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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리버풀 수비 무너뜨린 시즌 3호골

 

박지성이 28일 FA컵 4라운드(32강) 리버풀 원정에서 시즌 3호골을 터뜨렸습니다. 전반 39분 하파엘 다 실바가 오른쪽 측면에서 밀어준 크로스를 박스 중앙에서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문을 흔들었습니다. 자신의 앞에서 커팅에 실패했던 마틴 스크르텔이 리버풀 골키퍼 호세 레이나의 시야를 가렸지만 결과적으로 골이 들어가면서 리버풀 수비도 어쩔 줄 몰랐습니다. 잉글랜드 진출 이후 안필드에서 처음으로 골을 넣으면서 '강팀킬러'임을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리버풀에게 1-2로 패했습니다. 전반 21분 다니엘 아게르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며 전반 39분에는 박지성이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후반 42분에는 디르크 카위트에게 결승골을 내주면서 FA컵 5라운드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박지성 통쾌한 활약, 하지만 맨유는 패배

맨유와 리버풀은 평소에 활용했던 4-4-2가 아닌 다른 포메이션을 활용했습니다. 맨유는 4-3-3으로 나섰습니다. 데 헤아가 골키퍼, 에브라-에반스-스몰링-하파엘이 수비수, 긱스-캐릭-스콜스가 미드필더, 박지성-웰백-발렌시아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루니는 결장했습니다. 리버풀은 3-4-2-1 이었습니다. 레이나가 골키퍼, 아게르-스크르텔-캐러거가 수비수, 엔리케-헨더슨-제라드-켈리가 미드필더, 막시-다우닝이 윙 포워드, 캐롤이 공격수로 올라섰습니다. 지난 시즌 스토크 시티, 첼시전에서 활용했던 3백을 재가동 했습니다.

두 팀의 경기 초반은 소강 상태였습니다. 리버풀 선수들의 무게 중심이 아랫쪽으로 쏠리면서 수비에 안정감을 두었고, 맨유는 공격수 1명을 두었기 때문인지 박스 바깥에서 볼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죠. 전반 17분에는 발렌시아가 리버풀 진영을 파고들면서 강하게 열어젖혔던 슈팅이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오면서 경기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21분에는 리버풀의 아게르가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맨유 골문 가까운 곳에서 제라드가 올렸던 왼쪽 코너킥을 헤딩으로 받아냈죠. 근처에 맨유 선수들이 수비 모션을 취했지만 아게르의 득점 본능을 누구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사진=리버풀전 1-2 패배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맨유는 박스 안쪽을 겨냥한 공격이 잘 안풀렸습니다. 리버풀이 3백과 중앙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을 촘촘하게 메우면서, 맨유가 그쪽을 비집을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웰백의 최전방 고립이 아쉬웠죠. 루니 공백이 아쉬웠지만 맨유의 10번 선수는 안필드에 약한 징크스가 있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 볼을 계속 돌렸지만 패스 공간이 리버풀 박스 바깥쪽에만 머물렀습니다. 앞쪽으로 내주는 패스 길목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죠. 특히 긱스가 켈리에게 봉쇄 당하면서 왼쪽 공격이 밋밋했습니다.

그런 맨유는 전반 37분까지 점유율에서 59-41(%)로 앞섰습니다. 공격력 둔화 속에서도 1차 패스는 잘 연결했습니다. 스콜스 중심으로 패스워크가 유기적으로 잘 연결됐습니다. 스콜스는 전반전에만 패스 75개를 시도하여 73개를 성공하는 97%의 높은 패스 정확도를 자랑했습니다. 오른쪽 측면과 전방쪽을 겨냥한 롱패스를 날리는 너른 공격 전개를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박스 안쪽으로 패스를 보내기에는 수많은 리버풀 선수들과 상대해야 합니다. 킬러 패스를 내줄 공간도 없었죠. 공격 전술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이 왼쪽 측면에서 최전방으로 접근하면서 미드필더진과 웰백 사이에서 볼을 주고 받는 움직임이 많아졌습니다. 맨유의 최종 공격이 풀리지 않자 중앙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좌우쪽으로 넓게 퍼졌던 리버풀 존 디펜스를 분산시키겠다는 의도였습니다. 리버풀 선수 누구도 박지성을 견제하지 못하면서 맨유의 최전방 공격이 회복 될 조짐을 보였죠. 박지성의 위치 이동이 없었다면 웰백과 긱스-스콜스 사이의 간격이 계속 벌어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시즌 3호골 장면이 없었을지 모르죠. 박지성의 전반 39분 동점골은 역할 변화가 빚어낸 골 장면입니다.

박지성은 동점골 이후 최전방 공격수로 전환했습니다. 루니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맨유 벤치의 심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지성과 루니의 공통점은 어느 위치든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상대 수비의 기동력을 이겨낼 역량이 충분하죠. 반면 웰백은 평소 순발력이 빠르지만 리버풀전에서는 동료 선수에게 볼을 받아내는 포지셔닝이 부족했습니다. 그 아쉬움을 박지성이 최전방에서 풀어주고 공격 기회를 만들면서 맨유가 리버풀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박지성 동점골 이후 맨유의 득점은 없었습니다. 후반 42분 카위트에게 결승골을 내주면서 리버풀에게 1-2로 패했습니다. 후반전에 양팀 승부를 좌우한 결정타는 교체 카드 였습니다. 리버풀은 후반 17분 캐러거-막시를 빼고 카위트-아담을 투입하면서 공격을 강화했습니다. 26분에는 제라드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벨라미를 넣으면서 기동력이 좋아졌습니다. 왼쪽 측면을 기반으로 여러차례 슈팅을 날리면서 경기 주도권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맨유는 리버풀 공세에 주춤하고 말았죠.

맨유는 후반 30분 스콜스를 대신해서 에르난데스를 투입했지만 경기 내내 부진했던 긱스를 적절한 시간에 교체하지 못했습니다. 후반 중반에 스콜스-긱스를 동시에 뺐어야 합니다. 긱스 대신에 웰백이 왼쪽 윙어를 맡을 수 있으니까요. 스콜스는 90분을 소화할 체력이 아니었죠. 그러나 맨유 벤치의 긱스 교체 시점은 후반 46분 입니다.(in 베르바토프) 적절한 시점에 조커를 투입하면서 공격력 변화에 성공했던 리버풀 벤치와 정반대 였습니다. 결승골을 넣었던 카위트는 리버풀의 교체 멤버였죠. 박지성 시즌 3호골 장면은 통쾌했지만 그 이상의 화력이 없었던 맨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