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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아스널에 강한 DNA가 있다

 

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아스널 경기 전에 '당연히 맨유가 이길 것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맨유가 이전 경기였던 볼턴전에서 폴 스콜스 복귀 및 결승골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고, 아스널은 최근 2번 연속 역전패를 당한데다 티에리 앙리마저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맨유의 우세를 예상했죠. 결국 맨유가 2-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46분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26분에는 로빈 판 페르시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후반 36분 대니 웰백이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아스널에게 3연패 악몽을 안겨줬습니다.

[사진=아스널전 2-1 승리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이로써 맨유는 2009년 이후 10번의 아스널전에서 각종 대회 포함 8승1무1패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빅6 클럽 중에서 아스널에게 가장 많은 패배를 안겼던 팀이 바로 맨유입니다.(두번째는 7전 5승2무의 첼시) 아스널에 얼마만큼 강한지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 패했던 2011년 5월 1일 아스널전은 주중에 독일 샬케04 원정을 치르느라 주축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컸습니다. 3개월 뒤 아스널전에서 8-2 대승을 거두었고, 이번 아스널 원정에서는 2-1로 이기면서 '아스널에 강한 DNA가 있다'는 의미를 전해줬습니다.

맨유, 아스널 약점 제대로 물고 늘어졌다

맨유는 경기 초반부터 미드필더 라인을 내리고 루니가 자주 2선에 내려오면서 무게 중심을 낮췄습니다. 아스널에게 선제골을 내주지 않겠다는 전략입니다. 5개월 전 홈에서 8-2로 승리했지만 이번에는 원정 경기라서 초반 실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그동안 아스널전에서 재미를 봤던 선 수비-후 역습을 노렸습니다. 오랫동안 공격 축구를 지향했던 아스널의 특징을 노린 전략입니다. 실제로 아스널은 경기 시작하자마자 미드필더들의 공격 가담을 늘리면서 전반 11분까지 슈팅 3개를 날렸습니다. 베르마엘렌-주루의 오버래핑까지 더해졌죠.

하지만 맨유는 전반 중반까지 공격력이 둔화됐습니다. 역습을 시도할 타이밍에 아스널 수비 전환이 빨라지자 상대 진영에서 패스를 내줄 공간을 다양하게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전반 25분에는 루니가 아스널 진영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면서 웰백 쪽으로 롱패스를 밀어줬지만 볼이 아스널 선수에게 차단 당했습니다. 맨유 공격의 패턴을 아스널 후방 옵션들이 읽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맨유가 아스널전에서 선 수비-후 역습으로 많은 재미를 봤기 때문인지, 아스널 선수들이 맨유 1차 공격에 민감했습니다. 그 이전인 전반 16분에는 존스가 왼쪽 발목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하파엘이 조커로 나섰습니다.

아스널은 판 페르시가 볼을 잡을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맨유 선수들의 집중 견제를 당했죠. 박스 안쪽을 활용한 공격 전개가 여의치 않았던 이유입니다. 전반 28분에는 판 페르시가 박스 바깥 중앙에서 모처럼 볼을 터치했으나 자신의 패스를 받았던 램지의 퍼스트 터치가 불안했습니다. 전반 30분까지 점유율에서는 47-53(%)로 근소하게 밀렸습니다. 미드필더들의 경기 장악이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전반 중반에 접어들자 맨유 진영에서 패스를 주고 받는 시간이 점차 감소했죠. 램지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옥슬레이드-쳄벌레인과 월컷의 측면 돌파가 한동안 조용했습니다. 경기 주도권은 맨유에게 향했습니다.

맨유는 중앙에서 역습이 풀리지 않자 측면에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나니-발렌시아가 아스널 좌우 풀백 뒷 공간을 파고드는 시도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전반 40분에는 나니가 왼쪽 측면에 있을 때 후방에서 찔러준 롱패스를 받아 주루를 제치고 박스 안으로 접근해서 슈팅을 날렸습니다. 주루의 수비 불안은 최근 아스널 경기에서 노출된 단점이며 이번 맨유전에서도 그랬습니다. 전반 46분 발렌시아의 선제골은 그 약점을 이용한 대표적 장면 입니다. 나니가 왼쪽 측면에서 긱스에게 종패스를 밀어줬을때 주루가 마크할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뒤늦게 긱스 마크를 시도했지만 이미 늦었죠. 긱스 크로스에 이은 발렌시아의 헤딩 선제골로 이어졌습니다.

1-0으로 앞선 맨유는 후반전에도 선수들의 무게 중심을 아랫쪽으로 내렸습니다. 선 수비-후 역습을 또 노리겠다는 심산입니다. 아스널 공세가 계속 되면서 맨유가 밀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일종의 전략 이었습니다. 8-2 대승을 제외한 지난 3년 동안의 아스널 경기에서는 수비에 많은 비중을 두었죠. 0-1로 뒤진 아스널의 활발한 공격을 유도하면서 상대 수비 공간이 벌어질때 역습을 노릴 수 있으니까요. 후반 중반에는 맨유가 다시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점에 추가골이 없었습니다. 후반 24분에는 하파엘이 아크 오른쪽에서 루니에게 침투 패스를 받았으나 퍼스트 터치 불안으로 아스널 선수에게 공격이 차단당하는 아쉬운 장면이 있었습니다.

후반 26분에는 판 페르시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습니다. 하파엘 공격이 차단 당한 이후에 로시츠키, 옥슬레이드-챔벌레인으로 이어지는 아스널 역습이 시작되었지만 맨유 수비가 정돈되지 못했습니다. 하파엘이 지나치게 공격에 가담하자 옥슬레이드-챔벌레인이 빈 공간에서 볼을 터치했습니다. 발렌시아가 뒤늦게 마크했지만 옥슬레이드-챔벌레인의 빠른 몸놀림과 스루패스를 당해내지 못했고, 판 페르시가 에반스를 뚫고 동점골을 터뜨렸습니다. 맨유의 선 수비-후 역습을 오히려 아스널이 역이용했죠.

그럼에도 맨유는 뒷심이 강했습니다. 후반 30분 이후 긱스-박지성-스콜스-발렌시아로 짜인 미드필더진을 구성하는 변화를 노렸습니다. 6분 뒤에는 웰백이 결승골을 터뜨렸죠. 그 시작점은 스콜스 였습니다. 발렌시아가 오른쪽 측면에서 아스널 선수의 견제를 받지 않는 틈을 노려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긴 패스를 밀어줬고, 발렌시아는 마크 타이밍을 놓친 아르샤빈을 제치고 박스 안에서 박지성과 2:1 패스를 시도하면서 웰백의 골을 유도했습니다. 웰백이 슈팅을 날렸을 때 아스널 선수 누구도 가까이에서 마크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근처에 있던 메르데자커는 발렌시아가 문전으로 접근할때 그쪽으로 시선이 쏠리면서 웰백의 움직임을 놓쳤죠. 맨유는 이번에도 아스널의 측면 수비 불안을 노렸고, 아스널은 중요한 순간에 수비 집중력이 부족했습니다.

맨유는 이번에도 아스널에 강한 면모를 발휘했습니다. 아스널 축구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이상 '맨유>아스널' 구도는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스널이 특정팀에게 고질적으로 약한 것은 지금의 축구 스타일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전문 풀백의 줄부상 문제로 여기기에는 램지의 부진이 아쉬웠고, 후반 막판에는 팀 전체가 수비력이 떨어지면서 고비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경험과 패기가 조화된 맨유에게 유리했던 경기였습니다. 또 후반 38분에는 박주영이 교체 투입하면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짧은 시간 이었지만 코리언 더비가 성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