승리 과정은 깔끔하지 못했습니다. 필드골이 없었기 때문이죠. 점유율 75-25(%)의 압도적인 우세 속에서도 슈팅이 12개에 불과했습니다. 전반전에는 5개에 그쳤죠. 스토크 시티 특유의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에르난데스-베르바토프는 페널티킥으로 오랜만에 골망을 흔들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이렇다할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습니다. 최근 행보를 놓고 보면 루니-웰백과의 경쟁에서 밀린듯한 느낌입니다. 스토크 시티전에서 상대 수비를 여러차례 농락하는 플레이가 필요했지만 지속성이 떨어졌죠.
스토크 시티전에서는 박지성이 왼쪽 윙어로 나섰지만 중앙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가 최전방에서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면서 박지성의 포지션 이동이 불가피했죠. 지난 주말 FA컵 리버풀전 처럼 맨유가 박스쪽을 겨냥한 부분 전술이 원활하지 못할 때 박지성이 왼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동점골을 엮었던 패턴과 비슷합니다. 다만, 스토크 시티는 리버풀에 비해서 일방적인 수비 축구를 했습니다. 박지성이 전방쪽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시도하기에는 스토크 시티의 수비벽이 두꺼웠습니다.
박지성의 중앙 이동은 맨유 공격의 단조로움을 야기했습니다. 좌우 측면을 활용한 공격이 무뎌졌죠. 1-0이 되기 이전에 말입니다. 에브라가 왼쪽 측면을 자유롭게 이동하기에는 스토크 시티가 오른쪽 윙어 페넌트를 활용한 역습을 시도할 여지가 있었고, 오른쪽에서는 발렌시아가 마크 윌슨의 수비에 시달렸습니다. 맨유는 스콜스-캐릭 중앙 미드필더 라인을 구축했지만, 스콜스는 예전에 비해 활동 폭이 좁아졌습니다. 박지성의 중앙쪽 움직임이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후반전에는 박지성의 프리롤 활약이 맨유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박지성이 왼쪽 공간에서 앤디 윌킨슨을 끌고 나오면서 스토크 시티 수비 조직을 흔들거나, 상대 중앙 미드필더 뒷 공간쪽을 자주 움직이면서 화이트헤드-팔라시오스 같은 선수들이 맨유 전방쪽으로 침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스토크 시티 입장에서는 역습 이전에 수비쪽에서 박지성의 움직임을 제어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누구도 박지성을 견제하지 못하면서 맨유가 2-0 리드를 굳히는 토대가 됐습니다. 그런 맨유가 후반 15~20분 점유율에서 41-59(%)로 밀린것은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심산입니다.
맨유가 필드골이 없었던 또 하나의 원인을 꼽으라면 중원에서 패스 속도가 늦었습니다. 상대팀이 후방쪽에 무게 중심을 둘 때는 그들의 움직임보다 더 빠른 속도의 패스가 연결되어야 합니다. 특히 스콜스의 패스 타이밍이 느렸습니다. 주변 공간으로 패스를 띄우기 이전에 머뭇거리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캐릭과 더불어 100개 넘는 패스를 시도한 것에 비해서 볼 처리가 늦어지면서 패스의 효율성이 떨어졌죠. 오히려 스토크 시티 선수들이 수비 조직을 형성하기가 쉬웠습니다. 리버풀전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던 여파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6일 새벽 첼시전에서는 긱스의 선발 출전을 조심스럽게 예상합니다.)
맨유의 스토크 시티전 승리는 상대팀의 경기력 저하가 겹쳤던 운이 따랐습니다. 스토크 시티는 공격의 체계가 부족했습니다. 그동안 롱볼 축구를 지향했지만 맨유 원정에서는 전방쪽으로 볼을 띄우는 패턴에 소극적 이었습니다. 월터스-페넌트 같은 좌우 윙어들을 활용한 역습까지 무뎠죠. 박지성-발렌시아 같은 수비력이 뛰어난 윙어들과 상대하면서 맨유 옆구리를 파고들지 못했습니다. 화이트헤드-팔라시오스 같은 중앙 미드필더들은 특출난 공격 전개를 자랑하는 유형과 거리감이 있죠. 맨유를 이길만한 무기가 마땅치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맨유의 승리 과정이 아슬아슬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