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월 이적시장이 개장했지만 아직까지 축구팬들의 시선을 끄는 빅 사이닝은 없었습니다. 아스널이 티에리 앙리를 2개월 임대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폴 스콜스를 복귀시켰지만 순수한 영입이라고 단정짓기 어렵습니다. 첼시가 볼턴 수비수 게리 케이힐 영입을 앞두고 있지만 주급에서 이견을 나타내면서 이적 절차가 늦어졌죠. 이적시장 마감이 아직 20일 남으면서 선수 이동에 조급한 마음을 가지지 않아도 되지만 지난해 이맘때와는 다른 느낌 입니다.
[사진=지난해 1월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고 첼시에 입성했던 페르난도 토레스 (C) 첼시 공식 홈페이지 (chelseafc.com)]
1월 이적시장에서의 선수 영입은 여름 이적시장에 비하면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시즌 중에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면 경우에 따라 기존 선수와의 손발이 맞지 않아 전술적인 공존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적생이 달라진 팀 분위기에 적응하는 번거로움까지 겹칩니다. 다수의 팀들이 1월보다는 여름에 선수 영입이 활발한 이유죠. 특히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1월 이적시장에서의 선수 영입에 인색한 지도자 입니다. 그동안 "맨유가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해야 한다"는 외부의 주장이 거침없이 제기되었지만, 퍼거슨 감독의 선택은 스콜스 복귀 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이적시장은 지금까지의 분위기와 달랐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 1~2위가 새롭게 경신됐습니다. 페르난도 토레스(5000만 파운드, 리버풀→첼시), 앤디 캐롤(3500만 파운드, 뉴캐슬→리버풀)이 종전 기록이었던 호비뉴(3250만 파운드, 전 맨체스터 시티. 이하 맨시티)를 제치고 고액 이적료 주인공이 됐습니다. 비슷한 시기 잉글랜드 무대에 도전했던 에딘 제코(2700만 파운드)의 몸값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토레스-캐롤의 경우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적이었죠. 여름 이적시장과 맞먹는 강력한 영향력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토레스-캐롤-제코의 2010/11시즌 후반기 스탯은 각각 14경기 1골 2도움, 7경기 2골, 15경기 2골 2도움에 그쳤습니다. 세 명 모두 먹튀 논란에 시달렸죠. 일각에서는 팀을 옮긴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먹튀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의견을 나타냈지만, 비싼 이적료를 떠올리면 몸값에 어울리는 활약이 아니었습니다. 세 명의 공격수는 이전 소속팀에서 골을 잘 넣었죠. 토레스가 2010/11시즌 전반기에 주춤했지만 그래도 23경기에서 9골 터뜨렸습니다.
그럼에도 토레스는 아직까지 첼시에서 고전중입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5경기 2골 2도움에 그쳤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9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으며(결장 경기 제외) 모든 대회를 포함하면 지난해 10월 19일 겡크전 2골 이후 거의 3개월 동안 골맛을 못봤습니다. 박싱데이 기간에 2경기 풀타임 출전했지만 디디에 드록바와의 원톱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최근 이적설, 첼시의 헐크(포르투) 영입설을 봐도 팀 내 입지가 불안합니다. 상대 수비 빈 공간을 파고들며 골을 노리는 단순한 공격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문제죠.
캐롤은 지난 시즌 종료까지는 토레스-제코와는 다른 범주였습니다. 리버풀 이적 당시 부상 회복 기간인데다 프리미어리그 풀타임 경력이 적었던 영건이었죠. 빅 클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18경기에서 2골에 그치면서 먹튀로 불리게 됐습니다. 뉴캐슬 시절에는 강력한 포스트플레이를 자랑했지만 리버풀로 이적하면서 이렇다할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고, 팀의 역동적인 공격 전개와 전술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단점이 노출했습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캐롤이 뉴캐슬에 임대된다', '이적료 1000만 파운드에 의해 뉴캐슬로 리턴한다'는 기사가 언급됐습니다.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리버풀이 캐롤을 포기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2009년 1월의 로비 킨 사례를 봐도 캐롤에 대한 미련을 접을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제코는 올 시즌 16경기 10골 3도움을 기록하며 맨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선두 질주를 공헌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토트넘 원정 4골을 비롯해서 거침없이 골을 넣으며 먹튀 이미지에서 벗어난 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5일 퀸스 파크 레인저스전 이후 2개월 동안 무득점에 빠진 것이 걸립니다. 최근 9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으며 지난 1일 선덜랜드전에서는 슈팅 10개를 날렸으나 단 1골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맨시티에서 보낸 1년을 되돌아보면 기복이 심했습니다.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5경기에서 선발로 뛰고도 무득점(2도움)에 그친것도 흠입니다. 슈팅 20개를 날렸지만 유효 슈팅은 5개에 불과했고 골이 없었죠. 먹튀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 같지 않습니다.
토레스-캐롤-제코의 현재 활약이라면 프리미어리그의 빅 클럽들이 선수 영입에 조심스러움을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기량이 좋은 선수라도 1월 이적시장에서 무리하게 많은 이적료를 지출하여 영입하는 것이 전력 강화의 능사가 아님을 세 선수를 통해서 알게 됐죠. '1월 이적시장의 저주'로 표현할 수 있지만, 같은 시기 팀을 옮겼던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를 봐도 완벽한 저주는 아닙니다. 아직까지는 물음표가 어울리죠. 세 선수의 침묵이 여론에 많이 알려졌을 뿐입니다. 앞으로 1월 이적시장에서 어떤 선수 영입이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아직까지는 토레스-캐롤-제코의 여운 때문인지 분위기가 조용합니다.