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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바르사전 앞둔' 레알, 복수 성공할까?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는 지난 19일 코파 델 레이 8강 1차전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와의 홈 경기에서 1-2로 패했습니다. 전반 11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4분 카를레스 푸욜에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기세가 꺾였습니다. 바르사와의 허리 싸움에서 밀리면서 수비 공간을 내주기 일쑤였고 역습 전개의 날카로움을 잃으면서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끝내 후반 32분 에릭 아비달에게 역전골을 허용하면서 또 다시 바르사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은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과의 전적에서 1승3무5패로 밀리면서 '스페셜 원' 체면을 구겼죠.

[사진=코파 델 레이 8강 2차전 바르사 원정 앞둔 레알 마드리드 (C)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메인(realmadrid.com)]

26일 오전 6시(이하 한국시간) 캄프 누에서 열리는 8강 2차전은 '레알의 복수' 여부에 관심이 모입니다. 하지만 레알은 2007년 12월 23일 바르사 원정 1-0 승리 이후 캄프 누에서 승리가 없었습니다. 5경기 연속 무승(1무4패)에 빠졌죠. 2007년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르사 사령탑에 부임하기 이전입니다. 옛날로 거슬러가면 1983년부터 2003년까지 20년 동안 캄프 누에서 승리하지 못했던 전적이 있습니다.

레알이 코파 델 레이 4강에 진출하려면 바르사 원정에서 2골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바르사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습니다.(9승1무) 10경기 동안 43골 2실점의 압도적인 스탯을 자랑합니다. 파괴적인 득점력과 더불어 짠물 수비가 눈에 띱니다. 레알이 바르사 원정에서 골을 넣을지 의문입니다. 최근 2번의 바르사전 홈 경기에서는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었지만 더 이상의 골을 터뜨리지 못하고 바르사에게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2차전에서 최소 2골을 넣기가 쉽지 않습니다.

2차전에서는 1차전보다 공격적인 경기를 펼칠 여지가 있습니다. 4강 진출을 위해서는 다득점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한 가지 조심할 것은, 자칫 잘못하면 바르사 기습에 타격을 받을지 모릅니다. 레알은 바르사보다 공수 전환이 느리고 수비시의 짜임새가 떨어집니다. 점유율 싸움에서 바르사와 정면 대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현실적으로 캄프 누 원정에서 선 수비-후 역습을 활용해야 하지만 지난 1차전을 봐도 역습의 세기가 부족합니다. 엄청난 수비 부담을 안고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빠른 역습 전환이 쉽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바르사 선수들이 1차적인 수비 라인을 형성하니까요.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는 팀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레알이 최근 바르사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결정적 이유는 바르사보다 팀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는 몇 차례 다득점에 성공했지만 유독 바르사전에서 안좋았습니다. 골 운이 따르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최소 2골 이상의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레알은 중원에 대한 두 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첫째로 페페가 부상으로 출전 불투명합니다. 출전을 강행해도 파울을 조심해야 합니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후반 중반에 퇴장 당한 것이 레알 0-2 패배의 빌미가 됐습니다. 당시 퇴장은 오심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았죠. 얼마전 바르사전에서도 리오넬 메시의 손등을 밟고 지나가면서 현지 여론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만약 페페가 2차전에 출전하면 레알은 카드 부담을 안고 경기를 치르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또는 결장하면 4-3-3에서 4-2-3-1로 전환하여 1차전과 다른 전술을 구사해야 합니다.

둘째는 알론소가 평소와 달리 바르사전에서 부진했습니다. 아무리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팀이라도 중원에서 끈적한 경기 운영을 펼치면 공격 전개에 탄력을 얻습니다. 알론소는 다른 중앙 미드필더보다 공격력과 수비력이 골고루 뛰어나지만 오히려 바르사전에서 약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알론소 이외에는 중원에서 패스 전개에 힘을 실어줄 선수가 마땅치 않습니다. 1차전에서 알론소와 함께 중원을 꾸렸던 페페-라스는 천부적인 볼 배급을 자랑하는 성향과 거리감이 있습니다. 알론소는 바르사 선수들의 견제를 넘지 못하면서 레알의 중원이 흔들리고 역습까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알론소 책임이라기 보다는, 알론소가 부진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레알이 중원 약점을 해결하려면 공격 옵션들의 수비력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1차전에서는 호날두-벤제마 같은 윙 포워드도 적극적인 수비를 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때에 따라 포어체킹을 시도하거나 2선에서 압박을 펼치면서 바르사 공격 속도를 늦춰야 합니다. 1차전보다 수비적인 움직임이 많을지 모릅니다. 4-2-3-1 전환시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출전이 예상되는 외수트 외질이 수비쪽에서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변수는 체력입니다. 1월3일 말라가전을 시작으로 1주일에 2경기씩 치르면서 주력 선수들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했습니다. 바르사에 저항하려면 상당한 힘이 필요하지만 체력적인 부담이 있습니다.

만약 레알이 바르사에게 또 패하면 무리뉴 감독의 경질론이 불거질지 모릅니다. 2차전에서 승리해도 1~2차전 스코어 열세로 4강 진출에 실패해도 마찬가지겠죠. 결과적으로 바르사를 넘지 못했으니까요. 레알이 그동안 감독 교체가 잦았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생각할만한 시나리오 입니다. 이미 무리뉴 감독은 지난 시즌 바르사 원정 0-5 패배로 경질설이 제기된 전례가 있었습니다. 엘 클라시코 더비에 약한 면모가 계속되면 레알 감독으로 롱런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현재 전망으로는 2차전 승리가 힘겹겠지만 복수에 성공하면 '바르사 격파'의 자신감을 성취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