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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리버풀의 달라지지 않은 한 가지, 앤디 캐롤

 

리버풀은 지난 주중과 주말에 맨체스터 두 팀을 제압하는 경사스러운 날을 보냈습니다. 26일 칼링컵 4강 2차전 맨시티전에서 2-2로 비겼지만 1차전 1-0 승리가 더해지면서 결승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28일 FA컵 32강 맨유전에서는 후반 42분 디르크 카위트가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2:1로 승리했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강 체제를 구축한 맨체스터 두 팀을 물리친 것은 강팀으로서 경쟁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더욱이 리버풀과 맨체스터는 지역 감정이 있는 도시들이죠.

하지만 리버풀의 현실은 암담합니다. 프리미어리그 7위에 그치면서 3시즌 연속 빅4 탈락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4위 첼시를 승점 6점 차이로 추격중이지만 시즌 내내 4위권 바깥에 머물렀습니다. 루이스 수아레스가 9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기 전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맨체스터 두 팀과 토트넘이 상위권을 굳히면서 첼시-아스널-뉴캐슬과 4위를 다투는 상황이죠. 두 개의 컵대회에서는 맨체스터 두 팀의 기세를 꺾었지만 정작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고개를 떨궜습니다. 나름 체질 개선을 했지만 달라지지 않은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23세 공격수 앤디 캐롤 입니다.

[사진=앤디 캐롤 (C)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liverpoolfc.tv)]

'20경기 2골' 캐롤, 리버풀과 궁합이 맞지 못했다

캐롤은 지난 맨유전에서 카위트의 결승골을 도왔습니다. 골키퍼 레이나의 골킥이 맨유 진영 한 가운데로 떨어질 때 에반스와의 공중볼 싸움에서 앞서면서 볼을 오른쪽으로 떨궜습니다. 그때 카위트가 에브라의 느슨한 마크를 틈타 문전으로 달려들면서 오른발로 마무리했죠. 사람들은 카위트를 주목했지만 캐롤의 헤딩 패스가 없었다면 맨유를 이겼을지 의문입니다. 캐롤의 높은 신장(191cm)과 제공권 장악 능력이 리버풀 공격에 보탬이 됐던 장면이죠.

한편으로는 캐롤의 전술적 가치가 리버풀에서 제한적임을 뜻합니다. 캐롤은 롱볼 축구에 어울리는 성향입니다. 최전방에서 공중볼과 포스트플레이에 힘을 실어주면서 몸싸움에 강합니다. 뉴캐슬 시절이었던 2010/11시즌 전반기에는 리그 19경기 11골 넣으면서 팀의 주득점원으로 떠올랐습니다. 반면 리버풀에서는 뉴캐슬 시절의 기질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에서 밀리거나 협력 수비를 깨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였습니다. 뉴캐슬 시절에 비해 몸놀림이 다소 둔해졌죠. 최전방에서 고립되기 일쑤였습니다. 올 시즌 리그 20경기에서는 슈팅 44개를 날렸으나 2골에 그칠 정도로 골 결정력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리버풀이 지난해 1월 캐롤을 영입한 이유는 팀의 역동적인 공격 색깔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캐롤이 박스쪽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힘으로 흔들어주면서 수아레스-카위트 같은 발재간과 침투 능력이 뛰어난 공격 옵션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패턴 말입니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리버풀 공격의 구심점 노릇을 했던 선수는 수아레스 였습니다. 캐롤은 뉴캐슬 시절보다 이타적인 공격 비중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죠. 그러나 캐롤과 수아레스의 호흡은 안맞았습니다. 서로 따로 노는 공격을 일관하면서 리버풀 공격의 불균형을 키웠습니다. 여기에 캐롤은 골 결정력 불안에 시달리면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리버풀은 뉴캐슬과 달리 캐롤 중심의 공격 전술을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캐롤을 영입했던 1월 이적시장 마감 당일은 달글리시 감독이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점입니다.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호지슨 전 감독(현 웨스트 브로미치 감독)의 롱볼 축구를 그대로 이어가기에는 부담이 따랐습니다. 그때는 캐롤이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리버풀로 이적하면서 지난해 2월 경기를 뛰지 못했습니다. 달글리시 감독이 토레스 첼시 이적 공백을 캐롤 위주의 전술로 바꾸기에는 무리였습니다.

캐롤의 부진이 민감한 이유는 그의 이적료가 3500만 파운드(약 618억원) 입니다.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 3위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이적 당시에는 2위였죠. 리버풀은 캐롤이 먹튀로 전락하면서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됐습니다. 그 여파는 리그 7위 추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두 개의 컵대회에서 선전했고 캐롤은 FA컵 맨유전에서 카위트 결승골을 어시스트했지만 그래도 골을 터뜨리지 못했습니다.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합니다. 자신의 거액 이적료가 책정된 것도 뉴캐슬 시절의 다득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최근에는 캐롤이 맨시티 테베스와 트레이드 형식으로 리버풀을 떠난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제기 됐습니다. 리버풀 입장에서는 새로운 공격수가 필요합니다. 빅6중에서 가장 득점력이 저조합니다.(22경기 25골) 빅4 재진입을 위해서는 캐롤에 대한 믿음을 낮추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테베스를 받아들일지 의문이지만(그 이전에는 맨시티의 테베스 방출 의지가 있어야 함) 지금의 공격력으로는 성적 부진을 이겨내기 어렵습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만약 공격수를 영입하면 캐롤이 자극 받아 열정적인 경기 자세를 발휘할지 모를 일입니다. 첼시 수비수 루이스처럼 말입니다.

또는 리버풀이 캐롤과 작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리버풀이 원하는 최전방 공격수는 박스 안에서 뛰어난 골 결정력을 자랑하면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수아레스-카위트-다우닝(막시) 같은 선수들과 호흡이 맞는 것이 중요하죠. 캐롤은 그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리버풀이 시즌 중에 캐롤을 포기할 여지가 있습니다. 캐롤의 앞날이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이적시장 막판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연이어 벌어졌습니다. 리버풀의 의중이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