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한국에서 정식적인 축구 경기가 없습니다. 날씨가 춥기 때문이죠. K리그가 12월 초순에 끝나는 경우가 있지만 그때는 초겨울이라 축구 관전에 큰 불편이 없습니다. 겨울이 한창 진행중인 1월에는 축구 경기를 직접 볼 기회가 없습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말입니다. 축구 보는 것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겨울이 가장 심심한 계절입니다.
하지만 겨울에도 유소년 축구는 계속 됩니다. '축구도시' 수원에서 '제4회 수원컵 유소년(U-12) 축구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지난 26일에 개막하여 2월 2일까지 8일 동안 수원 종합 운동장 보조 구장, 영흥공원구장, 만석공원구장, 여기산공원에서 대회를 운영합니다. 총 59팀이 참가했으며 올해는 유소년 축구클럽부가 새롭게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30일 오후 수원 종합 운동장 보조구장을 찾았습니다. 팔달그룹 고학년부 조별예선이 진행되는 장소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성남 중앙 초등학교(상의-하의 유니폼 : 핑크색+검정색) 동곡 초등학교(상의-하의 유니폼 : 하얀색 통일)가 맞대결 펼쳤습니다. 제가 보조구장을 방문했을 때 중앙 초등학교가 후반 12분 4:0으로 앞섰더군요.
경기를 관전하기전에 가장 걱정한 것은 추위 였습니다. 축구에서 하의 유니폼은 반바지 입니다. 무릎에 살이 보이게 되죠. 이날 수도권 낮기온은 영하 2도 였습니다. 서울에서 수원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을 때 '수원에서 축구 대회 하는거 맞아?'라고 마음속으로 속삭였을 정도로 날씨가 쌀쌀했습니다. 초등학생 축구부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 축구를 했습니다.
다행히 축구부들은 옷을 따뜻하게 입고 경기에 임했습니다. 검은색 긴 바지와 하의 유니폼을 동시에 착용했더군요. 상의는 개인이 나름 따뜻하게 입었을 겁니다. 저의 추측이지만 내복을 입고 경기를 뛴 선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경기전에 충분히 몸을 풀었겠죠. 심판들도 긴바지를 입고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저는 2개월 만에 현장에서 유소년 축구 경기를 봤습니다. 작년에 유소년 클럽 축구팀들이 참가했던 '현대자동차 2011 KFA 유소년 클럽리그'를 즐겨봤죠. 대회를 재미있게 즐겼기 때문인지 유소년 축구를 계속 보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수원에서 초등학교 축구부들의 경기를 관전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초등학교 축구 경기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았죠.
[성남 중앙 초등학교:동곡 초등학교 경기에 이어서 충남 당진 계성 초등학교(상의 : 하얀색+빨간색) 백석 초등학교(상의 : 하얀색+녹색) 경기를 봤습니다.]
클럽 축구팀은 일반적으로 보급반, 육성반으로 나뉘어 운영되지만(모든 팀들이 그런것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축구부는 전문적인 축구 선수를 양성하는 기초 단계 입니다. 클럽 축구팀의 육성반과 같은 기능을 취하지만, 연습량에서는 초등학교 축구부가 많지 않나 싶은 생각입니다. 정확히는 클럽 축구팀과 초등학교 축구부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서 딱히 우열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모든 초등학생 축구 꿈나무들이 미래에 촉망받는 축구 선수로 활약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클럽 축구 경기, 초등학교 경기에 가릴 것 없이 어린이 선수가 경기 도중에 다칠때는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이 날은 날씨가 추워서 부상을 조심해야 합니다. 다행히 어린이는 금방 일어나면서 경기에 임했지만요.
이번에는 상대팀 어린이가 그라운드에 쓰러졌습니다. 다리에 충격을 느낀 것 같습니다.
어린이는 주심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일어났습니다. 그 이후 그라운드에 쓰러진 어린이는 없었습니다.
전반전은 계성 초등학교의 일방적인 우세 였습니다. 상대팀 진영에서 공격을 펼칠 기회가 많아지면서 슈팅이 많았죠.
특히 계성 초등학교 10번 선수의 침투가 활발했습니다.
계성 초등학교가 전반전에 결정적인 슈팅을 여러차례 날렸지만...
백석 초등학교 골키퍼가 연이어 슈퍼 세이브를 기록하면서 팀을 실점 위기에서 구했습니다. 전반전 MVP를 꼽으라면 백석 초등학교 골키퍼 였습니다.
계성 초등학교의 공격은 끊임없이 진행되었지만...
시간이 경과할수록 백석 초등학교 수비의 응집력이 살아나면서 상대 공격을 저지했습니다.
치열하게 볼을 다투는 양팀 선수들
후반전을 앞두고 어깨동무를 하며 결의를 다지는 백석 초등학교 선수들
후반 초반에는 계성 초등학교가 2골 넣었습니다.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득점 의지를 잃지 않으며 열심히 공격을 펼친 끝에 2:0으로 앞서게 됐습니다.
어린이 선수들이 볼을 다투는 장면. 추운 날씨 였지만 거침없이 몸을 날리며 경기에 임했습니다.
계성 초등학교는 오른쪽 측면 프리킥 과정에서 세번째 골을 엮었습니다.
계성 초등학교가 3:0으로 승리했습니다.
오랜만에 현장에서 축구 경기를 보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추운 날씨 였지만 축구팬으로서 삶의 재미를 느꼈습니다. 아마도 저의 20대 최대의 행복을 꼽으라면 축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겼죠. 특히 유소년 축구는 미래에 한국 축구를 빛낼 꿈나무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매력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축구 선수로 성공하겠다는 어린이 선수들의 집념을 보며 어린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지금까지 축구를 보면서 단순히 경기를 봤던 입장이라면, 이제는 유소년 축구를 통해서 과거를 추억하고 현재를 보며 미래를 꿈꾸게 됩니다. 축구를 오랫동안 볼 수 있도록 건강해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